弄美堂 - 바람도리의 미술야그

<플럭서스>와 <중국현대미술> (1)

by 바람도리 posted Aug 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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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란 간판을 내건 동네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온갖 못 말리는 괴짜들이 한 데 모여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 오직 그 장난에만 골몰하고 있는 듯 하다. 선배들의 전통과 권위는 곧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 새로운 세대는 진군가를 부르며 그 선배들의 시체를 거침없이 넘어 다닌다. 그래서 “새로움의 전통(Tradition of the New)”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용어가 상식이 되어버린 것이 소위 “모더니즘(Modernism)”이라고 부르는 현대미술이다. 그 새로움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현대미술을 진정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중들을 질리게 하여 멀리 달아나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독일 플럭서스, 1962-1994≫라는 전시가 열렸다. “플럭서스(Fluxus)”라는 미술운동 명칭은 아마도 생소하겠지만, 백남준, 요셉 보이스 등 작가들의 이름은 귀에 익을 것이다. 이들의 정신세계가 근원적으로 뿌리 내리고 있는 요람이 바로 이 미술운동 그룹이다. 화가, 작곡가, 시인, 학자, 노동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타고난 끼를 발산할 곳을 찾아 라인강변의 도시들 이곳저곳을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온갖 만행(?)을 일삼았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답시고 관중석에 물을 끼얹는 것은 예사고,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다고 멀쩡한 피아노를 박살을 내고, 작가들이 무대 위에 놓인 깡통을 둘러싸고 오줌을 누고 그 소리를 교향악이라고 주장하는 등 그 폐악(?)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상전벽해라고 했던가. 그 말썽의 흔적들이 지금은 각국의 주요미술관들이 애지중지하는 귀한 컬렉션이 되어있으니 참으로 현대미술은 요지경이다 할 밖에. 당시로서야 그 오줌깡통은 청소부도 싫어했던 대상이었을 것이니.

문제는 그 작품들을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내 입장이었다. 하노라고는 했지만, 환자로 보이기 십상인 이 작가들을 일목요연하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우선 큐레이터인 나부터 이 작가들 모두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큰소리치기는 어려웠으니. 어쨌든 전시는 개막했고 예상대로 관객들 상당수가 짜증(?)을 내면서 관람을 했는데, 전시장을 나오는 이들은 대체로 허탈감, 분노, 소외감 등등이 믹스된 표정을 짓게 마련이었다. 그나마 또 다른 상당수의 관객들은 나름대로 흥미롭게 보는 듯 했고, 소수의 전문가들은 찬사를 보내주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