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弄美堂 - 바람도리의 미술야그
2004.08.13 13:44

<플럭서스>와 <중국현대미술> (4)

조회 수 4051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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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공연한 <One for Violin Solo>는 플럭서스의 숱한 공연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백남준은 탁자 앞에서 심호흡을 한차례 한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일 듯 말 듯 바이올린을 들어올렸다. 숨죽이고 보는 관중들. 마침내 정점까지 올라간 바이올린은 있는 힘껏 탁자에 내동댕이쳐졌다. ‘악, 아..’ 하는 탄성. 산산히 부서지는 바이올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사를 꾸벅하고 퇴장하는 백남준. 뒤늦게야 사태를 파악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 관중들. 이것이 신화의 탄생이다. 현지 언론들은 백남준을 두고 “문화적 테러리스트”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동료들도 탁월한 해석이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못쓰는 바이올린 하나 부수고 스타가 되었으니 “예술은 사기다”라는 백남준의 고백이 수긍이 가지 않는가? 이 동작 하나로 백남준은 음악과 공연에 관련된 권위와 선입관 대부분을 일거에 부숴 버렸다. 바이올린을 부수는 행위는 그 자체가 ‘서양음악’이라는 거대한 전통을 부수는 상징이었다. 내용에 있어서도, 현대 무조(無調)음악조차 ‘불협화음’이라는 기이한 형태로 유지할 정도로 뿌리 깊은 서구적 화음 관념을 ‘소음’으로 대체해 버렸다. 그리고 그 소음은 그저 소리가 아닌 찰라적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禪)불교의 화두(話頭)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뿌리부터 서양예술의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동양인 백남준이었기에 그 파괴행위는 더욱 효과적이고 극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백남준이 전통과 선입견을 파괴하면서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전위 역할을 했던 그룹의 리더였다면, 내용에 있어 진정으로 “예술의 민주화”를 추구했던 그룹 중에 조지 브레히트(George Brecht, 1926-)가 있었다. (부조리극을 창시한 베르톨트 브레히트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작업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그림으로 소개한 <Water Yam>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간결한 퍼포먼스 공연으로 유명한 브레히트는 그 못지않게 간결한 스코어(Score, 악보)로 유명하다. <Water Yam>은 그 짧은 악보들(사실 악보라기보다는 메모에 가까운)을 함께 모은 모음집 형식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각각 짧은 공연지시문이 적힌 카드들이 그 내용물인데, 각 카드 한 장이 하나의 공연을 지시한다. 성냥곽 같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카드에는 “solo for violin, viola, cello or contrabase(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또는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독주곡)”라는 긴 제목이 적혀있는데, 그 아래의 내용은 단 한 단어. “polishing”.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독주자는 악기를 들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오르지만 정작 연주는 악기를 깨끗하게 닦는 것이 전부다. “삑삑” 악기 닦는 소리만 정적이 감도는 청중석 위를 맴돌게 된다.

또 다른 악보에는 단 두 단어만 적혀있다. “on off” 이건 어떻게 공연되었을까? 캄캄한 무대위에 조명이 확 들어왔다가(on) 잠시 후 다시 꺼진다(off). 그리고? 그 뿐이다.... 그렇게 공연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라고 작가는 믿는다) 브레히트의 여러 작품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공연자들에 의해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어 공연되었다. 아마 여러분 중 누군가가 이런 공연을 보러 공연장을 찾았다면 분명 분노했을 것이다. “아니 이거 뭐야. 장난하자는 거야 지금?” 도대체 브레이트는 감히 관객들을 갖고 놀기를 시도하는 건가?

....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따위가 공연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안방 불을 켰다가 끄고 박수. 드라이기를 켰다가 끄고 박수. 이게 일이나 되나. 그렇다면... 혹시... 브레이트가 내심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누구나 생산자이자 소비자일 수 있는 예술. 인위적인 권위에 의해 경계가 구분되지 않은 삶과 예술. 글쎄다. 말 그대로만 된다면 진정 “민주화된 예술”을 경험하게 될 듯도 싶은데. 그렇다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중국현대미술과 플럭서스, 그 둘 중 어느 편을 더 민주적인 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답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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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4.08.13 14:33
    예술이라는 한마디로 집약되겠지만 음악이니 미술이니 하는 고전적인 장르의 개념에 길들여진 사람한테는 미술이야기인지 음악이야기인지 모호해지는군요.
    행위예술도 일종의 크로스오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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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itbe 2004.08.13 15:41
    글세요,
    벽에 걸리거나 놓인것에 만 익숙한 나에게는 영원한 숙제인것 같습니다.
    음악도 아니요 연극도 아닌것이 공연되고 그기에 따라가서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는데야 ... 이게 현실인데... 나만 바보되는 기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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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리 2004.08.13 16:42
    플럭서스라는 그룹이 그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다소 늦게서야 예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바로 그 "양다리성"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 그룹의 핵심인물들 대부분의 배경이 미술이 아니었거든요. 시인도 있고, 작곡가도 있고, 화가, 조각가, 심지어 단순 노동자 출신까지 있었지요. 정신적 리더였던 조지 매츄너스라는 인물은 또 디자이너 출신이었고 백남준 역시 음악에서 출발했지요. 지금은 미술사에 편입되어 있으니... 백남준을 흔히 미술가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어느 쪽이든 그 경계의 문제는 이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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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리 2004.08.13 16:48
    나중에 이들은 작업의 짜투리들을 모아서 <플럭서스 키트>라는 대량생산품을 만들어 팔 궁리까지 했습니다. 백남준이 만든 영화필름 한 토막, 브레히트의 지시문 한 쪽, 요셉 보이스의 펠트천 한 쪼가리 등등. 날개 돋친 듯이 팔렸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어쨌든 강요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한 가방씩 산 사람들은 20여년 뒤에 복권당첨된 기분이었겠지만. ㅎㅎ 이렇게 장사를 위한 소품은 미술일까요? 음악일까요? 공연일까요?
    예술의 경계를 초월한 상품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도 예술에서 신비성을 제거하는 행위였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 내가 말하면서도 무지 머리 아프당.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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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4.08.13 17:48
    ㅋㅋ
    무슨 비상약품가방같이 생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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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itbe 2004.08.14 02:08
    으~하!
    역시 기발하네요,
    바람도리님이 아프믄 나는 깨지는 수준이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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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리 2004.08.15 01:12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죠?
    다음엔 좀 더 편안한 걸 골라봐야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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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itbe 2004.08.15 14:20
    공부라는게 다 그런거잖아요,
    학교다닐 때는 공부 하라하라 할 때는 안하고
    지금 할라꼬 덤비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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