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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11.21 11:14

다르첸(Dar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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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3일째
2002년 6월 25일

어제 멀미때문에 컨디선이 좋지않은데 늦제 잠자리에 든 대신 아침 8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입맛도 없었지만 식사를 대용할만한 음식이 한가지도 없다. 다른 팀의 한족 기사가 타주는 버터차만으로 잔뜩 물배(??)를 채웠다. 생각같아서는 빨리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다들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결국 열시가 넘어서 차가 다시 다르첸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와는 달리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제는 보이지도 않던 검문소를 통과한다. 예챙에서 알리까지는 여러번의 검문을 받았지만 알리에 도착한 이후에는 처음받는 검문이다. 여기역시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이들이 근무하고 있다. 일일이 여권과 통행즐 확인하고서야 보내준다.

다르첸에 도착할때까지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원래 생각같아서는 바깥코라(Outer Kora)를 도전해보고 싶지만 체력이 걱정이다. 더구나 어제 차멀미에 시달리고 나니 엄두가 나지않는다. 걸어서 2박3일을 6000미터 고도까지 올라가야한다. 알리를 출발할때만해도 코라에 도전할 사람은 크리스천과 나밖에 없었다. 나는 고소증에서 회복되지않고 있으니 크리스천 혼자 가기게는 좀 부담스러웠던지 다를 일행들을 하나둘 설득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나만 빼고 전원 바깥코라를 출발하기로 결정했단다.

야크와 말을 빌려서 기어이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없지않았지만 종교적 신념이 깊어서 고행을 해야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무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하기로 했다.

다르첸에 도착하니 순례객으로 북적대던 어제 오후와는 분위기가 딴판으로 달라져있다. 코라를 출발하는 팀들이 아침일찍 떠났기 때문이란다. 일행과 헤어지고 나니 좀 씁쓸하다. 3일후에 돌아오는 일행을 기다릴 것인지 혼자 라싸를 향해 출발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배낭을 한족식당에 맏겨놓고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서 돌아다녀봤지만 라싸로가는 차는 없단다. 대부분의 트럭들은 티벳의 각지에서 온 순례객이라 언제 출발할지 알 수가 없고 가끔 랜드크루저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도인 순례객을 태우고 네팔에서 온 차들이라 라싸와는 전혀 방향이 맞지를 않는다. 그나마 가끔 라싸로 출발하는 차들도 새벽에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지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한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여기에 며칠 머물러야할 것같은데 숙소를 구하는게 만만치않다. 돈액수는 둘째치고 아예 방 예약이 끝났다는 대답밖에 없다. 몇군데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다가 운전사인 타쉬의 도움을 받아서 정부연락관 사무실의 직원숙소를 겨우 하나 얻었다. 하루 15불이니 좀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독방이고 비교적 깨끗하다. 배낭을 내던저놓고 침대에 누우니 여러가지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던 사람이고 또 돌아가면 무엇을 할 사람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얼핏 여러가지 생각이 스처지나가지만 정답은 아니다.
나는 수미산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수미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여기 이러고 있는 것은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뭔가를 기대리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나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본래 한국에서는 의사였지만 지금은 백수이고 여행을 하고 있다. 아니 여행이라기보다는 방황을 하고 있다.
나는 라싸로 가는 길이지만 실을 마음은 항상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머물르고 있고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나둘 날개를 접고 현실로 돌아와서 어차피 여기 3일간 머물러야한다면 좀더 현명한 선택은 무엇인가?
카메라와 등산용 스틱만을 챙겨들고 방을 나섰다. 흙담으로 둘러쳐진 마을을 벗어나니 여기저기 티벳인들의 천막촌이 나타난다. 우리네 포장마차비슷한 음식점들이나 가게들도 일렬로 도로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과 천막촌을 벗어나 계곡 입구로 들어서니 오색 깃발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계곡물에 음식을 씻거나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급경사를 기다시피 올라가니 돌무덤과 오색깃발로 장식된 타루초가 반겨준다. 발아래로 마을보다 몇배나 더 큰 천막촌이 자그마한 도시처럼 펼쳐저 있고 멀리 마나사로바호수와 히말라야의 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얗게 빛나는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좌측으로 네팔, 우측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 인도와 네팔로부터 오는 순례객들중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랜드크루저를 빌려서 며칠만에 오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직선거리인 히말라야을 넘어 몇달을 걸어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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