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난향방

조회 수 1318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자 한겨레신문을 보고 퍼온 글입니다.
---------------------------------------









△ 일하면서도 항상 마음을 챙기는 페인트공 아저씨 천원택씨.


대덕연구단지 박사 과기원·충남대생 모여 가식도 위선도 버리고 마음을 내놓는 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대덕밸리가 눈 앞에 펼쳐진 대전광역시 유성구 송광동 한마을아파트.


   대덕연구단지의 국방연구소 항공기체계부장 한학명 박사의 집 거실에 20여명이 둘러앉아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2주일마다 한번씩 하는 대덕연구단지 박사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 및 충남대학생 등이 마음공부일기를 발표하고 서로를 점검해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잠시 후 이곳에 난데없이 옷에 페인트가 잔뜩 묻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박사들이 깍듯하게 맞이하는 그는 페인트 가게 아저씨 천원택(45)씨다. 어려서부터 신문배달, 구두닦기, 막노동을 하며 자랐고, 야간중학교를 거쳐 진학했던 상고마저 졸업하지 못했으니 이 모임은 그가 낄 자리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공부가 시작되면서 내로라는 이들이 왜 천씨와 함께 하려는지 그 비밀이 조금씩 드러났다.


   먼저 연구원 가족인 충남대생 강지연씨가 여동생 지완이와 함께 운전면허시험을 보러갔던 이야기를 쓴 마음일기를 읽었다.


   “종료지점에서 깜박이를 켠 채로 시동을 껐다. 또 감점이다. 좌절…. 지완이가 잘하기를 빌어야 하나, 아니면 또 같이 시험보게 떨어지길 바래야 하나. 지완이가 백미러 확인을 안한다. 걱정도 되면서, 안심도 된다. 무지하게 치사하다. 이건 언니도 아니다. 지완이는 합격이다. 부럽다. 그런데 경찰아저씨가 나도 합격했단다. 동생과의 비교심이 이렇게 힘든 경계로 다가왔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몇분동안 요란했던 마음을 유리알처럼 비춰본 그에게 “마음을 잘 챙겼다”고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했다. 수줍은 듯 웃는 지연씨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엔 화학연구소 연구원의 부인인 안봉은씨가 중풍이 걸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돌보면서 시어머니에게 잘못한 뒤 가슴 속에 밀려드는 후회 등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일기를 읽었다. 그러자 모두가 가슴이 뭉클해진 듯 말이 없었다.


   이어 한 연구원 간부인 남편과 함께 온 부인이 `마음을 내놓았다'.


   “석사학위 논문에 바빠 엄마 병문안도 가지 못했다. 엄마가 오지 않는다고 욕을 해 월요일 하루 갔는데, 수요일에 돌아가셨다. 올케 언니가 잘못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올케 언니에게 원망심이 생긴다. 왜 이럴까. 마음의 중심이 잘 안 선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천씨가 말문을 열었다.


   “마음이 주저앉을 땐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괴로워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을 붙잡고 시비하기보다는 (마음 상태가) 그런 줄만 알면 된다. 그런 마음까지도 수용하면 더 이상 괴롭지 않게 된다.”


   천씨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기를 듣고 나서 서로 감정해주는 이런 `문답감정'을 통해 이들은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마음공부 선배인 천씨의 도움을 받으며 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마음공부한 뒤 아내의 위장병이 사라졌다는 한윤성 박사는 “예전엔 온갖 경계들과 어떻게 씨름을 해갈까 걱정돼 출근 때부터 괴로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계야! 오너라' 하는 자신감이 생기고 인간관계도 매우 편해졌다”고 말했다.







△ 대덕연구단지의 박사들에게 마음공부를 가르치는 페인트공 아저씨 천원택씨. 그는 사람들이 마음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춰봄으로써 이치를 터득하고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천씨도 불과 7년 전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고향인 이곳에 내려올 때까지만도 지금과 같은 평안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인생의 바닥에서 우연히 원불교 마음공부를 시작했고, 그 마음일기를 책으로 펴낸 <살아있는 내 마음 그것 참 묘하네>는 소리소문없이 퍼져나가 화제가 되었다.


   그의 삶은 어떨까. 그의 페인트 가게 바로 옆에서 청과물상을 하는 강석관씨는 “페인트 가게에선 깡통과 박스 등이 수없이 쏟아지는데도, 길에 내놓아 옆집이나 행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워낙 겸손하고 됨됨이가 훌륭해 10살 아래인 그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씨 자신의 일기에선 이처럼 `훌륭한 채'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을 길이 없다. 문제될 게 없는 탈속세계가 아니라 그의 일기 속엔 문제 투성이인 삶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돌아가실 뻔한 어머니가 병에서 회복돼 돌아오는데 기뻐하기는 커녕 다시 모실 일을 괴로워하는 선경이가 미워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부치고 싶은 마음이 울컥한다. 그런데 선경이가 `왜 친정엄마 대하는 마음과 시어머니 대하는 마음이 이렇게 다를까. 한치 건너 두치라더니'라고 독백하며 괴로워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깨어난다. 아! 맞어! 그런 줄 몰랐네. 한치 건너 두치인 이치를!”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아내의 태도에 화가 난 마음을 그려낸 일기엔 위선도 없고, 가식도 없다. 거울처럼 투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비출 뿐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는 다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이치를 터득하고,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그는 마치 자기 마음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것만 같다. 자기 마음을 챙겨 마치 남 얘기인양 일기에 적는 그를 보면 일반인들이 평소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훌륭한 채', `괜찮은 채' 꾸미고 사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다.


   “내가 볼 때는 빠른 손놀림, 안 볼 때는 느릿느릿. 일당으로 일하러 온 아줌마들의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 혼자 실실 웃는다.”


   페인트공 아주머니들이 천씨가 왜 그렇게 편안한지 그 비결을 알 수 있을까. 그의 마음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막이 아니라 기름진 땅처럼 온갖 감정이 생동하지만 이를 감춰두지 않고, 햇볕에 꺼내놓기에 곰팡이가 슬지 않고 청정할 수 있다는 것을.  


  대전/조연현 기자 cho@hani.co.kr


  
                
                

  • ?
    들풀처럼... 2001.08.02 22:08
    그래서 끝까지 가봐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윗 글을 읽으면서 나는 왜~?페인트공 천씨 아저씨가 , 그 보다 먼저 강지연씨 얘기, 화학연구소 부인 얘기, 천씨 이야기를 다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도 송매님이 뭔가 집히는데가 있어서 옮겨왔겠지~, 그래 읽으니 내, 천시 아저씨가 부럽다~! 일기에 진실만을 쓸 수 있음이...
  • ?
    宋梅 2001.08.03 09:37
    박사들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실제로도 많이 아는 사람들이지만 모르는 것도 아는체 해야하는 그런 부류(?)라고 봤을때 상대적으로 페인트공은 아는체 해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데 큰 차이가 있는 것같습니다. 그만큼 솔직해질 수 있고 솔직해진 만큼 편안해지는 것... 그런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
    은 파 2001.08.03 23:47
    송강은 엑스포 아파트 지나서 연구단지 쪽으로 가다 보면 새로 지은 아파트촌 외국서 생활하다오신 분들도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 안정된 생활....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웃간에 돈독한 정은 없더군요! 언니가 그 쪽에 살기에 제가 가서 보고 느낀점 입니다. 편안한 마음의 안식처처럼 페인트공 아저싸를 만나지 않나 싶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