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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2.07 10:47

13일(1) : 향비묘(香妃墓)

(*.77.15.29) 조회 수 1230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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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5일

아침에 방문을 열고 나서니 복도 휴게실 가득히 빈맥주병이 나뒹굴고 있다. 낮에는 자고 밤이면 술파티를 벌이는 파키스탄인들의 작품(?)이다. 엊그제 식사를 맛있게 했던 시장통의 한족식당에서 마파두부와 콩깎지 볶음으로 식사를 했다. 주인 아저씨는 나를 알아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니 돼지고기 볶음을 더 퍼다준다. 허긴 요즘에는 부지런을 떨어야 겨우 하루 두끼먹는 판이니 먹을 것이 있을때 많이 먹어두는 것도 하나 방법일 것이다. 밀가루음식을 별로 즐기지 않다보니 밀가루빵인 낭으로 배를 채워도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않는다. 김치는 없지만 쌀밥에 돼지고기를 먹고나니 느긋해진다. 차창에 향비묘(香妃墓)라고 쓰여져있는 20번 버스를 탓다. 다리를 건너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자그마한 골목앞에서 차를 세운다. 종점이어서 다 내려야한단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는 15위안인데 카메라를 보더니 돈을 더 내야한단다. 촬영을 하려면 60위안을 내야만 한단다. 자그마친 입장료의 네배에 해당되는 돈이다. 싫다고 했더니 그냥 들어가란다. 입구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은 페르시아식의 수제품들이 많이 보인다.
향비묘라고 알려져있지만 실은 16세기 위구르족 지도자인 아바크호저의 가족묘지라고 한다. 건륭제의 위구르족 후궁이었던 향비가 모셔졌다고 알려져서 향비묘라고도 불리운다. 향비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실존인물인 것만은 확실한 것같다. 빼어난 미모와 몸에서 풍기는 향기로 한족들에 의해서 중국의 삼대미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좌우간 위구르족 출신의 후궁으로 자금성에서 죽었고 그 시신을 이곳에 모셨다는 전설이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사진보다 묘지의 숫자가 훨씬 많아 보이는 것이 아직도 가족 묘지로 사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같다. 묘의 대부분은 1948년의 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1974년에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슬람식이서 모자이크 타일이 아름답게 보인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촬영허가증을 끊지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옆의 서양 단체관광객들은 아예 캠코더까지 촬영을 하고 있다. 허가증 있느냐고 물었더니 되려 무슨소리냐며 반문한다. 아닌게 아니라 누가 허가증을 보자는 사람도 없고 옆에서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일요바자르(Sunday market)가 열리는 시장통은 텅 비어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 가까운 상설시장을 구경했다. 우리네 1970년대 초를 연상시키는 양철과 주물류들이 인상적이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 비하면 조잡하기는 하지만 다루기가 쉬우니 이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유용한 공구들일 것이다. 시내구경삼아 인민광장에서 호텔까지 걸었다. 중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만큼 파란눈의 이국적인 인상의 위구르족들이지만 사는 모습은 착해보인다.

알리를 경유해서 티벳 서부지역을 여행하려던 계획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미련이 남아있다. 인터넷바(PC방)에서 엊그제 티벳 여행사에 보낸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다. 혹씨나 하는 마음에 존스카페에도 가보고... 이곳 시간으로 7시 30분부터 포르투칼과의 월드컵 경기를 보려는데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팬티한장만 걸치고 오랫만에 차분한 마음에 낮잠을 한숨잤다.

7시도 되지않아서 부터 TV를 켜놓고 기다렸건만 하필이면 미국-폴란드전만 중계방송을 한다. 오지이다 보니 TV 채널이 몇개 되지않는다. 그나마 위구르어로 방송하는 지역방송을 빼고나면 한족들의 방송은 거의 없다. 그러니 아무리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한국전은 나오지않는다. 그나마 다행이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있어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아보인다.

경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혹씨 다른 곳에서 위성방송을 볼 수 없을까 싶어 밖으로 나왔지만 한국전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는 것같다. 애라 포기하자... 한국전을 보지 못하는 허탈감에 가족들이 보고싶어진다. 공중전화에서 국제전화가 되지않는 바람에 집에 전화한지도 한참되었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국제전화가 되는 우체국을 찾았다. 오랫만에 집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소나마 힘이 나는 것같다. 전화를 바꾼 아들녀석은 흥분된 목소리로 포르투칼과 0:0인데 방금 포르투칼 선수 한명이 퇴장당했다며 소식을 알려준다.
"대~~한민국 ~~ ~ ~ ~"

해가진후 거리는 한낮보다 사람도 많이지고 활기에 넘처보인다. 아무래도 더운 사막지역이다 보니 야간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혹씨나 하는 마음에 존스카페에 가보았지만 특별한 정보는 없다. 인터넷을 열어보니 한국이 드디어 대망의 16강에 진출했단다. 어차피 예챙-알리구간을 가지 못할바에는 한국에서 월드컵 경기나 구경할껄....

월드컵경기장의 빨간물결과 가족들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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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3.02.07 11:42 (*.54.29.197)
    제목도 체 못 보고 들어왔는데 위의 사진을 보고 송매님이 하룻밤을 신세진 텐트숙소인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진짜로...

    오랜만에 뜨거웠던 월드컵의 그 열기를 다시금 느껴 봅니다.
    香妃라~ 참으로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투르그(터키)족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성들은 아름답다 하데요!~!
    파아란눈을 가진 그러나 동양적인 것도 상당히 기마한 여인네이니
    그 신비함에 아름다움이 더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도 여인과 아랍계 여인들이 특히 아름답다 느낍니다.
    서양 여인들중에서는 백러시아 여인들이...

    참 내,
    내가 뭐하고 있지요 ? 남의 기행문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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