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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8.10.21 09:57

카일라스에서 만난 수행자

(*.77.15.29) 조회 수 3084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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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티벳에서는 이미 티벳의 고유전통문화를 접할 수 없다고 혹평한다.
특히 같이 여행하던 크리스천이라는 독일친구는 인도의 라닥을 가야 변형되지않은 원래의 티벳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수의 한족들이 들어와 사는데다가 문화혁명이후 중국정부의 각종 제제와 통제로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 이주정책으로 1980년에 티벳에 거주하는 티벳인들이 6백만 명인 반면 중국인들은 7백 5십만 명에 이르렀었다. 수도 라사의 경우만 해도 1946년까지만 해도 대 사원에 있던 2만 여명의 승려 수보다 적은 인구가 살았었는데 지금은 20여 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으며 라사 인구의 70%가 중국인이다.
서부의 알리지역에는 한족은 물론 신장지역에서 넘어온 위구르족들도 많이 살고 있다.

알리에서 라싸까지 랜드크루저를 운전하던 자시(타시)의 경우도 한족이지만 티벳에서 낳고 자란탓에 티벳어와 한족말을 다 할 수 있는데다가 한족문화는 물론 티벳족 문화에도 친숙한 편이었다. 문제는 자신도 티벳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티벳에서 낳고 자랐으니 자신을 티벳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먼훗날 티벳의 독립운동은 어떻게 될까? 이미 중국인들의 성공이 보이는 판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티벳의 독립은 점점 어려워질지 모른다.

 

그외의 외국인은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
카일라스 지역으로 들어오면 드물지않게 아리안족계통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물론 그들도 대부분은 나처럼 여행을 온 사람들이다.

특히 인도인들과 네팔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 대부분은 한눈에 봐도 인도의 갑부쯤 되는지 고급스러운 차림새하고 있고 혼자서 랜드크루저를 대절해 타고 오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많은 돈을 들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온다.
드물게 가족단위로 오는 팀도 있지만 혼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카일라스가 인도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강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티벳사람들이 오체투지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성지를 순례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카일라스 코라의 시작점이고 목적지인 다르첸에 며칠 머물때 일이다.
다르첸이 위도상으로는 30도 정도의 위치라 제주도보다 훨씬 남쪽의 따뜻한 아열대지역에 해당되지만 해발고도가 4,300미터이다 보니 기온이 같은 위도 지역보다 20도이상 낮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인도지역에서 온 여행객들을 대부분 에베레스트등반대원들이나 입을 법한 오리털 고소파커들을 입고 있다.
나 자신 여러 옷을 껴입지만 야간에는 돌아 다니기에는 너무 춥다.

근데 식사하러 가는 길에 보니 한눈에 봐도 인도인으로 보이는 복장을 한 사람이 숙소 처마밑에 자리잡고 앉아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니 사진을 찍지말라며 굳은 표정으로 손을 가로 젖는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때도 그는 비닐 한장을 덮어쓴채 그대로 앉아있었다.
처마밑이라 큰 바람과 빗줄기는 가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않아있는 곳이 맨바닥이다.
워낙 고지대다 보니 날씨 변덕도 심하다. 
빗방울인가 하면 싸락눈까지 내릴만큼 쌀쌀한 곳이다.
방으로 돌아왔지만 싸락싸락 빗방울인지 싸락눈인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얇은 옷에 비닐한장 뒤집어쓴 그 인도인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내일 일정때문에 가이드북을 열심히 뒤져보는데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안되겠다 싶어 배낭에 들어있는 천덕꾸러기 침낭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배낭의 무게는 자신이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라고 했던가?
가능하면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젊은 여성들이 핸드백대신 메고 다니는 백팩 하나 달랑 짊어지고 수개월동안 배낭여행을 하던 한국 아가씨를 본적이 있었다.
백팩에는 갈아입을 속옷 한벌 달랑 들어있단다.

여행을 준비할때는 여러가지가 필요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꼭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짊어지고 온 것이 막상 여행을 마칠때까지 아무 소용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게는 침낭이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여행을 출발하면서 아들녀석이 보이스카웃 캠핑때 사용하던 스리핑백을 싸들고 왔었다.
막상 여행을 하다보니 전혀 쓸 일이 없었다.
아들녀석 이름이 한쪽 구석에 자수로 박혀있는 슬리핑백이니 함부로 버리기도 뭐해 그냥 들고 다니던 것이다.
사실 집에서도 최근 몇년동안 전혀 사용을 하지 않고 처박혀있던 침낭인데 멀리 이국까지 따라와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있었다.

처마밑에 비닐을 덮고 앉아있던 그에게 침낭을 내밀었다:
" 이 슬리핑백을 나한테 주는 것이냐?"
"그렇다"
"니가 왜 나한테 이것 주느냐?"
무심결에 들고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왜 들고 왔지?
"당신이 너무 추워보여서 그렇다."
"그 슬리핑백대신 나에게 바라는 것이 뭐냐?"
"그런거 없다."

꼬치꼬치 되묻는 것이 내가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나하는 후회가 한편 밀려온다.
그렇다고 칭찬을 듣자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돌아서려는데 그가 다시 불러세운다.

네팔에서부터 3개월동안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옷차림은 얇은 천으로 되어있는 반바지에 다른 인도인들과 비교가 되는 복장인데 처마밑에서 비닐 한장 깔고 덥고 거기서 잠을 잘거란다.
춥지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단련이 되어서 괜찮단다. 이미 지난 두달반동안 그렇게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미소짓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자기 사진을 찍어도 좋단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세를 고쳐앉으며 포즈를 취한다.

3개월 동안 계속 걸어서 무릎이 아파 며칠 여기서 쉴거란다.
성지순례를 위해서 왔지만 흔히 티벳인들의 2박 3일 꼬라와는 전혀 다른 코스로 강을 끼고 한바퀴 도는데 1주일이 걸릴 것이란다.
돌아갈때는 차를 얻어타고 가기때문에 며칠이면 돌아갈 수 있단다.

사두와 구루에 대해서 물었더니 조금은 흥분한듯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인도나 네팔이 가면 수도 없은 많은 사두가 있단다. 한쪽다리로만 생활하는놈, 한쪽눈을 감고 사는놈, 다리를 목에 거는놈... 등등등...
수행을 하는 사람을 사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행과 상관없는 기행을 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 사두라고 호칭된다는 뜻인 것같다.
사두는 많지만 진정한 믿을 가지고 수행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인 것같다. 한참을 힌두교와 불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신의 신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가뜩이나 영어도 짧은데다가 종교에 문외한인 탓에 반도 이해가 되지않는다. 하지만 불쌍하고 측은하기까지 하던 첫인상과는 달리 종교에 대해서 지식이 해박하다. 이번이 다섯번째 순례라니까 자신의 신에 대한 믿음도 무척 깊은 듯하다.

그는 아직도 히말라야 어디쯤을 걷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들녀석이 이름이 수놓아진 침낭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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