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담정담

새로운 난을 가지고 싶은 마음

by 월곡 posted Aug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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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우고 있는 난은 89년 봄부터 영광에 파견 근무를 하는 2년 남짓한 기간동안 산에 다니면서 산채를 한 난들이 대부분이다.
본부로 올라온 이후로는 산지까지 가려면 멀기도 하고 길이 막혀 다니기도 어려워서 자주 다니지 못했다.
그것보다 일주일 내내 직장 일에 쫓기다 주말에는 난을 캐러 가겠다고 하는 것이 집 식구들에게 늘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는 일이라서 한참을 벼르고 별러서 1년에 몇 번 정도 다녔었다.
그러다가 2년전부터는 몸무게도 자꾸 늘고 하여 운동을 핑계로 거의 매주 산에 가려고 노력중이다.

그렇게 산채를 다녀도 성과가 시원찮아 별로 변화가 없는 난실은 활력소가 될만한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필요로 한다.
특히, 봄 가을에 열리는 전시회들은 잘 참고있는 애란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난이 있으면 살 수 있겠지만 월급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든다고 그난을 다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다 난을 하나 사보려고 해도 가격이 내 수준에 맞으면 난이 마음에 차지 않고, 가지고 싶은 난은 너무 비싼 것이  항상 문제다.

몇년전에 가끔 식재나 화분을 사러 가는 과천의 난가게에 들렸다가 경제가 어려울 때에도 좋은 난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가능성이 있는 난은 좀 비싸도 몇 년 잘 키우면 경제적으로나 귀한 난을 가지고 있다는 소유감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유일한 애란인인 동료 한사람도 한란부터 시작하여 춘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주로 난을 구입을 하여 기르고 있다.
구입을 해서 난을 키우는 것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아주 효과적으로 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그 사람과 같이 다니면서 난을 좀 사보게 되었다.
물론 월급쟁이의 뻔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어쩌다 큰마음을 먹고 난을 하나 사게 되더라도 사고 나서는 또 잔풀만 하나 늘렸구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난 하나를 사려면 적어도 수십 만원에서 수백만원은 주어야 하니 부담도 되고, 난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화초에 그렇게 돈을 쓰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른 취미생활이 거의 없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매달 카드대금 청구서에 차 기름값과 식비이외에 다른데 쓰는 돈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난이나 난을 기르는데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거나 산채를 다니는데 들어가는 돈이나 시간은 아까운 줄을 모른다.
그것은 투자가치를 떠나서 난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대부분의 애란인들은 이 부분에서는 공감을 하거나 그런 경험을 있으리라 믿는다.

요즘도 가끔 가끔 새로운 난을 가지고 싶고, 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그걸 왜 사고 싶어하는지 꼭 필요한건지 다시 생각해보면서 참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집에도 들여놓을 장소도 없을만큼 난들이 많이 있는데, 있는 것 관리도 잘 못 하는데,  전에도 사고나서 후회를 했는데, 왜 또 식구만 늘리게 하면서 겨우 참는다.

그렇게 참는 것도 숙달이 되니 이제는 거의 난을 사들이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역시 직접 산채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남들이 평가하기에 품격이 좀 떨어질지 몰라도 출처는 확실하고, 또 내가 발견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난이니 어떤 명품보다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다.
거기에다 산에 다니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체력을 기르고, 자연을 접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일이다.

그나 저나 요즘은 산반하나 만나기도 어려우니 산에 가도 맨날 공탕이다.
이제는 공탕을 쳐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고, 산에 다녀온 자체를 즐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