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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8.12 08:42

지하실과 감방

(*.77.15.29) 조회 수 127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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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하나를 넘은후 계속 평지를 달리던 차가 남루(Namru)의 갈림길에서 꺾어져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험준한 산길은 지금까지의 길과는 상대가 되지않는다. 한쪽으로는 천길만길 낭떠러지가 보이고 고개에 다 올라섰는가 하면 더 높은 고개가 기다리고 있고 다 왔는가 하면 또 더 가야한다. 할머니 고개라는 해발 5600미터의 아위라(A-yi-la)에 올라서보니 멀리 히말라야산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케쓰와 크리스천은 둘다 300미리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티벳의 토속종교는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고개마루에 색색의 천조각을 걸어놓은 서낭당 비슷한 타루초가 있다. 타쉬는 하얀 천조각을 하나 들고가더니 타루초 말뚝에 묶어놓는다. 여행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티벳의 풍습이라고 한다.

워낙 오지이다 보니 같은 방향은 물론 반대편에서 오는 차 구경하기도 어렵다. 고도가 워낙 높다보니 구름한점 없이 하늘이 맑다. 2000미터도 안되는 지리산 천왕봉만 올라가도 발아래 구름이 있는데 그보다 두배도 더 되는 곳에 올라섰으니 하늘이 깨끗하기 그지없다. 오염되지않은 공기는 투명하리만큼 맑다. 멀리있는 산들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이렇듯 경치가 좋으니 다케쓰와 크리스천 두사진쟁이들이 가만있지를 못한다.

조금 좋은 각도만 나오면 달리는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나는 풍경사진찍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덕에 기본적인 자료용으로 쓸 사진 한두장만 찍는데 비해 사진기자인 다께스의 경우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필름 한통을 다 찍는다. 자칭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크리스천도 두말하면 잔소리... 가는곳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은 자꾸만 지체된다. 수틀레즈강(Sutlej river)과 해가 지고 있는 그레이트히말라야산맥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위에서 한참을 지체했다.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쭈그리고 앉아서 햇빛에 반사하는 히말라야의 설산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여행에 나는 올림푸스의 디지탈카메라인 E-10 하나 달랑 들고 갔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캐논의 EOS-5에 300밀리 망원과 광각렌즈를 들고 왔고 사진기자인 다께스는 EOS-1N에 각종 렌즈에 300밀리 E/F까지 챙겨들고 왔다. 사진장비만 해도 한짐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사람이 사용하는 기종 모두다 아날로그시절부터 즐겨사용하던 기종이고 지금은 거의 찍지않으면서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기종이라서 그나마 좀 아는체 할 수 있어서 대화에서 빠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짐을 줄이기 위해서 카메라까지 줄였었지만 막상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찍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한 덕분에 잔다의 불빛이 보이는 수틀레즈 강바닥에 내려섰을때는 칠흙같은 어둠이 깔린 뒤였다. 몇번인가 길을 잃고 헤메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트럭에게 길을 물어서 바로 잡았다. 초행길인데다가 어둡기까지 하니 기사인 타쉬도 헤메기만 한다.

숙소를 찾지 못해서 몇번을 여기저기 물어서 구게호텔앞에 차를 세웠다. 말이 호텔이지 우리나라 여인숙 수준도 안되는 초라한 수준이다. 각방마다 대여섯개의 베드가 놓여있는 합숙소 같은 곳이다. 내국인은 30위안인데 외국인은 세배인 90위안이란다. 90위안이든 100위안이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들어가 눕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크리스천이 비싸다고 고집을 부린다.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서 숙소를 알아보았다. 호텔로 정식으로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은 구게호텔밖에 없고 여섯명이 함께 묵을 만한 숙소는 비어있는 경찰서 유치장밖에 없다고 한다.

짐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차에 남아있던 나에게 숙소를 보고 온 크리스천과 다께스는 완전히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리스천의 말로는 싸고 조용하고 깨끗한 숙소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케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실은 숙소가 아니고 경찰서 유치장이고 게다가 지저분해서 왕파리(Big flies)가 득시글거린다는 것이다. 자기는 지저분한 유치장에서는 자기 싫다고 한다. 크리스천과 파브리즈와 잉잉은 유치장에서라도 자겠다고 하고 나와 다께스와 훌리오는 한족식당 지하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별도의 숙박시설이 아니고 자신들이 자던 자리를 비워주지만 그래도 씻고 자라면서 더운물을 가져다준다. 비록 누추한 지하실 바닥에 메트리스 한장 깔았지만 세수하고 발닦고 누우니 이만하면 뭐가 걱정이랴... 내일이면 잊혀진 샹그릴라 구게왕국을 볼 수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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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곡마을 2003.08.12 08:52 (*.197.28.50)
    제일 안전하고 편한 곳이 감옥인데
    자유가 없기 때문에 제일 나쁜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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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2003.08.12 16:20 (*.39.236.129)
    불침번 안서도 되고 절도범 없어좋고 지하면 추위와 더움이 없어좋고 또 밤 낮이 없어서 자고일어남도 내맘대루고, 또없읍니까 . ㅋ ㅋ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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