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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8.08 08:45

살아있음으로 아름다운 고원...

(*.77.15.29) 조회 수 131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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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0일

여기가 어디쯤일까? 가만히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여봤다.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맥박을 재봤더니 100회정도이니 위험한 상태는 아닌 것같다. 그나마 어제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그렇게 움직이지않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문득 가족들과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잘들 있겠지? 천만다행인 것은 아직은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것이고 어제 하루동안 빵한조각, 물한모금 먹지 못했지만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훨씬 좋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틀만에 세수를 하고 담벼락에 기대서 한참 해바라기를 하고 앉아있었다. 쿠디라트가 멀리서 보고 반갑게 뛰어오더니 어떠냐고 묻는다. 만약 내가 원한다면 다시 예챙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일행중에 한명이라도 고산병증세가 있으면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 법적으로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단 한사람이라도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출발지로 돌아가야한다고 한다. 사실 돌아가고 싶어도 지금은 늦어버렸다. 알리까지는 하루면 가지만 예챙으로 돌아가려면 왔던 길을 또다시 이틀을 가야한다. 4300고지에서 잠을 잤는데도 맥박이 떨어지고 있고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으니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같다.

괜찮다고 했더니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아직 청색증은 보이지않는 것이 그리 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내손가락을 보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준다. 손톱밑이 푸르죽죽하게 청색증 소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역시 머리를 두드린다. 계속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손톱색이 이렇게 되면 담배를 끊어야한다고 했더니 예챙으로 돌아가면 괜찮아진다고 웃는다. 나도 1년전에 담배를 끊었기에 망정이지 아직 담배를 피고 있었으면 이 여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랫만에 중국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여전히 느끼하지만 한참을 굶었던 탓이라 그런지 먹을만하다.

날씨도 좋고 도로도 비교적 평탄하다. 어제 그제와는 달리 멀리 풀을 뜯는 양떼와 야크떼도 보이고 드문드문 민가도 눈에 띈다. 산에 나무는 전혀 없지만 물이 고여있는 호수가 있고 호수근처에는 풀들이 자라고 있어서 양과 야크를 방목하기 좋아보인다. 멀리보이는 호수와 더 멀리 보이는 희말라야의 설산이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함께 더 없이 아름답다. 드문드문 유목민들이 겨울에 거주하는 빈 흙담집이 보이고 겨울에 연료로 사용할 배설물을 쌓아놓은 것도 보인다.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팔곤호수(Palgon-tso)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다가 또 다시 체크포인트를 지났다. 점심은 루톡(Rutock xian)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위구르족 식당에서 했다. 자그마한 도시지만 한족식 건물들로 형성된 신시가지가 인상적이다. 어쩐지 원주민인 장족은 거의 보이지않고 한족과 위구르족이 많이 보인다 했더니 인도와의 국경분쟁이후에 군사도시로 새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 대부분이 최근 20-30년 사이에 옮겨온 이주민들이고 실제 원주민인 장족들은 변두리에서 유목생활을 한다고 한다.
가끔 유목민들과 양떼와 야크떼가 보이지만 여전히 척박한 땅이다.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가 없다.

루톡을 지나니 도로가 비교적 형태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자주 마주치는 대형트럭들과 교행하는데 한참이 걸리는 좁은 도로다. 가끔 하천변에서 지하수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이 이제는 장족의 유목생활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정착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수가 개발되면 목초는 물론 기본적인 농사도 가능할테니 구태여 풀을 찾아서 여기저기 떠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자원이 확보된 지역에서는 땅이 기름지고 일조량이 풍부해서 농사가 비교적 잘 된다고 한다.

루톡에서 알리까지는 130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밤 11시가 다되서야 알리의 불빛과 만날 수 있었다. 신장티벳 하이웨의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알리 외곽의 체크포인트는 아예 차단기만 내려놓고 사람은 커녕 불빛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차단기를 우회해서 알리시내에 들어섰다. 알리에서 가장 고급이라는 호텔에 들었지만 샤워시설이 아예 없단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5분정도 걸어서 공중목욕탕을 이용해야한단다.

명색이 최고급 호텔이라는데 직원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못한다. 숙박계를 작성하는데 스무살정도 되어보이는 호텔직원은 "코리아"를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인다. 어리벙벙해서 처다보고 있으니 발로 공을 차는 흉내를 내면서 "Italy go home!!!"이란다.
한국이 이태리를 이겼다는 말인가? 설마~~~
독일도 이겼다 하고 브라질도 이겼다고 하니 다국적백수연합팀의 삼개국 모두 이기고 있는 모양이다. 축에서 빠지지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공연히 어깨가 으쓱거려진다.

짐을 풀어놓고 5분을 걸어서 공중목욕탕을 찾았다. 우리네 대중탕과는 달리 탕은 없고 칸막이와 함께 샤워시설만 되어있다.

  • ?
    김종호 2003.08.08 09:51 (*.39.236.129)
    기행문이 너무도 생생하여 내가 티벳여행을 하는듯합니다
    송매님은 문학에도 ........나중에 기행문학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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