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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1.23 09:58

제 9일 : 헤어짐과 만남

(*.77.15.29) 조회 수 1057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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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1일

9시 30분쯤 체크아웃을 했다.
지난 며칠간 동행한 세이코는 못내 섭섭했는지 버스 터미널까지 동행해주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세번있는 카스행 침대버스는 이미 출발해버렸다. 기차역이 있는 대하연(大河沿)으로 가서 카스행 열차를 타기로 했다. 전혀 일본인 같지않은 일본인 노처녀 세이코는 보름간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다시 상해로 돌아가 병원에 취직하기로 했다고 한다. 세이코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들고 명함한장 건네고 악수하며 헤어졌다.
"몸조심하고 여행 잘해라..."
"이메일 드릴께요..."

미니버스를 타고 11시쯤 대하연(大河沿)에 도착했지만 오후 5시 40분에 출발하는 열차만 발권이 가능하단다. (K887 319위안) 아직 시간이 일곱시간 가까이 남아있다. 할일은 없다.
시장구경도 할겸 아침겸 점심을 먹으로 기차역 맞은편의 시장으로 들어갔다. 어디든 시장에 가면 사람사는 분위기가 난다. 시장을 한바퀴 돌아봤지만 마땅히 입맛에 맞을만한 음식은 그리 눈에 띄지않는다. 그래도 위구르인들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좋을 듯해서 위구르족 식당에 들어갔지만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않는다. 가끔 한문도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온통 아라비아 글자로 쓰여진 메뉴판을 봐도 알만한 메뉴는 단 한가지도 없다.
손짓발짓만하다가 포기하고 나와 옆의 한족식당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을 보고 자장면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참 뒤에 나온 것은 우리 우동 비슷한 국물이 있는 국수가 나온다. 자장면은 아니지만 일단 입에 맞는 음식인 것만으로 만족이다.

집에 전화한지가 언제쯤인지 잘 기억이 나지않는다. 노점에서 판매하는 IC 카드와 IP카드를 구입해서 집으로 전화를 시도하는데 잘 되지않는다. 소수민족 자치구는 지역에 따라 국제전화가 되지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몇번의 동투르케스탄 독립운동이 있었던 만큼 국제전화가 제한되어있나보다. 하는 수없이 전화국을 찾아서 집에 전화를 신청했다. 이번에는 신호는 가는데 자동응답기가 받는다. 집에 아무도 없나보다. 통화는 하지도 못하고 전화요금만 날렸다.

대합실에 무료하게 앉아있으니 따분하기만 하고 시간은 잘 가지않는다. 다시 시장통을 몇바퀴 돌았다. 진열된 상품은 우리네 60년대 수준의 물건들 뿐이다. 장터 한쪽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한족들을 만났다. 장기두는 모습은 우리네하고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끊어져서 트루판에 버리고온 허리색대신할만한 가방을 하나 구입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지만 물건도 많지 않고 비슷한 물건들도 조잡하기 짝이 없다. 바지주머니에 여행자수표에 여권까지 넣어다니니 불편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마땅한 가방이나 주머니가 없으니 어떡하랴... 출발전에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전대를 구입하지않고 온 것이 화근이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구석의 바닥에 배낭을 기대고 맨바닥에 앉았다. 바닥이 좀 차고 딱딱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나중에는 아예 배낭을 베고 큰대자로 누워버렸다. 로마에서는 로마방식을 따르라고 했던가?

다섯시가 다 되어서 탑승구로 올라가다 아침에 트루판에서 헤어진 세이코와 다시 마추쳤다.
"김상!! 우루무치로 간다고 하지않았나요?"
"세이코상은 내일 출발한다고 하지않았나요?"
원래는 우루무치로 갈 계획이었는데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카스로 직행하기로 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세이코는 현지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오늘 표를 구했단다. 근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아님 인연의 시작인가??? 세이코가 가진 열차표는 내 바로 옆침대가 아닌가?

열차에 올라 침대에 걸터앉아 마주보며 실없이 웃고 말았다. 사실 세이코와 다닌 며칠 재미도 있었지만 편한 점도 많았다. 그녀가 중국어를 하기 때문에 가이드겸 통역겸 여러가지로 편리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성격도 여리고 여자이다 보니 이것저것 챙겨줘야하고 양보해야하고... 영어와 일본어를 반씩 섞어서 의사소통에는 불편이 없다고하지만 손목잡고 팔짱끼는 애인사이도 아니고... 뭐든지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나한테는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는 우루무치로 갈계획이었지만 계획을 바꾸면서 세이코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지않았다. 끝까지 같이 여행할 처지도 아니고 목적지도 다르기에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일찌감치 헤어지는 것도 나쁠 것없다 싶어 홀가분하게 혼자 도망치듯 떠나왔다. 근데 바로 맞으면 침대에 앉아있다.

윗칸에는 머리에 특유의 모자를 쓴 위구르인 두명이 자리를 잡았다. 쿠차에서 내려야하는 그녀는 쿠차에 대해서 이것저것 위구르인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두번째 타보는 장거리 기차인지라 낭(위구르식 빵)하나와 계란, 소시지등을 미리 준비했다.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귀가 멍멍해진다. GPS 고도를 보니 2800미터 기압고도계는 2990미터를 가리키고 있다.  몇시간 사이에 3000미터이상을 올라왔나보다. 하지만 나중에 여행할 티벳의 고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산병을 얼마나 견디고 이겨낼수 있을지...
왼쪽 창밖으로는 끝없는 모래벌판뿐이다. 가끔 모래먼지를 막기 위해서 나무를 심어놓은 모습이 애처럽기 그지없다. 사막한가운데 철길과 나란히 일렬로 심어진 어린 나무들....  오른쪽 창밖에 펼쳐치는 설산과 초원은 한폭의 그림같다. 여기가 천산(天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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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미 2003.01.23 16:09 (*.192.104.71)
    너무나 사실적이고 건조한 글이지만 그 담백함이 참으로 좋습니다. 송매님..여행기 책으로 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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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3.01.24 09:07 (*.216.109.74)
    글이라기 보다는 그저 기록을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시간대별로 개발새발 써져있는 메모를 읽기 편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출판욕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끝까지 다 정리해놓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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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구름 2003.01.28 13:54 (*.76.194.58)
    송매님, 안녕하세요? 책으로 내실려면 지금부터 어느정도는 작정을 하고 쓰셔야겠는데, 제 생각엔 여행 중 필요한 장비라든가 그 지방의 사정을 좀만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적어주면 그 책이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바이블같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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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3.02.07 10:38 (*.54.29.197)
    송매님 손목시계가 세이코가 아니지요 ?
    요즘엔 우리시게가 좋지만 예전에는 세이코였지요~!
    세이코양이 중국어도 잘 한다 하니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녔으면 좋았을 것을... ㅋㅋㅋ~~ 내가 아주머니에게 죽으려고 환장을 하고 있지요 ?

    국내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라서, 여행중 우연히 만나는 타인들중 유독 가까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길어야 고작 4~5시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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