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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산경표따라 백두산가는길
2002.02.14 11:59

제 2구간(수지-향린동산) : 능선은 개구멍으로 통하고...

(*.54.95.221) 조회 수 1686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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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經表따라 백두산 가는길 2
- 능선은 개구멍으로 통하고 -

2002년 2월 13일
구간 : 수지 수자원공사 - 향린동산

장남이다보니 항상 명절때면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명절이 끝나고 나면 허탈해지는 것도 나이가 먹을수록 더해지는 것같다. 연휴 마지막날 아침 열시가 되어서야 주섬주섬 배낭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명절 뒤끝 연휴기간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택시를 타고 독바위에 내리려니 택시요금을 두배를 달란다. 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정초부터 시비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냥 달라는데로 주고서는 인상을 한번 벅~~ 쓰고 "새해 복이나 많이 받으쇼" 했더니 계면쩍은 듯이 웃는다.

농로길로 해서 지난번 넘으려다 왼쪽으로 벗어났던 수자원공사 현장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능선으로 올랐다. 길도 없는 잡목숲을 헤치고 능선에 올라보니 그런데로 등산로의 흔적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달리고 있다. 아마 저 아랫동네에서 귀향하는 고속도로는 혼잡할텐데...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어서 긴가민가하는데 노란색 표지기가 나부끼고 있다. 가서보니 "한남정맥종주 민경승 박성태"라고 쓰여있다. 인터넷에서 뒤져본바로는 1998년 10월에 지나갔으니 거의 4년이 다된 표지기다. 그외에도 몆가지 표지기가 더 보인다. 준&희라고 되어있는 표지기가 있는가하면 이름은 지워져버린 빨간색 쫄쫄이 표지기도 보이고 몇몇 산악회의 표지기도 가끔 눈에 띈다. 표지기들 덕분에 지도는 많이 꺼내보지 않아도 그런대로 코스찾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왼쪽으로 철조망이 나타나는가 했더니 갑자기 길이 없어졌다. 누군가 앞쪽으로는 나무로 길을 막아놓은 흔적이 보이고 그 뒷부분은 사람이 다닌 흔적도 보이지않고 철조망이 가로막고 서있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철조망을 왼쪽으로 넘어서 블럭으로 지어진 가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내려가다 다시 몇몇 표지기를 찾을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신갈안산고속도로를 끼고 달리던 능선이 왼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앞을 가로막는다. 고속도로 건너편에 능선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내려서 비상활주로 계류장을 건너니 작은 포장도로와 함께 지하도가 나타난다. 자고로 도로를 건설할때는 능선의 가장 낮은 곳을 통과하게 마련인법 경부고속도로 역시 한남정맥의 가장 낮은 부분을 통과하고 있다. 이부분은 서울에서 수원쪽으로 경부고속도로를 주행하다보면 신갈 인터체인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갈인터체이지 진전에 영동고속도로와 같은 방향으로 능선이 뻗어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좌우간 능선산행을 하던 길이 높이 1.8m밖에 되지않는 지하도를 통과하려니 허리조차 잔뜩 구부리고 가야한다. 능선은 잠시 숨을 죽이고 1.8m도 안되는 개구멍으로 흐르고 있다.

신갈오거리에서 수지쪽으로 가는 국도까지 걸어나와서 정식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음 오른쪽으로 걸어나니 영동고속도로 아래로 통과해서 양고개쪽으로 올라선다. 여기서 능선은 운전면허시험장 철조망과 영동고속도로 사이로 이어진다. 면허시험장 정문에서 철조망을 타고 왼쪽으로 올랐다. 영동고속도로의 차량들은 여전히 빠른속도로 흐르고 있다.

면허시험장을 벗어나니 우측으로 온통 아파트개발현장이다. 능선에서 영동고속도로쪽의 일부만을 남기고 온통 파헤쳐저서 오른쪽으로 인위적인 절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흔적만 겨우 남은 141봉을 지나 공사장을 가로질러 공사장을 왼쪽으로 끼고 가다보니 철조망이 또 길을 가로막는다. 다행이 열쇠를 채우지않은 철문을 열고 나서니 우측으로 수원컨트리클럽이다. 여기서부터는 배낭을 멘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치게 된다. 가만보니 약수터에 물을 뜨러온 사람들이다. 오늘은 엉겁결에 집을 나서는 바람에 도시락은 커녕 물한병 안들고 나섰으니 물맛이 꿀맛이다. 이런 능선에 자연샘은 아닌 것같고 아마도 공사장에서 모터로 퍼올리는 지하수인 것같다.  다행이 수량이 많고 물맛이 좋아 동네사람들이 운동삼아 떠가는 모양이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수원컨트리클럽을 끼고 능선이 이어진다. 명절이라 골프장도 휴무인 모양이다. 평소같으면 러시아워를 방불케할 드넓은 페어웨이에 쥐새끼한마리 보이지않으니... 골프장이 자연훼손으로 주범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황량한 아파트 단지보다는 그래도 잘 가꾸어진 잔디밭은 그런대로 보기에 흉하지는 않다. 골프장에서 가장 높은 198봉을 지나면서는 골프장과 작별이다.

195봉을 지나 194봉으로 향하는 길이 묘연하다. 그냥 무작정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앞이 트이면서 석병산이 한눈에 보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석병산에 이르는 마루금은 보이지않는다. 잠시 가방을 벗어놓고 지도와 나침반에 GPS까지 동원하고서야 갈림길을 지나쳐온 것을 알 수 있었다. 5분여 가던길을 되집어서 첫번째 만났던 묘지에서 북쪽으로 넓은 길을 따라 잠시 가다보니 다시 노란색 표지기와 만났다.

산길 소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능선의 잡목숲을 한참 헤치고 올라가니 철조망과 만나게 되고 왼쪽으로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진행하다보니 왼쪽에는 나무를 온통 베어내고 골재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곳인 모양이다.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서 도로로 내려서 가로질러 반대편 능선으로 올라섰다. 182.4봉을 지나는 곳에도 여전히 왼쪽으로 파헤쳐지고 아파트공사가 한창이다.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조그마한 굴다리가 있고 그 굴다리를 지나니 오른쯕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도로가 자리잡고 있다. 빠른속도로 승용차들이 오가는 길이라 산길로 벗어나고 싶지만 도로가 능선 자체에 자리잡고 있으니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동백리 향린촌이다. 오후 세시
아침 열시에 집을 나서서 중간에 약수터에서 물한모금 마신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으니 시원한 콜라한잔에 컵라면 하나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향린동산은 고급주택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니 수퍼마켓 하나쯤은 있지않을까?
터벅터벅 도로를 걷다보니 배고픔과 피로가 더하는 느낌이다. 수퍼마켓을 찾는답시고 마을 가로질러 내려왔지만 수퍼마켓은 커녕 구멍가게 하나도 보이지않는다. 혹씨 마을 앞쪽으로 가면 있지않을까?

다음 능선인 안부와 할미봉, 석성산을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오니 구멍가게는 커녕 있던 마을도 폐허가 되어있다. 지나오면서 보니 여기가 토지개발공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동백지구인 모양이다. 차라리 능선을 계속 타고 갔으면 자연농원입구쪽으로 가서 쉽게 버스를 탈수 있었을텐데...
터벅터벅 아스팔트를 한참 걷다보니 왼쪽무릅에 통증만 더해가고...

한참을 걸어나와서 수원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네시
"밥줘!!!"
"지금 밥해야하는데..."
"그럼 라면줘!!!"
식은밥 한덩이 넣고 말아먹는 라면맛이 오늘따라 더 맛있다.
  • ?
    김종호 2002.02.14 13:04 (*.168.74.123)
    생~ 고생 많이 하셨읍니다. 나는 이런 못된곳에 가면 어굴이 빨개지고 욕이 절로 고래고래 나오는데 그레도 수양을 많이 쌓으신 송매님이라 다르네요 욕한번 안하고 그 긴사연을다 기록 하시는걸보니 부럽씀니다 참을성 대단하시구요 고생 많이 하셨구요 ㅎ-ㅎ-ㅎ-ㅎ 그레도 바보상자와 씨름한거 보담 은낳은가요 ?
  • ?
    김기상 2002.02.14 15:12 (*.95.187.35)
    송매님 한남정맥 종주를 시작하셨군요..꼭 완주하시길 빕니다
  • ?
    宋梅 2002.02.14 15:24 (*.54.95.221)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백두대간 종주를 무슨 훈장처럼 생각하더군요. 물론 저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속질히 자신이 없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지구력도 그렇고... 무슨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시간나는데로 가까운데부터 산행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겁니다.
  • ?
    들풀처럼... 2002.02.14 17:06 (*.54.29.197)
    부럽습니다. 강행군이었군요! 나는 배낭속에 술은 꼭 넣어 다닙니다. 최고이거든요~! 물론 산이 산악일 때는 산중에서 침낭 펴 놓고, 자리끼로만 마시지만... 근데, 그 GPS는 어찌 동원(?)하남요 ? 난케러 갔다가 못된 욕심에 능선을 두 서너개 넘고 나면 내 나이 세살박이 길잃은 어린애가 될 때가 많으니... 지지난해 8월 난사랑 영남정모 때, 합천 모 산에서 아리랑님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돌아올 길을 잊어버려 얼마나 헤멨는지... 그 때만 해도 그 곳은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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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2.02.14 17:22 (*.54.95.221)
    차에 GPS를 달고 다니는데 휴대용이 하나 생겼습니다. http://www.garmin.co.kr/store/store.html 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가끔 중고도 나오더군요. 이거 하나면 결단코 길을 잃고 헤메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소심산채한 좌표까지 찍어두면 자손만대에 걸쳐 밭(?)을 관리할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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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2.15 11:00 (*.191.45.252)
    그렇군요... 들풀님 혼자서는 결코 길을 헤메지 않을 분이신데~^... 그 옆에 알랑님이 같이 계셨군요~~...글고 송매님 그 노란 휴대폰 비슷한거 얼마차림미까?
  • ?
    들풀처럼... 2002.02.15 16:10 (*.54.29.197)
    음, 요 제품은 25만원 정도하군요~! 나 방금 eTrexVenture 먹었습니다. 싸이트에 들어가니 \363,000 한다는데(에누리 없다 큰소리 침) 宋梅님 말대로 벼룩시장에서 방금 나온 따근따근한 놈으로 \280,000에 잡았습니다. 그런데, 고민입니다. 팔자에게 물었지요~! 구입하고 사용도 않했다면서 왜 파느냐? 고, 했더니 설명서를 보는데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자기는 사용하기가 망할 것 같아서 판다고 하였는데... 내 경우도 그렇다면 ~~? 출님이 사시지요~! 30만원에...
  • ?
    宋梅 2002.02.15 17:06 (*.195.69.40)
    들풀처럼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사용법이 간단한 제거하고 바꾸시면 되니까요....ㅎㅎㅎ 이제는 산채가서도 소심캐고 좌표찍고, 산반캐고 좌표찍어서 자손만대에 걸쳐 텃밭관리하게 생겼군요. 축하드립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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