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峰山과 白雲山만큼 흔한 이름도 드문것같다.

일반적으로 산악인들이 九峰山이라고 하면 전북 진안의 운장산의 한 봉우리를 말한다. 하지만 똑같은 이름의 산들이 각지역마다 한두개씩은 있나보다. 대전근교에도 있고 춘천근교에도 있으며 이곳 용인과 안성경계에도 있다. 그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구봉산이 있는 것같다. 하지만 대부분 九峰山이란 이름을 가진 산의 공통점은 봉우리가 많다는 점이다. 원래의 의미는 봉우리가 아홉개나 된다는 뜻일 테니까.
실제로 한남정맥구간의 구봉산도 그중 어느것이 진짜 최고봉이고 정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러개의 연봉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지도와 실측고도와 표지석이 각기 다른 곳이었으니까...

좌우간 산경표상의 九峰山이 지도상의 九峰山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白雲山이다. 산경표상의 칠현산이 현대지도에는 칠장산으로 되어있고 칠현산은 따로 존재한다.(이부분은 나중에 한번 더 따져보기로하자.) 산경표에는 칠장산과 구봉산사이에 白雲山이 있는데 이 白雲山이 현대 지도에서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白雲山이라는 이름은 구봉산이라는 이름보다 더 흔하다. 잠깐 인터넷을 뒤져보니 전국적으로 백운산이 약 20여개가 있단다. 그 중 함양 백운산(1279), 광양 백운산(1218), 원주 백운산(1087), 포천 백운산(904), 동강 백운산(883)정도가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고도가 가장 높은 산은 바로 정선 백운산(1426)이란다.

산경표에서 막힐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대동여지도를 한번 보자.
이 대동여지도에는 떡~하니 白雲山이 표시되어있다.
구봉산 아래 유주현(楡舟峴)이 있고 그아래 白雲山이 그려져있다. 楡舟峴은 죽산에서 안성가는 길목이고 녹배고개일 것이다.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楡舟峴을 풀어쓰면 느티나무배 고개인데 녹배고개와는 뭔가 연관이 있을 것같다.
대동여지도의 백운산과 칠현산(칠장산)사이에 당항령(撞項嶺)이 표기되어 있는데 이길은 죽산에서 안성을 거치지 않고 직산(稷山)으로 바로 가는 길이다. 최근의 지도 어디에도 당항령(撞項嶺)은 표시되어 있지않지만 도덕산과 관해봉중간의 목초지대를 넘는 고개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白雲山은 지금의 도덕산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헌데 산경표를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도 않다.
산경표상의 백운산은 칠현산에서 북쪽으로 와서 구봉산, 정배산, 구포산의 세갈래로 갈라진다. 이부분은 산경표상의 오류로 광교산 아래 오봉산(五峰山)에 가서 붙어있다. 아마도 五峰山과 九峰山의 표기가 비슷해서 생긴 착오같다. 어쨋든지 실제로는 정배산(鼎陪山)과 구포산(九苞山)은 구봉산에서 분기한다. 헌데 산경표상에는 백운산에서 분기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백운산이 지금의 도덕산이라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산경표대로 세갈래로 분지한는 곳을 백운산이라고 한다면 구봉산과 백운산은 같은 산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지도에서 백운산이라는 지명이 없어진 연유도 이때문은 아닐까?

현재까지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백운산은 도덕산이고 백운산에서 세갈래로 분지한다고 되어있는 부분은 구봉산에서 분지하는 것으로 바로잡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산경표에 늘 있는 단순한 오류인지 도덕산이 백운산이라는 결론이 잘못된 것인지는 아니면 백운산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지 아직 확일할 수 없다. 좀더 차분하게 자료를 뒤져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