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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2.05 12:44

11일 : 무작정 예챙으로...

(*.77.15.29) 조회 수 1011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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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3일

오아시스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사막 한중심이다 보니 공기가 건조하다. 낮에 활동할때는 잘 못느끼지만 저녁에 잠을 잘때는 코와 목이 말라서 고통스럽다. 어제저녁에는 밀린 빨래를 몽땅해서 머리맡에 걸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벌써 다 말랐다.

아침일찍 비자오피스를 찾았다. 굳게 잠기 셔터문이 열릴때까지 기다려 사무실에 들어가니 명색이 비자담당 직원인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비자를 연장하러왔다고 했더니 대뜸 전화를 걸어서 바꿔준다. 전화의 상대방은 어제 PSB 외사과에서 만났던 여자경찰이다. 헌데 이번에는 아예 딴소리를 하고 있다. 어제는 비자오피스에 가면 연장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더니 오늘은 비자기간이 3일이내인 경우에만 1주일 연장이 가능하단다. 결국 나는 비자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연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어디서고 15일 연장이 가능하다고 따졌더니 아직까지 한국인이 비자연장 신청을 해온적도 없었고 다른나라 여행자들도 15일 연장을 해준적이 없단다. 자신들이 가진 권한은 비자기간이 다된 여행자가 국경을 빠져나갈 수 있는 1주일 정도의 기간만 연장이 가능하단다. 허긴 아직 20일도 넘게 남아있는데....

존스카페와 세만호텔까지 가서 티벳과 예챙-알리코스에 대한 정보를 구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다. 인터넷바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가이드북에서본 알리-예챙구간을 운영한다는 버스회사에 이메일을 보내기는 했지만 도무지 초조함은 어쩔 수 없다. 이러다가는 오늘 하루 아무정보도 얻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하루를 소모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한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것보다는 현장에 직접 가보면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지않을까??

일단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메고 나왔다. 시장 구석의 한족식당에서 고추잡채와 콩나물볶음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다. 식당주인은 나를 한참 처다보더니 손바닥에다가 "日本"이라고 써보여준다. "한쿠어"했더니 발로 공차는 흉내를 내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가뜩이나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월드컵 열풍에 오나가나 한국축구이야기다. 5위안짜리 포장마차식의 부페식식당이지만 그런대로 양도 푸짐하고 입맛에도 맞는다. 며칠 굶은사람처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주인아저씨는 돼지고기 볶음을 한사발 더 퍼다준다. 아이고 배불러...

시내를 걸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신도시쪽의 도로는 일직선으로 잘 정비되어있고 구도시와는 딴판으로 도시 냄세가 물씬 풍긴다. 화려한 상점들에 물건도 넘처나고 사람들 모습도 활기차보인다. 가끔은 한글로 된 상품과 간판도 보이는데 대부분이 화장품과 여자용 속옷가게들이다.

터미널도 비교적 규모가 크고 차들도 많아보인다. 249위안짜리 표를 끊어서 예챙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막 한중간에 수로를 따라서 초원지대가 이어지고 이 초원지대의 중간에 포장도로를 달린다. 포장도로 양쪽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말이 포장도로지 도로상태는 형편이 없어서 마치 말을 탄 기분이다. 가뜩이나 좁을 도로에는 나귀수레가 간간히 도로를 가로막는다.

차는 우리네 60년대초반처럼 완전한 완행버스인 셈이다. 아무곳이든 지나가던 사람이 손을 들면 세우고 어디가는지 묻고 태우곤한다. 英吉紗라는 곳을 지나고서는 저수지둑위로 길이 이어지는가 했더니 오아시스지대가 끝이나고 모래벌판 한가운데로 달린다. 네시간만에 버스는 예챙에 도착했다.

예챙은 특별한 유적이나 구경거리는 전혀 없는 조그마한 도시에 불과하다. 다만 신장에서 티벳의 알리로 넘어가는 신장-티벳 하이웨이가 시작하는 곳이고 알리로 가는 모든 차량이 지나가는 교통 요충지인 셈이다. 배낭여행자들의 가이드북인 론리플래닛에 보면 이 예챙에서 알리행 트럭을 히치하이킹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침대버스가 최근에 알리까지 다닌다는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치않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날짜를 맞추기가 쉬워보이지않는다. 인도와의 국경분쟁이 있었던 지역을 통과하는 관계로 외국인에게는 여행허가가 나지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트럭을 얻어타고 숨어서 통과하는 방법이 있는데 서양인 여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일본인이나 한국사람은 중국인과 비슷해서 운좋게 퍼밋없이 여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두려움반 기대반 조금은 복잡한 심정이다. 정치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신비스러운 나라 티벳을 여행하는데 예챙-알리구간은 모든 배낭여행자들에게 희망과 꿈이다. 게다가 수미산이라고하는 성산 카이라스를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여행이라기 보다는 모험에 가까운 무모한 여정임에 분명하다. 외국인은 공식적으로 퍼밋을 얻을 수 없으니 불법이다. 용케 검문을 피해서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4,500미터 고산지대를 트럭으로 5일 내지 7일, 운이 좋으면 3박4일을 가야한다. 혼자서 고산병을 이겨내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일단 터미널과 같이 있는 교통빈관에 체크인을 하는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않는다. 명색이 욕실이 딸린 독방이라고 40위안을 받는데 방의 수준은 우리나라 여인숙만도 못하다. 욕조도 없이 덜렁 사워꼭지만 달려있는데 그나마 아무리 꼭 잠궈도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화장실 문짝도 다 망가져서 문을 잠궈도 물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짐을 풀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시내를 몇군데 돌아보는데 길 찾기가 쉽지않고 생각보다 거리도 멀다. 자전거를 빌려보려했지만 우선 의사소통도 잘 되지않는데 손짓발짓 다해봐도 빌려주는 자전거는 없단다. 알리로 가는 트럭들이 출발하는 트럭터미널이 있다는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않으니 알 수가 없다. 지도에 나와있는 쿠쿠야행 버스를 알아봤더니 정기노선버스는 없다고 한다. 손짓발짓으로 확인한 바로는 시내를 관통한후 우회전한다는 것밖에...

GPS하나 달랑 들고 4Km를 걸었지만 원하는 트럭터미널은 찾지도 못했다. 말짱하던 날씨에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하니 온천지가 온통 모래먼지로 뒤덮이고 만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고 도무지 눈조차 뜰 수 없다. 2위안씩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겨우 호텔로 돌아왔다. 터미널앞에서 하미과와 낭과 삶은 계란을 사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온몸은 모래먼지 투성이고 여전히 창밖에는 뿌연 모래바람만 불고 있다.

가뜩이나 건조한 날씨탓에 칼칼한 목은 모래먼지까지 뒤집어 쓰고 나니 따끔따끔하다. 이러다 몸에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인데... 앞으로의 여정보다도 몸 컨디션에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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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 2003.02.05 21:52 (*.74.175.191)
    정말로 부럽습니다
    나로서는 용기가 나지를 않는데...
    하지만 내가 배낭여행하듯이 음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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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미 2003.02.05 23:48 (*.192.104.66)
    수미산...반딧불로 수미산을 태우려는 격이라 할때의 그 수미산인가 본데....
    신화가 현실로 느껴지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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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3.02.07 10:19 (*.54.29.197)
    전설속의 그 수미산엘 갈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수미산을 중삼으로 구산팔해(九山八海)가 둘러 싸고잇다는 그 수미산을 보고싶군요~!
    님의 고된 기행문을 통해서라도
  • ?
    들풀처럼... 2003.02.07 10:22 (*.54.29.197)
    근데여~
    아래 사진의 고기는 양고기가 아니고 돼지고기인 모양이죠?
    좌측은 김치찌게로 좋을 것 같고 우측은 삽겹살 갈비 부위인 것 같습니다. 나도 그 곳에 가서 저 고기에 술 한잔 하면 얼마나 좋을까~!

    푸~핫, 하~~ 그저 앉으나 서나 술타령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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