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허무한 시간이였지요...

by 김성현 posted Aug 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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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허무한 삶이였죠...
34년동안 무엇이라고 하나 만들어 놓고 가고 싶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지요...
그렇게 또 살아보자했던 모습이...
이젠 빈손으로 돌아감이...발길이 무겁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죠..
뙤약볕 쏟아지는 여름날...
소방호스 끌고 주민들 식수 공급한다고 흘린땀들은...
눈에 부실정도로 반짝였지요..
눈내리는 겨울밤.. 독거할머니 보일러 고쳐준다고...
시린손등은 너무도 따뜻했지요..


참으로 즐거운시간들도 있었지요...
복분자 술 담근다고..그 험한 산길에서 산딸기 한주전자 딸때...
그때 웃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대문밖에서 들어오면서.."성현아 모하냐?"
모기날리는 마당에서 같이 술한잔 기울이던 모습이 아련합니다.


참으로 재미있었던 시간도 있었지요.....
모타보터타고 무인도가서 소라잡아서 초장에 발라 먹을때..
덕적도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출렁이는 파도에 몸실고 낚시하며... 잡아올린 우럭한마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맛이였지요...


참으로 고마운 시간도 있었지요..
우리 장모님 오셨다고...
손에 들고온 커다랗게 말린 우럭한마리..
저보다 우리 장모님께서 더 고마워하셨지요...
우리 아들 군것질 좋아한다고...손에들고온 까만 비닐봉다리는..
우리 아들이 더 고마워했지요..
게다가 우리아들에게 준 장난감은...
아직도 산하가 손에 들고 좋아라하며 놀고 있답니다.


참으로 저에게 소중한 시간도 있었지요..
제가 독거노인 도와준다고.. 장작만들때...
성현이 너가 3시간하는것보다 내가 30분하는게 낮다며..
손수 장작패주던 모습은...... 눈물이 앞을 가리내요..
성현이가 난 좋아하는데... 물주기 어려워한다며..
손수 만든 순환모터며.. 손수 조립해준 노단수며..
제겐 참으로 소중하게 사용하겟지요..


제집사람이 산하에게 말하더군요..
"산하야.... (소)방관아저씨가 아파서 하늘나라로 갔어"
그리곤 집사람도 울먹이더군요..


(소)방관형님...
방관형님...    남선이형님..

그렇게 그렇게 상처만 남기고 가시네요...


그렇게 살아보고자 했거늘....
한모금의 그라목손농약도 이기기 못하고 떠나시군요...

마지막으로 사는날....
의식도 없는채 흘린눈물은 무엇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좋은곳으로 가세요...
편안한 곳으로 가세요....


이 바보 멍게 말미말 해삼아~~


2001년 8월 21일 아침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덕적면사무소  김성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