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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8.11 08:42

더 높은 곳을 향하여

(*.77.15.29) 조회 수 120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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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2일

아침 8시에 기상했지만 그동안 널어놓은 빨래를 정리하고 앞으로 열흘간의 여행을 위해서 새로 배낭을 다시 꾸리느라고 9시가 넘어서야 호텔을 나설 수 있었다. 라싸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잠자리에서 자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챙에서 여기까지 올때와는 달리 인원수가 늘다보니 맨뒤칸의 짐칸에도 사람이 타야한다. 따라서 배낭은 차의 지붕위에 올려야한다. 가급적 먼지를 덜 쓰게 하기 위해 포를 깔고 배낭을 놓고 다시 포로 덮다보니 배낭여섯개를 올리고 정리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짐을 다 싣고도 기사인 타쉬는 분주히 오가면 뭔가 출발준비를 하는데 한참이 더걸린다. 그사이 중국식 쌀죽과 밀가루튀김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이제 출발줄비가 다 되었나 했더니 여섯명이서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다. 아무래도 불편한 짐칸보다는 맨 앞자리에 앉고 싶어하니말이다. 결국 맨앞자리와 맨뒷자리는 반나절씩 서로 교대해가며 앉기로 하고 출발하려하는데 티벳승려 두명이서 합승을 청한다. 기사인 타쉬에게 티벳말로 하는 것을 타쉬가 중국어로 통역하고 잉잉이 다시 영어로 번역해준다. 라싸를 지나 티벳동부의 사원으로 가는 길인데 라싸까지 태워주면 고맙겠다는 것이다. 마음씨 착한 잉잉은 태워줬으면 하는 눈치인데 크리스쳔과 다케스는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 일행도 자리가 불편해서 신경전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과 열흘동안 같이 여행해야하는데 자리 뿐만 아니고 여러가지로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고소증에서 조금 나아지고는 있지만 오늘은 해발고도 5600미터가 넘는 아위라(Ayi-la)를 넘어야한다. 몸컨디션이 정상이 아닌데 자리까지 불편하다면 여러가지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보인다. 원래있던 사원에서부터 일주일째 걸어서 알리까지 왔고 여의치않으면 라싸까지 걸어서라도 간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저버렸다. 하지만 크리스쳔의 강력한 반대로 약간의 돈을 모아서 시주를 하고 끝내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도 어제 오전에 라싸까지 가는 교통편을 구하기 위해서 한참을 헤멨지만 라싸까지의 정기적이고 대중적인 교통편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랜드크루저를 임대해야하는데 비용이 만만치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티벳인들은 지나가는 트럭을 히치하이크하는 것이 고작이다. 아니나 다를까 짐도 다 싣고 사람도 다 타고 마지막 준비로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고 있는데 등산복에 배낭을 멘 중국인 하나가 다가와서 태워주기를 청한다. 3년째 중국을 걸어서 여행하고 있는 중이란다. 서툴기는 하지만 영어로 설명하고 그동안 여기저기 신문과 잡지에 난 자신의 기사를 스크랩한 자료를 보여준다. 푸랑까지 여행을 했었는데 병이 생겨서 알리에서 한참 요양을 하다가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푸랑으로 가는 길이란다. 우리와 행선지가 다르기 때문에 곤란하다했더니 갈 수 있는데까지라도 태워달라고 간청을 한다. 헌데 이번에는 기사인 타쉬가 단호하게 거절한다. 중간에 내려주어도 여기만큼 차가 안지나가기 때문에 어차피 차를 얻어타려면 내일 새벽에 여기서 구해보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가이드북에도 대부분의 트럭들이 새벽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히치하이크를 하려면 새벽에 해야한다고 쓰여있다.

전반적인 도로상황은 엊그제 지나온 구간보다는 훨씬 양호하다. 다만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도로공사덕분에 도로가 말이 아니다.때로는 파헤쳐진 길을 더 덜컹거리며 넘어야하고 때로는 우회해야한다. 지를길로 간다면 한참동안 산을 오르는가 했더니 내리막길에는 아예 길이 없다. 그냥 토사화 함께 차가 밀려내려간다. 까딱하면 차가 뒤집힐 것같은데도 용케 피해나간다. 이건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고 산사태를 타고 가는 기분이다.

오늘중으로 구게왕국과 자프랑이 있는 잔다에 도착해야한다. 어제 흥정할 때는 길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던 타쉬가 막상 출발하고 보니 길을 잘 모른다. 라싸와 알리만 다녀봤지 자신도 잔다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갈림길에서 길을 찾아야하는데 한참을 헤메다가 사막한가운데 덜렁있는 집에가서 물어보고 다시 길을 잡는다. 잘가는가 했더니 뒷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타쉬가 타이어를 수리하는 동안 햇빛에 앉아서 또 해바라기를 한다. 멀리 산이 보이는 고원사막지대이다. 삭막한 땅이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하천이 흐르고 그 하천을 중심으로 목초가 자라고 양떼와 야크떼를 방목하는 유목민들의 집이 가끔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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