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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2.07 10:55

13일(2) : 다국적 백수연합팀(Multinational jobless alliance)

(*.77.15.29) 조회 수 1150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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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식 밀가루빵인 낭과 중국컵라면 하나로 저녁을 대신했다.
내일 오전에는 바자르 구경이나 하고 호탄을로 가야할 것같다. 축구 중계방송도 보지 못하고 가족들 얼굴은 눈앞에 선하고...

얼핏 잠이 들었었나보다.
몇시쯤 되었을까?
인기척에 깨어나보니 키가 큰 서양인 하나가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서있다.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항상 나누는 첫인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는 것...

- 나는 한국인인데 너는 어디서 왔냐?
독일에서 왔다. 너는 어디로 갈 계획이냐?
- 예챙을 거쳐서 알리로 해서 티벳으로 갈꺼다...
(계획은 이미 포기했지만 아직은 포기를 못한 상태여서 엉겁결에...)
정말로?(Really??) 근데 너 퍼밋(permit) 있냐?
- 없다.

배낭을 벗어놓더니 바싹 다가 앉아서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름은 크리스쳔, 36세 독일인... 어제 독일에서 출발해서 북경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방금 카슈가르 공항에 내렸다고 한다. 론리프래닛에서 읽은 그대로 예챙을 다녀온 것까지 주절주절 떠들었더니 같이 동행하자고 제의한다. 자신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숭배자란다. 게다가 한술을 더 떠서 채식주의자(vegeterian)라고 한다. 배낭여행은 여러번 경험이 있고 티벳도 이미 수차례 여행을 했지만 이번에는 알리와 카이라스를 가기 위해서 왔다고 한다. 카일라스에 가서 코라(kora)를 할거라며 슬리핑백에 텐트까지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여서 손수 음식을 해먹어야하는 관계로 버너, 코펠에 부식까지 챙겨서 다닌단다. 배낭 크기가 내것보다 두세배는 되어보인다.

예챙 현지상황을 설명해주었더니 랜드크루저를 렌트하면 가능할 것라고 한다. 둘이서 랜드크루저를 빌리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네명이상 여성명쯤 되어야 비용부담이 많지않을거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친구들이 있으니 같이 나가잔다.

자다말고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주어입고 로비라운지로 나가니 브라질에서 온 두명이 기다리고 있다. 한명은 대머리에 또 한명은 꽁지머리다. 브라질 모 지방지의 저널리스트와 사진기자인데 아프가니스탄에 취재를 왔다가 현지 사정때문에 파키스탄으로 쫒겨 나왔는데 비행기표는 날짜가 많이 남아있는데 비자가 만기가 되어 15일짜리 통과비자 하나들고 카라코람을 넘어왔단다. 15일내에 중국을 떠나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가야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홍콩이나 북경까지 돌아가려면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고 다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려해도 비자얻기가 불가능하단다.

크리스천은 유창한 영어솜씨로 브라질 친구들에게 10분전에 급조한 우리의 계획을 들려준다. 신비의 나라 티벳... 그중에서도 최고의 오지에 속하는 알리, 카일라스를 들러 라싸로 갈거라는 계획에 둘다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육로로 네팔의 카트만두에 도착하면 이슬라마바드행 항공편을 탈수 있을지 모른다는 설명에 둘다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식사를 못했다는 세사람때문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일을 일요바자르를 구경하고 모레 오전에 예챙 현지에 가서 랜드크루저를 알아보기로 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참을 이야기 하다보니 네명다 백수(jobless)들이다. 크리스쳔은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인텔리로 독일어는 물론 영어, 불어,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나하고는 영어로 대화하지만 브라질친구들중 영어가 서툰 훌리오와는 스페인어와 포르투칼어를 반씩 섞어서 대화한다. 독일의 큰 은행에 근무했었는데 경영진과의 불화로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해고를 당하면 2년간 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2년동안은 취직 안하고 여행이나 다닐 거라고 한다.  해고당하고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되려 자랑이다. 2년동안 실업수당으로 배낭여행을 해도 돈이 남는단다.

나도 병원에 근무하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고 지금은 백수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브라질에서 온 훌리오(Julio)와 다케스도 원래는 자그마한 지방 일간지에 저널리스트와 사진기자로 근무하다가 신문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갑자기 실업자가 되었단다. 아프카니스탄 취재는 그전에 허가를 받아두었던 것이고 이미 항공권까지 구입을 해둔 상태였기에 강행하기로 했단다. 운이 좋으면 사진과 기사를 다른 신문사나 잡지사에 팔 수도 있고 잘하면 다시 취직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며 웃는다. 사진기자인 다케스는 영어솜씨가 완벽하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이래서 오밤중에 다국적 백수연합팀이 엉겁결에 구성되었다.
기사회생이라고 했던가? 예챙-알리구간은 거의 포기상태였었는데...

  • ?
    들풀처럼... 2003.02.07 11:48 (*.54.29.197)
    다국적 백수연합 홧팅~!
    음~, 기대가 됩니다. 미지의 알리와 카라카스에서 기다릴 사연들이...
  • ?
    한상원 2003.02.08 07:37 (*.77.185.208)
    백수:-먹고 놀아도 월수 백 이상 되는사람
    건달:-놀고 먹으며 다른사람 피해주는사람.
    그중에 백수라니 참 좋은 직업을 택했군요.
  • ?
    들국화 2003.02.09 13:14 (*.192.104.72)
    연합군 화이팅....ㅋㅋㅋ.
    언제나 승리는 최후에 남는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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