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표따라 백두산가는길

제 1구간(광교산 형제봉 - 수지) : 새로운 단혈철주(斷穴鐵柱)

by 宋梅 posted Jan 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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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經表따라 백두산 가는길 1
- 새로운 단혈철주 -

2002년 1월 27일
구간 : 광교산 - 수지 수자원공사

일요일 아침이라 아무래도 사람이 느려지나보다...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몇가지 장비챙겨서 배낭꾸리고 딴에는 부지런을 떨었건만 경기대앞에 도착한 시간이 아홉시가 다 되어간다. 새벽같이 산에 오른 사람들은 벌써 하산을 하고 있는 판이니 좀 늦기는 늦었나보다...

어제 내린 비가 얼어붙은데 살짝 눈이 덮여서 미끄럽기 짝이 없다. 산을 오르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가던 길을 되돌아 등산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등산화에 아이젠까지 차고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운동화신고도 잘만 오르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 담배를 끊고 열심히 걸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산을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행이 예전처럼 숨이 차는 현상은 거의 없으니 그래도 담배를 끊은 보람이 있기는 있나보다.

형제봉 아래 갈림길에 도착한 시간이 9시 45분
우측으로 내려가 천년약수를 마셨다.
날씨에 비해 물이 차지도 않고 맛도 그만이다.
능선길을 따라서 270m봉을 지나고 버들치를 건넜다.

버들치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
언뜻 물고기를 연상하지만 이 깊은 산속에 물고기가 살리없고
수양버들, 즉 버드나무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버들치를 지나 웅봉쪽으로 진행을 해보니 정상의 능선쪽은 군부대의 철망이 깔려있어 우측이 아니면 좌측으로 돌아가야만한다.

좌측으로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한참을 돌아내려오니 43번 구도로와 만난게 된다. 도로 가까이에 조정암의 묘지가 있다. 건너편 동네 이름이 서원말인 것이 아마도 심곡서원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인 모양이다. 요즘 시청율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여인천하"에서 얼핏 그 당당하던 기세를 본 기억이 있는지라 새삼스럽다. 근데 이 43번 국도를 수백번도 더 지나다녔는데 조정암의 묘가 이렇게 길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수박 겉할기로 사는지...원...

책대로라면 43번 국도를 건너서 신갈 근처까지 능선이 이어져야하는데 도대체 능선을 보이지 않고 고층아파트단지가 마천루처럼 가로막고 서있다.
상현마을 아파트단지 사이로 올라가 다음 능선을 겨우 찾았는데  온통 산을 깎아서 공사중이고 그나마 철조망이 쳐저있고 경고장이 붙어있다.
국가정보원에서 관리하는 가급지역이니 접근하면 엄벌에 처한단다.
국가정보원이라면 안전기획부요 서슬퍼렇던 유신시절의 중앙정보부가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철조망 코너마다 CC-TV까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위압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깨갱~~~"
꼬랑지를 팍 내리고 철조망과 아파트 단지 사이로 덤불을 헤치고 올라서보니 수자원공사의 수지 급수시설이다.

수자원공사 입구앞의 아파트상가에서 음료수를 한잔 마시고 수자원공사를 끼고 왼쪽으로 능선을 오르려고 하니 LG아파트 공사중이라고 길을 가로 막는다.
더 좌측의 쌍룡아파트 쪽에 길이 있으니 그쪽으로 돌아가랜다.
"허 ~~ 이런~~"
쌍룡아파트 단지안을 뒤지고 다녔지만 그 뒤쪽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다.
아니 산을 온통 깎아재껴서 능선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일본의 지리학자인 고토분지로가 산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백두대간과 산경표의 개념을 없애버리고 일제는 우리네 명산의 정수리마다 단혈철주(斷穴鐵柱)를 박아서 민족정기를 말살하려했었다. 다행이 최근에야 정상과 지맥마다 박혀있던 단혈철주는 제거되었지만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맥이 파해쳐저 그 흔적마져 없어지고 있으니...

대형 불도저는 쉬임없이 지맥을 깎아내리고 쇠철주보다 수백만배나 크고 수천만배나 무거운 대형아파트는 지맥의 정수리를 깔고 앉아있다.

아파트 단지안에서 길을 잃고 오르락 내리락 한시간을 허비하고 나니 땀이 식어서 몸은 추워지고 맥이 빠지는 것이 큰길로 나와 차를 집어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계획은 신갈 인터체인지까지 진행하려했었는데...
다음에는 수자원공사의 오른쯕으로 다시 찾아가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