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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2.06 12:16

12일 : 예챙탈출

(*.77.15.29) 조회 수 1054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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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4일

내가 지금 사막을 여행하고 있음을 실감케하는 하루밤이었다.  밤새 바람소리가 윙윙거리고 덜컹거리는 창틀밖에는 하염없이 모래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말도 통하지않는 곳에서 원하는 정보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점점 커가기만 한다. 설령 운좋게 교통편을 구했다 하더라도 고산병을 이길 수 있을까? 고생할게 뻔한데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저녁에 먹다남은 하미과와 낭으로 아침을 때우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입구에서 웬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말이 통하지않으니 손짓발짓이지만...
어디서왔냐?
- 한국
어디로 갈거냐?
- 티벳 알리
퍼밋있냐?
- 없다
400위안만 주면 퍼밋 구해줄 수 있다.
- 어떻게?
경찰중에 아는 사람이 있다.

가이드북에는 외국인은 퍼밋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400위안에 퍼밋을 구해준다고 큰소리 치는 것이 아무래도 사기꾼처럼 보인다. 설령 퍼밋을 구해도 교통편을 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통편에 대해서 물었더니 또 엉뚱한 소리를 한다. 1200위안을 내면 트럭운전사를 소개시켜주겠단다. 론리플래닛대로라면 300내지 400위안이면 되는데 1200위안이면 바가지도 엄청난 바가지다. 돌아서면서도 입맛이 씁쓸하다.

어제 갔던 다른 길로 한참을 걸었지만 트럭터미널 비슷한 것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어제 알리예챙구간 버스를 운영한다는 회사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궁금하다. 하지만 카슈가르에서는 흔하디 흔하던 피시방이 전혀 보이지않는다. 손짓발짓 또 붙들고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돌풍은 가라앉았지만  모래먼지는 여전하다. 한참 헤메다가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오다가 호텔로비에서 세명의 배낭여행자를 만났다.
- 니들 어디서 왔냐? (Where are you from?)
여기저기서...(From many places)
- 니들도 알리로 가냐?
픽 피식~~
비웃듯이 한참 얼굴을 처다보더니
너는 어디서 왔냐?
- 한국
너 퍼밋있냐??
- 없다.
픽 피식~~~
- (이짜식이 또 비웃네...)

알고 보니 이스라엘 남자애 하나에 미국인 여자애, 프랑스인 여자애 하나... 삼개국 다국적팀이다. 남자애는 커다란 배낭에 큼지막한 텐트까지 메고 있다. 론리플래닛 대로라면 5일분 정도의 식량을 준비해야하고 가능하다면 텐트도 준비하는게 좋다고 되어있다. 그런면에서 보면 론리플레닛에 충실한 준비된 배낭족인 셈이다. 세명이서 카슈가르에서 만나 알리로 가기 위해서 트럭운전사와 일인당 400위안에 흥정을 하고 오늘 새벽 출발했다가 검문소에서 잡혔다고 한다.

퍼밋 없으면 갈려고 생각도 하지마라
- 퍼밋은 구할 수 있냐?
없다.
- 그러면 ???....
우리는 포기하고 돌아갈꺼다...

트루판에서 유리씨가 말하던 이스라엘 배낭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나있어서 적대적인 녀석에게서 더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동양쪽에서는 일본의 배낭여행자들이 씀씀이가 헤픈데다 영어가 서툴고 잘 어울리지않는 탓에 항상 욕을 먹는 편이지만 서양쪽에는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상당히 배타적이고 어울리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좌우간 준비된(?) 여행자가 포기하고 돌아서는 판에 나같은 초보 배낭족이야.... 그렇다면 어차피 자신없는 예챙-알리는 포기하자.
다시 카슈가르로 돌아가서 못다한 관광이나 하고 일요 바자르 구경이나 하고 편하게 거얼무로 돌아서 가자...
그렇다면 이 답답한 예챙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편안하기 짝이없다.
바로 배낭을 메고 나와 다시 카스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에어콘 버스라 냉방이 잘되고 훨씬 더 안락하다. 한숨자고 나서야 다시 카스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길은 뜨겁다. 반바지를 입은 탓에 하체쪽에 열기가 바로 닿는다. TV에서는 일본팀의 월드컵경기가 한참이다.

다시 지니바그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그제저녁에 함께 방을 썼던 노총각 프리랜서는 이미 떠나고 없다. 2인실이지만 40위안만 내면 된다. 비어있는 침대에 다른 여행객이 투숙하기 전까지는 혼자서 방을 쓰는 셈이다.
호텔방에 틀어박혀서 일정을 다시 잡았다. 카스에서 며칠 구경하고 일요일인 16일날 오전에 바자를 구경을 하고 호탄을 거쳐서 거얼무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거얼무에서 라싸까지는 침대버스를 이용하고 라싸에서 며칠 구경하고 카트만두로 넘어가야할 것같다. 그렇다면 구개왕국은 커녕 카일라스도 포기해야만한다. 대신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넉넉하게 여유를 좀 부려도 될 것같다.

해가 지고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니 로비에 하나둘 파키스탄인들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카라코람을 넘어서 국제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으로 뒤숭숭하지만 상인들은 그래도 국경을 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핬다. 중간 계단 라운지에서 맥주를 박스채 가져다놓고 술파티를 벌이던 파키스탄인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일본인이냐?
- 아니 한국사람이다.
어디로 갈꺼냐?
- 티벳으로 갈꺼다.
파키스탄도 좋다.
- 전쟁땜에 시끄러워서 안간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도 3일전에 넘어왔다.
- 너도 장사꾼이냐?
아니다
- 그럼 뭐하러왔냐?
Just for drinking and fucking!!!

그러고 보니 밤이면 앳된 한족아가씨들이 그들방에 자주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이슬람율법이 엄격한 파키스탄에서 술을 마시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라가 전쟁중이던지 말든지 술마시고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 국경을 넘어온 것이다.  


  • ?
    宋梅 2003.02.06 12:25 (*.216.109.74)
    아래쪽 영문 해석은 각자 알아서...ㅋㅋㅋ
  • ?
    모순미 2003.02.06 17:57 (*.192.104.74)
    어메``````. ^.^
  • ?
    들풀처럼... 2003.02.07 10:54 (*.54.29.197)
    나는 모리는 말인디~~?
    백번 들어도 리해할 수 없는 말일 것 같습니다.
    단지 Drinking은 소련말도 알아 들으니 헐 수 없고...

    기대했는데 괜히 내가 아쉽습니다.
    퍼밋과 트럭을 구해 예챙-알리의 여행기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인데...

    김이 빠집니다. 고산병이라 3박 4일이다, 6~7일이라 하여 잔ㅉ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에구~~ 부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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