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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2001.04.13 15:26

[Re] 난...주절주절....

조회 수 1017 추천 수 0 댓글 0
宋梅 Wrote :
>결국 "난사랑 가족사랑"이 아니고
>"가족사랑 난사랑"이 아닐까???

요즘 퇴근해서 아이들 찾아(?) 데리고 집에 가면 베란다로 직행한다.
동양란 몇 분 놓고 난사랑 찾아 들어간 것이 작년 이맘 때, 지금은 거기에
여기저기서 얻은 춘란 십여분, 풍란 몇 분, 양란 몇 분, 원래 있던 관엽식물까지 그야말로 짬뽕베란다다.
종류에 맞게 관리하는 것도 잘 모르고 할 여건도 안되고...그러니 적응해서 살기를 바라며 키우는게 고작이다.
그래도 집에 가면 베란다 나가보는 것이 우선이고 아침에 눈뜨면 거기부터 간다.
남편은 거기를 밭이라 표현한다. "아침부터 밭에 나갔네!"
물론 선인장은 물을 전혀 안 줘도 사는 걸로 알아 말려 죽인 전력이 있는 남편은 식물엔 별로 관심이 없다.

작년엔 나팔꽃을 키웠다. 씨를 심어 싹이 나고 덩굴이 자라도록(올라갈 줄 매느라 고생했다)
눈길조차 안 주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침에 나보다 먼저 밭에 나가 오늘은 몇 송이 피었나 세어보고 감탄하고 애들 데리고 가 보여주고...

내 어린시절은 참 풍성했었다. 물질적으로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지천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들 푸른하늘, 산, 바람, 시냇물, 송사리, 풀냄새, 그래 반딧불, 밤하늘의 별도...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올라와서(아니 잡혀왔다. 난 엄마와 형제들과 떨어져 시골서 살았었다)
그 모든 것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약간 넓은 마당에 엄마가 꽃을 키웠다.
봄이면 모두(우린 칠남매다) 나가서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매일 저녁나절이면 물을 주고
꽃피면 꽃이랑 잎이랑 따서 소꿉놀이도 하고 손톱에 물도 들이고...
과꽃, 맨드라미, 분꽃, 채송화, 봉숭아, 사루비아, 금잔화, 금계국(맞나? 노랑색 국화과 꽃 같았는데) - 엄마가 좋아해서 심었던 꽃들 이름...
요즘 엄마는 화단에 꽃 대신 상추, 고추, 오이, 토란등의 채소를 심으신다. 아까운 땅에 꽃을 왜 심느냐고...

하여간 이러저러해서 난 식물을 좋아한다. 녹색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삭막한 아파트 테두리안에서 자라는 우리 애들...좁은 공간이나마 푸르게 가꾸어 보게 하고 싶다.
저녁에 내가 베란다로 나가면 민재는 얼른 따라 나온다.  하루종일 떨어져 있다 만난 엄마가 나가니
놓칠새라 따라와 쭈그려 앉아 있는 내 등에 기대기도 하고 돌아다니며 놀기도 하고...
엄청 큰 꽃이 핀 팔레놉시스(양란농장에서 쬐금 일해주고 특상품을 얻었다)를
민재꽃이라고 정해줬더니 자기꺼라고 그 꽃앞에 가서 좋아한다.
별 관심이 없고 엄마 따라다닐 필요성을 못 느끼던 큰애는 몇일전에 자기 화분이 생긴 후
(교회에서 선물로 받았다 - 반투명 핑크빛 플라스틱분에 봉숭아 꽃씨 4알,
비닐에 든 흙과 소꿉장난용 플라스틱 삽과 물뿌리게를 넣어 파는게 있다)
매일 따라나와 손가락 두개크기의 물뿌리게로 물을 준다.

좁은 베란다지만 내 어릴적의 넓은 들판이나 화단처럼 그렇게 느껴질까?
가끔 애들 두고 산에 가기도 하지만 "내 밭"을 애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난을 좋아하지만, 애들이 더 중요하기에...
나팔꽃도 다시 심어 남편도 불러들이고...
난도 우리들의 정서를 키워줄 녹색식물일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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