윤달의 마지막 날
산을 밟으면 좋다기에
김제평야의 넓은 들판을 지나
미륵산을 향해..
녹음이 짙게 물들고
산을 오르는 오솔길가에
여기저기 뒤엉킨 칡넝쿨을 보며
이게 바로 우리네 인생사가 아닐까.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바램인가.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하고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했으며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했거늘.
또한
오는 것을 거절 말고, 가는 것을 잡지 말라했거늘.
내가 아파할 때
산도 아파할 것입니다
내가 슬퍼할 때
산도 슬퍼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외로워할 때
산도 외로워할 것입니다
내 마음이 메아리쳐 올 테니까요
가난하고 초라한 삶이지만
넓은 들과 풍요로운 자연이 날 감싸주기에
이젠,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외로워하지도 않으렵니다
풀꽃처럼
거듭 피어나는 삶을 살으렵니다
소박하면서도 길섶에
은은하게 피어나는 풀꽃향기처럼..
풀꽃향기
방금 담아 왔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