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by 월곡 posted Jun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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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군 동기생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가끔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 보다 빨리 전역을 하였기 때문에 동기생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어 이름들이나 잊어버리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역을 하고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 벌써 24년 임관을 한지는 어언 30년이나 되었다.
임관 후에 한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전역 후에는 재경지구 모임에 몇차례 나갔을 때 만난 몇 사람 외에는 만난 일이 없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기본군사훈련부터 4년 남짓 함께 생활한 친구들이 떠오르고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아련히 생각난다.  
전역을 하고 공무원사회에 처음 들어가서는 공무원 동료들이 군 특채라고 경계를 하는건 아닌지 괜한 생각도 들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다.
일도 바빠서 친구들 모임에 나갈 여유가 생기질 않았었다.

그러다가 외국에 1년간 훈련을 받으러 나갔다 들어오고, 영광 원자력발전소에도 2년 남짓 내려가 있었고 도 몇 년 지나서는 진급도 해야하고, 해외근무도 해야하는 등 내 생활에 바쁘다 보니 친구들과 연락 마저도 끊어지게 되었다.

2년간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큰 아이 결혼을 시킬 때는 연락을 하고 가끔 만나던 친구들 까지도 연락이 되질 않아 군 동기생 친구들에게는 한사람도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뭐가 바빠서 그렇게 살았는지.............

최근들어서 인터넷 도움으로 다시 연락이 되고, 모임에도 몇차례 나갔었는데 이제는 공통관심사항이 없어져버려서 같이 어울리기가 어렵다.
공군부대에는 골프장이 다 있기 때문에 모두들 골프를 치고 또 실력들도 좋은 편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골프를 하지 않으니 골프치는 사람들이 모이면 골프 이야기만 하는 통에 대화에 끼어들 일이 별로 없다.
더구나 말 재주도 신통치 않으니 끼어들 기회를 잡기가 더욱 어렵고 아예 끼어들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모처럼 친구들이 보고 싶어 나가서는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돌아 올 때면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예전에 한 솥밥을 먹던 친구들이 이렇게 다른 세상 사람처럼 보이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골프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다. 거기에 가서 멀거니 있는 것 보다는 산에 가서 난이나 보며 땀을 흘리는 것이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는 4-50명은 온 것 같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름을 잊어버린 친구들은 없었다.
4년이라는 젊은 시절을 함께 지냈으니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모두들 반가웠다.
그 젊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흰머리가 성성하거나 염색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어울리기가 어렵다.
모두들 가족들까지 서로서로 다들 아는 사이들이지만 나는 친구 부인들은 처음 본다.
다들 아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해를 못해 무슨 이야긴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희수는 잘 있나?”
“잘 있다. 요즘 몸 만드느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 근육을 늘리는 데는 닭 가슴살이 좋다더라. 8월쯤에는 주연으로 나온다고 하드라”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는 나는 “무슨 이야기야? 누가 배우야?”하고 물었다.
“우리 아이가 ***방송사 탈렌트다”
“누군데, 어디에 나온 누구?”
“아! 너는 모르겠구나. 해신에서 장보고 동생으로 나온 정련이가 우리 아들아이가.”
“오~그래~!!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것 같네...ㅎㅎㅎ”
2주후에는 또 다른 친구 딸래미 결혼이라니 거기에도 가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