弄美堂 - 바람도리의 미술야그

"弄美堂" 을 열면서...

by 바람도리 posted Aug 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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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에 출퇴근한지 벌써 8년째...
나름대로 하노라고는 했건만, 사람들에게 미술이, 특히 현대미술이 피부에 살갑게 와 닿지는 않는게 분명하다. 미술에 문외한인 친구들은 간혹 날 만난다는 핑계로 미술관에 왔다가는 어김없이 짜증을 낸다. "이기 뭐꼬.", "순 쓰레기 아이가", "스트레스 풀려다가 더 쌓이네" 등등.  밥벌이하는 죄로 나로서는 왠지 미안스럽다. 그러다 그 쓰레기가 몇 억이라고 한 마디 하면, 그냥 "엌"하고 만다. 아마 저 넘도 두번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그런데.. 십수년을 현대미술판에 섞여 살고 있는 내게는 그 '쓰레기'가 무척 재미있다. 쓰레기를 쓰레기 아닌 양 뻔뻔하게 미술관에 가져다 놓는 작가의 억지가 재미있고, 그 억지를 '억지로' 설명해 보려고 끙끙대는 평론가의 수고가 재미있고, 그 쓰레기를 그냥 그대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재미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일탈을 감행한 쓰레기가 아닌가.
대한민국 성인들 대부분의 미술 수준이 중학교 1년 수준에서 정지한다고 들었다. 미술교육 자체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입시다 뭐다 '중요한' 공부들이 즐비한 시점에서 미술교육에까지 눈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더 큰 문제이리라. 어쨌든 그 뒤로는 죽~ 사는게 더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이니 언제 호사스럽게 미술에까지 다시 눈길을 돌릴 틈이 없겠다.
그러나 어릴 적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낙서를 하고 줄기차게 나무와 사람을 그려대던 어린 '미술가'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다. 그에게 조금 움직여보자고 말을 건네보자. 당장에 다시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마주하는 것은 두렵더라도 그저 조금씩 보고 생각해 보는 일부터 해 보자고. 누군가 먼저 만들어놓은 '쓰레기'들을 한번쯤 흥미롭게 살펴보자고. 중학교 1년의 추억 속에 정지해버린 미술의 느낌을 조금 더 나아가도록 시동을 거는 수고를 조금만 하자. 그 수고란 미술품을 실제로 보도록 발과 눈을 가동하고, 설명을 듣도록 귀를 잠시 열어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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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弄美堂"의 기조가 그저 이럴 것 같아서 생각난 대로 읊어 보았습니다. 다만, 미술이 생각보다는 삶과 가까이 있더라는 것, 무언가 만들고 감상한다는 과정에는 분명 가슴 찌릿한 '재미'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네 어른들 대부분 그 재미를 잃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코 작은 낭비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미술을 갖고 놉시다"는 취지로 게시판을 만들어 보았답니다... ㅎㅎㅎ 얼마나 꾸미게 될런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저 역시 부담없이.. 그저 생각 닿는대로.. 꾸려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