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란
-김승국-
내 영혼 풍란 되어 살 수 있다면
내 몸과 영 이별하여
가파른 해안 중턱쯤
뿌리를 박고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를 바라보며
살아가리.
혹은
삐죽이 솟은 이름 없는 산정에서
끝없이 펼쳐진 산야와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리.
이따금 외로워지면
향기로운 꽃을 피워
행복하다 말하리.
내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바람과 이슬뿐.
훼밍웨이는 인생은 더러운 속임수라 말하네.
그래.
결국 삶이란 죽음으로 회귀하는 여로인 것을.
거리엔 떠도는 영혼들.
우리가 결국
풍란으로 피어날 수 없다면
우리의 몸뚱이를
암벽 같은 이곳에 뿌리를 박고
정신은
철저히 고독하게 하여
풍란을 닮으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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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99년 7월에 마지막으로 만나고 몇번의 전화 이후
무어가 그토록 바쁜지 연락도 드리지 못하였군요
처음 님을 만나고 님의 윗시 "풍란"을 읽은후
전 너무나 놀랐답니다
내고향 섬
해안가 절벽을
위에서부터 타고 내리면...
중턱 또는 칠부팔부에......
"뿌리를 박고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를 바라보며
..........(밤 되면 얼음조각같은 하얀별들이
밤바다에 무수히 깔려 내려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바람과 이슬뿐".....이라고 표현함에
나 만이 간직한
풍란과 내가 하나가 되어 본
그런 은밀한 비밀을
아~
님께서는 벌써 간직하고 계시며
그 철저한 고독을
도시의 빌딩숲 콘크리트벽 사이로
뿌리 내리며
정신은 풍란을 닮으려고 하고 계셨지요
나의
사랑하는 형님
님의 마음중 조금을 "잿빛거리에 민들레 피다"에서
이곳으로 옮기고 있는
이 아우의 무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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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현재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 재직중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