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弄美堂 - 바람도리의 미술야그
2004.08.02 16:30

병영이야기 한 토막(1)

조회 수 288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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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가 보면...

세상 천지에 그림이 소용되는 곳이 그리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단지 미술대학을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차트 그리기, 간판 그리기, 위장 페인트 칠하기, 내무반 환경미화, 심지어 고참 이발까지... 어쨌든 '아름다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불려다니게 된다.

어느날, 본부 작전실에서 전화가 삐리리~ "예! 통신보안 000대 상병000!!", "야 0상병. 미대 나왔대매. 당장 튀어와!", (아...쓰.. 뭐야 오밤중에. 굼시렁굼시렁) 허겁지겁 달려가 봤더니... 작전실 한 켠에 '전우신문'이 엄청나게 쌓여있고 그 더미 앞에 작전장교가 떡 버티고 앉아있었다. "야, 0상병, 너 할 수 있지?",  "예?.. 뭐..를?", "뭐를? 이 자슥이 빠져가지고..일단 할 수 있다 복창부터 혀" "예! 할 수 있습니다" (썩을..)

아마도 신문으로 '종이찰흙'을 만든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나 보다.... 그래서.. 작전상황도를 입체로 '멋지게'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다. 오로지 전우신문과 합판 두장을 이은 판넬만 가지고... 그것도 일주일 이내에.

일단 보일러 당번들부터 소집시키고. 상황실에 주욱 둘러앉아 신문 찢는 일을 시켰다. "어.. 저거 봐라.. 눈 돌아가지.. 0일병. 손가락이 보인다.." 어쩌구 하면서 5-6시간을 꼬박 돌렸더니 대충 준비끝. 시퍼런 플라스틱 통에 대충 주워담고서 보일러실로 직행.. 펄펄 끓는 보일러물을 신문쪼가리 위에 밤새도록 퍼부어 댔다. 어쨌든 물은 종이보다 강했다!  몇 시간을 꼬박 돌렸더니 서서히 걸죽한 죽으로 변해 가는데... 그냥 붙으까? 아냐 그냥 붙을 리가 있나.  취사병들 밀가루 가지고 튀어오라고 소집. 역쉬 끓는 물에 대충 붓고 각목으로 저어대니 훨~씬 더 죽 같아졌다. '준비 끄~~~ 아니쥐. 기왕 하는거' 야.. 가서 방부제 갖고 와.  혹시 썩을까 방부제까지 투입완료.

합판 위에 줄치고 등고선 그리고 못을 촘촘히 박고 그 위를 철사로 얽어서 대단한 기초작업도 완료. 찰흙 투입. 대충대충 정확하게.. ㅎㅎ 산도 만들고 강도 만들고 길도 만들어.. 앗싸. 기왕 만드는거 송신탑도. 곰보아저씨 구멍가게도, 순이네 집도, 기차길도.. 만들어 놓고 보니 제법 태가 난다.

작전실 선풍기 총동원해서 말리기 작전 개시.. 속까지 마르는 데만 하루가 꼬박. 바탕색은 위장용 페인트로 대충 얼룩덜룩. 그 위에 붓 가는대로 집도 논도 강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져 간다. 처음에는 "황금가튼 일요일에 이 무슨 ***이여"하던 맘이 어느덧 사라져가고, 점차 일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나도 모르게 이틀을 꼬박 샜다. 깨알같은 글자들과 위도 경도 표시선을 그리며 작업 끝. 무식한 넘의 군대 아니랄까봐 전우신문과 밀가루가 단 5일만에 산과 들로 바뀌었다. 왠지 가슴 찡. 아 창조의 고통과 기쁨이여.(왠 오버?)

방부제가 주효했는지.. 몇 년전에 만난 부대 쫄병이 나중에 일이 있어 부대를 다시 방문했는데 그 상황판을 몇 년 뒤까지 그대로 쓰고 있더라고.
  • ?
    은하수 2004.08.02 22:37
    대충대충 정확하게.. ㅋㅋㅋ
    넘 재미있게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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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4.08.03 10:37
    그래 하고 싶은 말씀은 다 하고 가시는데요...뭐...ㅋㅋㅋ
    따지고 보면 미술이 우리 생활속에 있는 것이니 군대라고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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