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여름 밥상머리를 차지하고 나의 입을 즐겁게 해주던 깻잋을 거두었읍니다. 따가운 햇살을 등에 이고, 온 가족이 2시간여에 걸쳐서 한잎,한잎 거두었읍니다.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 이지만, 애비,어미의 식성 때문에 한국음식이 주식인줄 알고있읍니다. 깻잎에 삽겹살을 싸서 먹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흐믓하기도 하고... 한 여름 우리집은 물론이고, 주위의 친지들에게도 별미 였는데, 꽃이 보이기 시작하여서 다 자란 잎들은 거두었는데, 너무 많아서 5집에 나눠 주고도 4개런 짜리 유리 병에 장아치를 담았읍니다. 내년 새로운 깻잎이 나올때까지 두고두고 음미 해야지...고추와 호박들도 자기 차례를 재촉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곳도 가을은 어김없이 찿아 오는군요. 한 번쯤은 그 냥 스쳐 지나가 주었으면 좋으련만... 거울속의 저 사람은 어느새 귀밑 머리가 반 백이 되었는가? 누구의 노래처럼 " 청춘아 - 내 청춘아- 어딜갔느냐--" 하고 외치자니,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아서... 가을을 따다보니 웬지, 가슴 저 밑에서 불어 오는 듯한, 인생의 가을 바람소리를 들으며, 멀리서나마 회원여러분들과 가정에 강령을 기원합니다.
샌 프랜시스코에서
백묵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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