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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8.06 08:50

죽음의 고원(高原)지대

(*.77.15.29) 조회 수 127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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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에 보면 신장의 예챙에서 티벳서부의 알리에 이르는 1100Km를 하이웨이라고 표현되어있다. 실제 예챙을 출발하고서 오지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잘 포장된 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니 열댓시간이면 충분히 알리까지 도착하지않을까 싶다. 하지만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쿠디라트는 단호하게 3일이라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안내서에는 최소 3일에서 도로사정에 따라서 일주일까지 걸린다고 되어있다.

가끔 야생낙타가 눈에 띈다. 고삐를 전혀 메지않은 낙타는 난생처음 구경하는 것이다. 차가 가까이 다가가자 쏜살같이 계곡사이로 달아나버렸다. 잠시후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도로 한복판에 독수리떼가 까맣게 내려않아있다. 차가 가까이 다가가서 크락숀을 울려대니까 슬금슬금 한두마리씩 자리를 비켜주는데 도로 복판에 죽은 낙타 한마리가 누워있다. 그동안 사막을 여행했지만 죽음 어쩌구 하는 공포는 느껴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4500미터 고지의 고소증에 대한 공포가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만단 시커먼 독수리떼와 낙타시체... 불길함을 떨처버리기 힘들다.

비포장도로를 누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힘차게 오른다. 예챙에서부터 1300미터를 유지하던 고도계의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3300미터에서 멈춰섰다. 뒷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끝없는 모래벌판뿐이고 앞쪽으로는 계곡 건너편에 돌과 바람과 모래와 만년설밖에 보이지않는다. 3000미터 고도에는 난생 처음 올라서본다. 고개마루에서 기념촬영을 한장씩 찍고 몇걸음 걸어보지만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외에는 별 불편함같은 것은 느껴지지않는다. 다만 몇걸음밖에 걷지않았는데도 헉헉 숨이 차오른다. 다케쓰는 벌써부터 두통약을 찾는다.
차는 계곡을 향해서 달려 내려간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길은 더이상 보이지않는다. 계곡의 모래바닥 사이로 보이는 바퀴자국을 따라 달릴뿐이다. 가끔 양떼가 길을 가로막고 가고 있다. 이런 오지 계곡까지 위구르족들이 살고 있다. 몇마리 노새에 천막과 생활용품을 실었다. 유목생활의 특성상 아무곳이나 야영을 한다고 한다. 겨울동안은 눈이 많이 쌓여서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가 눈이 녹아 길이 뚫리는 5월말부터 양들에게 신선한 풀을 뜯게 하기 위해 다시 올라온다고 한다. 예챙을 출발하면서 아스팔트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던 랜드크루저는 시속 10Km로 달리기도 힘이든다. 가끔은 도로의 흔적조차 유실되어 없어졌고 가끔은 아예 계곡의 물을 바닥이 잠길만큼 깊이로 건너가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만약 차가 고장나거나 기름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끔찍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자갈밭을 한참 달리던 차가 멈춰서고 말았다. 뒷바퀴가 펑크가 난것이다.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는데 20여분을 소모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마음의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스페어타이어를 써버렸으니 다시 펑크가 나면 어떻게 될까?

한참을 달려서야 일행은 마지막 체크포인트가 있는 쿠디(Kudy)에 도착했다.(해발 2700m) 펑크난 스페어타이어를 수리하는 동안 한참을 또 허비했다. 이곳의 체크포인트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물론 티벳의 정치적특성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통과하는 일부 지역이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실제로 인도와 국경분쟁으로 많은 사상자를 냈었던 지역이다. 1962년 국경분쟁이후 국경문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 중국정부가 비밀리에 도로를 개설했었다고 한다. 인도는 도로가 생기고 나서야 알았다고 하니 인도정부입장에서보면 삼국지에 나오는 닭갈비(계륵: 鷄肋)쯤이었을까? 따지고 뺏어오자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모지이고, 그냥 당하고만 있자니 국제적인 망신이고.... 좌우간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도 아직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역이다.

예챙 남쪽의 체크포인트는 평지 한가운데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다른 길로 비켜갈 수도 있지만 이곳은 계곡한 중간이라 비켜갈 만한 곳도 전혀 없다. 통행증과 일행의 여권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고서야 통과시켜준다. 퍼밋없이 출발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 쿠디에서 붙잡혀온다고 한다.

쿠디를 출발한후 다시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올라갈수도록 점점 추워진다, 가끔 볼일을 보기위해서 또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차를 세우지만 차밖으로 거의 나가지를 않는다. 한참을 오르니 비가 오는가 싶더니 진눈개비가 내리고 길바닥에 하얗게 눈이 쌓인다. 오늘이 2002년 6월 18일, 지금쯤 한국에는 월드컵열기가 한참일텐데 나는 어찌하다 이 고원의 눈밭을 달리고 있을까?

한참을 더 달려서 고개에 도달했다. 시계에 달린 기압고도계는 4800m, GPS의 고도계는 4956m를 가리키고 있다. 도로위에는 희끗희끗 눈이 쌓이고 때때로 진눈개비가 아직 날리고 있고 날은 점점 어두워진다. 중간에 한시간정도 대케스가 대신 운전을 했지만 어두워지면서 다시 쿠디라트가 핸들을 잡았다. 일곱시간째 운전을 계속하고 있는 쿠디라트 역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 없이 이길을 다녔다는 쿠디라트지만 끊임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니 베겨날 턱이 없다. 눈을 비비고 머리털 하나없는 머리를 두드리면서도 담배는 계속 피워댄다. 그동안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서 별 피해가 없었지만 기온이 떨어지니 창문을 열지도 못하고 담배를 피우면 차안에 연기가 가득해진다. 하지만 길도 보이지않는 길에서 일행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으니 담배때문에 시비도 걸지 못하고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다케스와 훌리오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나는 두통은 없는데 추위와 무기력감에 고전하고 있다. 계속해서 물을 마시지만 전혀 움직이지를 않기 때문에 물배(?)가 가득차서 속이 출렁거리는 느낌이다. 벌써 3000미터 이상의 고도에 여러번 오른적이 있다는 크리스천은 열심히 먹고 있다.

어두워지고 나니 보이는 것이라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희미한 바퀴자국밖에 없다. 가뜩이나 고소증에 차멀미까지 겹치니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다. 그냥 아무곳이나 여장을 풀고 쉬고 싶지만 쿠디를 출발한 이후 마주오는 차는 커녕 길옆에 집한채 구경하지 못했다. 쉴새없이 영어, 스페인어, 포루트칼어, 불어를 섞어가며 떠들던 다께쓰와 떠벌이 훌리오도 날이 어두워지니 위기감을 느끼는지 조용해진다.

몇시간을 더 달려서 밤 열두시가 되어서야 불빛이 보이는 사람사는 곳에 도착했다. 차가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저녁식사를 한다고 설쳐대는데 나는 식사는 커녕 구석에 웅그리고 앉아서 구역질을 해댔다. 아침에 먹은 만두까지 숙시원하게 토해내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해졌는데 어지럼증은 여전하다. 배낭만 벗어놓고 침대안으로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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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운 2003.08.06 09:44 (*.244.235.147)
    산소부족+두통 등등. 게다가 담배연기까지...
    또 고단한 여정이 시작되는 건가요??

    다음 편이 궁금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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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곡마을 2003.08.06 13:37 (*.104.152.131)
    어째 제속이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머리에도 두통이 시작되는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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