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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1.24 09:48

10일 : 실크로드의 중심 카슈가르

(*.77.15.29)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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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2일

열차는 끝없는 모래벌판을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해가 지고난후에는 칠흙같은 어둠뿐이다.
세이코는 새벽에 구차에서 위구르인들을 따라 내렸다.

열차가 다시 출발하고 한참후에 웬 중국청년하나가 와서 열차표를 흔들면서 뭐라고 따지듯 떠들어댄다. 영어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내표를 보여달란다. 좌석번호를 보더니 뒤에 서있던 중년부부에게 중국어로 뭐라 하는데 얼핏 아주머니입에서 한국말이 튀어나온다.
"이미 있는 좌석이잖아..."
"한국에서 오셨나요?"
"한국분이세요? 중국사람인줄 알았어요."

교환교수로 중국에 와있는 국내의 모 공과대학 교수님인데 중간에 시간을 내서 부부가 같이 실크로드를 여행중이란다. 쿠차에서 열차표를 끊었는데 자신들의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누워있으니 조금은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전산화가 안되어있는 중국의 열차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란다. 차장이 와서는 바로 옆칸에 다시 좌석을 배정해준다.

나중에 예챙에서 티벳으로 넘어갈때 중국인인것처럼 하기 위해서 수염도 깎지않고 차림새로 옷까지 그렇게 차려입었더니 내 모양새가 좀 낯설은 모양이다. 우루무치의 천산천지를 구경하고 쿠차를 거쳐서 카슈가르로 가는 중이란다.
아침식사로 중국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가 웃는다.
중국와서 산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중국컵라면은 못먹는단다. 아닌게 아니라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한 것은 둘째치고 마치 상한음식을 먹는 것같은 독특한 향료냄새는 우리한테는 역겹기 그지없다. 하지만 먹어야살지 않겠는가?

교수님 부부는 커피믹스에 고추장에 라면까지 전부 국산으로 중무장을 했다. 아까 따지던 중국인은 중국인 학생중에서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자라고 한다. 한참을 이야기했나보다. 대화의 내용이 대부분이 한국에 관한 것이고 의약분업에 관한 부분도 상당히 있었던 것같다. 나중에 커피믹스 두개와 고추장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커피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내게 중국커피는 영 아니올씨다. 결국 며칠째 커피맛을 못보고 살았으니 커피믹스 두개는 내게는 큰 선물인 셈이다. 하나는 바로 타서 마시고 하나는 배낭속에 깊히 집어넣었다. 비록 창밖에 뿌연 모래먼지밖에 보이지않지만 커피맛은 기가막히다.

이제 이곳 실크로드도 말이 오지지 한국 여행객들이 많다는 것을 세삼 느낄 수 있었다. 어제는 유리씨, 오늘은 교수부부를 만났으니 이틀연속 한국말 수다에 시간가는줄 모를 정도... 창밖으로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는 모래뿐이고 가끔 저멀리 만년설을 뒤집어쓴 설산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열차는 한시간이 늦은 오후 세시가 넘어서 카스역에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세만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막상 방에 들어가니 에어콘, TV는 커녕 환기도 안되는 더운방에 최근에 사람이 묵었던 흔적이 전혀 없는 그런방이다.  건너편의 존스카페에 가서 티벳에 관한 정보를 좀 구하려고 했는데 별반 소득이 없다. 헌데 존스카페옆에 보니 같은 이름의 세만호텔이 또 하나 더있다. 몇몇 배낭족들에게 정보를 얻어보니 지니바그호텔이 더 좋다는 의견들이다. 그길로 5위안을 손해보고 세만호텔을 체크아웃해서 지니바그호텔로 옮겼다.

배낭여행자들의 도미토리는 별도의 건물에 있다. 8인실이지만 그런대로 깨끗하고 정리정돈도 잘되어있고 에어콘은 물론 TV에 샤워실까지 달려있다. 짐을 풀어놓고 가장 급한 비자연장을 위해서 카스 공안국(PSB) 외사과를 찾았다.
한달짜리 중국 비자를 받아왔는데 티벳으로 들어가면 라싸를 제외하고는 비자연장이 어렵다고들 한다. 따라서 티벳에 들어가기 전에 비자 기간을 연장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키가 작달막한 위구르족 여자경찰이 유창한 영어로 비자오피스는 따로 있다면 가르쳐준다. 전화로 물어물어 비자오피스를 찾아오니 호텔에서 별로 멀지않은 곳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끝난탓인지 셔터가 굳게 내려져있다.

사막 한복판에 있으면서 서양인의 얼굴을 한 위구르족들과 이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과 사원들은 여기가 중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는 정도이다.  생김새가 터키인들과 거의 다르지 않고 지금도 위구르어와 터키어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때 동 투르케스탄이라는 국가명을 걸고 독립운옹을 했었다고 한다. 햇빛은 따갑지만 그늘에 있으면 그리 덥다는 느낌은 들지않는다. 같은 위구르족 자치주이지만 트루판은 한족들이 많이 보였던 반면 카슈가르는 한족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의 공중전화에서 집으로 전화를 시도해보지만 역시 잘 되지않는다. 인터넷 바에 들어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이것 저것 정보를 좀 찾다보니 두시간이나 걸렸다. 저녁식사는 역시 자장면.... 한족식당에 들어가도 아는 메뉴가 그것밖에 없으니 어쩌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한국에서 수입한 연속극을 방영하는 바람에 한국사람에 대한 대접이 너무 좋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환한 얼굴을 짓고 더더욱 친절하게 대해준다. 식당 아가씨는 중국말로 한참을 뭐라고 물어보더니 급기야는 김희선 사진을 한장 들고 왔다.
TV만 켜면 김희선은 핸드폰광고에 나오고 현대와 삼성, LG의 광고전이 뜨겁다. 연속극은 둘째치고 한국기업의 CF 광고만 해도 한국선전을 엄청나게 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방에 돌아가니 한사람이 더 들어있다. 생긴모습은 영락없이 중국인이나 태국인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한국사람이다. 33살 노총각으로 인터넷비지니스를 하는 프리랜서란다. 2주일째 실크로드를 여행중이라는데 중국어를 좀 할 줄 아는데다 워낙 중국사람처럼 생겨서 아예 중국사람 행세를 하기도 한다며 웃는다. 나는 예챙에서 티벳을 넘어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날짜와 경비를 한참 계산하더니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막상 고민할 사람은 나자신이다. 예정보다 빨리 카슈가르에 오기는 했지만 동행은 커녕 아무런 정보조차 구할 수 없으니 마음만 더 조급해진다. 차분하게 카슈가르 관광을 하고 싶어도 카스의 명물 바자르는 일요일인 오는 16일에 열리니 아직 4일이나 남아있다. 우루무치를 거치지않고 오는 바람에 당초의 계획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생각같아서는 티벳을 포기하고 쿤자랍 패쓰와 카라코람을 건너 파키스탄으로 넘어갈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프카니스탄 전쟁때문에 파키스탄국경이 폐쇄되어서 중국쪽으로 출국은 되지만 파키스탄으로 입국은 되지않는다는 소문이다.

트루판에서 김유리씨를 비롯한 몇몇이 추천해준 타쉬쿠르간의 칼리꾸리 호수를 다녀올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예챙 현지에 가보면 혹씨 가이드북에 쓰여있는데로 혼자서도 알리까지 갈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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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미 2003.01.24 09:59 (*.192.104.67)
    이글을 읽으니 자꾸 바그다드 카페가 생각나네요..왜인지 저도 모르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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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구름 2003.01.28 14:11 (*.76.194.58)
    그러구 보니 송매님도 상당히 한족처럼 생기셨어요, 저는 덩치도 작고 생긴 것도 너무 한국적이라 걱정되네요.^^ 혼자서의 여행, 꿈같은 소원인데... 송매님은 자유인으로 아프락사스를 향한 날개짓을 맘껏 펼치고 왔군요. 담편이 늦어지네요. 요즘 환자도 별로 없을텐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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