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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조회 수 1099 추천 수 0 댓글 1
개인사이트를 오픈한 지금까지도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많이 찾아가는 사이트인 난사랑의 모토다.
"난사랑, 가족사랑, 환경사랑"
하도 자주 봐와서 그런가? 그냥 무덤덤하게 그저 그렇게 생각했었나보다.

난을 하는 사람치고 난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가족사랑은 어떤가?
사실 난하는 사람치고 가족들하고 전혀 문제가 없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가끔 아주 오래하신 선배애란인들이 부부가 같이 산행하고 같이 난을 키우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울때가 있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89년봄에 송매(宋梅) 한분을 구입하고 난이라는 것을 처음 구경했고 처음 키우기 시작했다. 몇분 되지도 않는 난분 몇개 베란다구석에 처박아 두고서는 마치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하는 꼬라지(?)가 가족들에게 그리 곱게 보일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집에 있는 몇시간을 빼고나면 대부분을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보내니 잠자는 시간 빼고, 밥먹는 시간빼고 나면 집에 있는 시간 전부를 베란다에서 보내는 것이다.

어디 그것뿐이랴.
지가 언제부터 콜렉터였던가?
벽에 명감하나 터억 붙여놓고서는 그 많은 품종을 다 모으겠다고 방방 뜨고 살았으니 경제적인 문제가 안생길래야 안생길 수가 없다. 몇푼되지도 않는 용돈명목의 돈은 난가게 한번만 갔다오면 이미 바닥이 나니, 나머지 기간동안 손을 벌리고 살아야한다. 어디 용돈만 손벌리면 다행이지... 봉급은 전임강사라고 문자그대로 쥐꼬리를 통채로 던져주고서는 용대가리를 삶아먹겠다고 뎀비는 꼬락서니다.

결국 난을 둘러싸고 집사람과의 신경전은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새로 구입한 난한분 집에 들고 들어가는 것이 007스파이작전을 빰치는 묘수(?)를 동원해야만했다. 그러니 집사람이 난을 바라보는 눈길이 고울리 없다. 가족보다도 난이 우선하고 있으니 되려 난이 모든 불화의 원흉이라도 되는양 미워했다. 집사람의 눈길로부터 난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투쟁(?)해야 했던가?

그럭저럭 중국춘란명품 위주로 30여분을 힘들게 장만했었다.
작지만 자그마한 난대도 하나 장만하고 제법 촉수도 늘리고 꽃도 몇번 구경하고... 물론 신경전에는 휴전이라는 것이 없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다가 한달정도 집을 비워야할 일이 생겼었다. 난이 발목이 잡혀 있으니 한달 비우면 온전할리 없고 그새 집사람이 이쁘게 물주고 관리할 리도 없으니 생각같아서는 포기하고 싶지만 신상에 큰 변화가 있었고 어찌보면 마지막 기회였으니 며칠간 집사람에게 물은 이렇게 주고 창문은 이렇게 하고 잔소리쓴소리, 애걸복걸 빌다시피해서는 건성 승락을 받았다.

그래도 까짓껏 중간에 물 한두번만 뿌려주면 죽기까지야...
하지만 막상 돌아왔을때 베란다는 참담했다. 9월 땡볕에 차광은 커녕 한달동안 단 한번도 물을 주지 않았으니 몰살...
몇년동안 얼마를 투자한 것인데...
아깝다 내돈...
따지고 보면 이때까지도 난을 위해서 들인 본전생각이 간절했고 또한 난을 돈이라고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것같다.
물론 집사람과 대판을 벌렸었지만 난이라면 치가 떨리고 이가 갈려서 아예 베란다쪽에는 가고 싶지가 않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가끔은 물을 안주면 죽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베란다쪽은 끝까지 외면했었다고 한다.
오죽 미웠으면... 내가? 아니면 난이?
아니 내가 얼마나 가족들이나 집사람에게 무심했었던가?

다시는 난을 하지 않겠노라고 나 스스로 다짐했건만 몇년의 공백기간이 지나고 결국 또 다시 난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집사람이 좋아하는 야생화와 허브들 틈에 슬그머니 다시 송매를 한분 끼워넣으면서부터였지만...
이사하고 나니 환경이 달라진 탓인지 일부 무의식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좌우간 난을 제외하고는 다 죽고 말았으니 또 다시 베란다에는 난만 남게 되었다.

이번에는 한술 더떠서 산채니, 집채니, 농채, 길채...
베란다에만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고 밖으로 쏘다니기 까지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이 집사람의 시각이 곱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몇년의 공백기간이 있었고 십수년이 지났지만 예전의 악몽이 반목되는 것은 아닌가 나름대로 신경쓰고 가족들에게 베풀기 위해서 노력했었지만 그래도 항상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던가?

얼마전부터 이것저것 잔병치레를 하는 집사람이 혹씨 집에만 있어서 갑갑증인가? 아님 갱년기 우울증이라도? 가끔 바람을 쏘인답시고 끌고 가는 곳도 결국 기껏해야 야생화전시장 아니면 농장... 어느날부터는 아예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끙끙거린다. 아파서 앓고 있는 집사람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여러가지 생각에 젖었다. 다른 직종도 아니고 집사람이 이지경이 되도록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뭘했는가?

다행이 원인을 찾아서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고 며칠새 눈에 보이게 증상이 호전되었지만 아직도 집사람한테는 미안한 마음 금할길이 없다. 덕분에 가족들과 집사람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집사람 입장에서는 난에 대한 미움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같다.

따르릉~~
전데요.. 베란다 온도가 20도가 넘어가는데 창문열어야되지않아요?
아 그럼 열어야지...
열어놓을께요.
고맙수...

따르릉~~
오늘은 해지니까 9도까지 떨어지는데...
창문좀 닫아줘~~
그럴께요.

지나치지 않고 과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난에 사랑을 쏟아야
가족을 사랑할 여유도 생기도 또 가족들에게서도 사랑을 받을 수 도 있고...

결국 "난사랑 가족사랑"이 아니고
"가족사랑 난사랑"이 아닐까???

김순제 올림
  • ?
    임향만 2001.04.24 04:48
    언젠가 어느때라도 이곳을 지나시면 꼭 사모님과 함께 산채나물 비빔밥을 같이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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