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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3.01.21 10:42

제 8일(2): 트루판 시티투어

(*.216.109.74) 조회 수 98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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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판은 신장 위구르 자치주의 동쪽, 천산산맥의 남쪽 산록에 위치한 분지이다. 해발고도가 바다보다도 낮은 특이한 지역이다. 사막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천산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빙하녹은 물을 카레즈라고 하는 지하수로로 끌어들여 포도농사를 짓는 오아시스도시이다. 투루판이란 본래 위구르어로 "파인 땅"을 의미하는데 도시명이 말해주듯 중국에서 가장 무더운 지역으로 사막 특유의 일교차를 보이며, 주변으로는 흰 만년설을 두른 천산의 주봉 보고다를 볼 수 있다. 2,000년전 한 무제때 완성되어 현장법사가 설교하기도 했던 고창고성, 당시대의 유적지인 아스타나 고분군, 화염산등이 있다.

트루판 시내를 벗어나는데 멀리서 굴뚝에서 불을 뿜어내는 유전지대가 보인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대부분이 이곳 트루판분지 근처에서 생산되는 것이라고 한다. 미니밴을 운전하던 위구르족은 유전이야기가 나오자 목청을 높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염산이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고 하는 바로 그 산이다. 물론 산에서 불을 뿜는 것은 아니지만 사막특유의 타는듯 뜨거운 햇살아래 붉은 색의 황토산은 마치 불을 뿜어내는 느낌이다. 도로한편에 주차장을 만들어놓고 멀리서 화염산을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한쪽에는 위구르족 민속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낙타를 탈 수 있게 되어있다.

화염산을 출발해서  뜨거운 아스팔트도로를 달린다. 구닥다리 도요타 미니밴은 출고된지 16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자기가 이차를 14년동안 운전했노라고 자랑이다. 하지만 한참 달리던 차는 뒷바퀴가 펑크가 나서 털털거린다. 다행이 가까운 곳에 정비소가 있지만 마치 우리네 1960대쯤에나 구경할 수 있었던 구식장비에 완전히 수작업으로 타이어를 갈다보니 한참 걸린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아스타나 고분군이다. 하지만 먼지가 폴폴날리는 밭 한가운데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보이는데 입장료가 20위안이란다. 서양인 두친구는 입장료가 아깝다며 차에서 쉬겠단다. 가이드북을 보니 별것 아니라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와서 구경을 하지않고 간다는 것은 또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입구에 사막수로를 한참 구경하고 세번째 목적지인 고창성을 향했다.

20위안의 입장료의 학생할인때문에 짠돌이(?) 프랑스친구하고 위구르족사이에 간단한 시비가 벌어졌다. 결국은 한푼도 못깎고 20위안을 다 내고 들어갔다. 입구에는 당나귀 마차들의 호객이 한창이다. 땡볕이 한창이다. 눈이 부시고 땅에서는 열기가 푹푹 올라온다. 그럭저럭 황토성벽은 흔적이라도 남아있지만 건물들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고대도시는 실크로드와 함께 1000여년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의 영화는 그 흔적도 보이지않고 푸석푸석 먼지만 날린다. 햇빛은 너무 뜨겁고 특별한 볼거리도 없어서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멀리 성벽을 바라보다 되돌아 나왔다.

고창고성을 나서서 다시 찾은 곳은 화염산의 동쪽 기슭에 있는 베제클리크 천불동이었다. 물론 그 규모를 비교할 수 없지만 둔황의 막고굴같은 석굴이 있는 곳이지만 이슬람교가 트루판에 들어오면서 대부분 파괴되었고 1914년 스타인(Aurel Stein)등의 서양 탐험가들에 의해서 벽화가 뜯겨져 나가고 그나마 남은 것마져 2차세계대전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졌다고 한다. 결국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조잡한 모조품에 불과하다고 하니 모조품을 구경하기 위해서 20위안을 지불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결국 천불동 내부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바깥쪽만 구경했다.

시내를 가로질러 다시 찾은 곳은 포도구라고 하는 계곡이었다. 사막한복판을 가로지른 계곡으로만 물이 흐르고 포도단지가 조성되어있었다. 가는곳만다 20위안의 입장료를 받더니 급기야는 포도농원까지 입장료를 받는다. 천불동도 20위안이 아까워서 안들어간 짠돌이들이 포도농원구경하겠다고 20위안을 지불할리가 없다. 때마침 미국과의 월드컵 경기가 중계방송중이다. 입구의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TV를 시청하기로 했다. 홀란드친구는 나보다 앞에 앉아서 한국응원에 열중이다. 미국이 싫은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는 한국감독이 히딩크와 이름이 같은 구스(우리는 거스라고 발음하지만.)이기 때문이란다.

불행하게도 축구는 전반전도 채 보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정전이 된 때문이다. 아직 전기사정이 열악한 오지인 관계로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되고 전기나 나가면 밤이 되야 들어온단다. 월드컵 16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인데...

점심도 거른채 트루판박물과 소공탑을 더 구경했다. 꿈에 그리던 실크로드의 도시 트루판에 왔지만 실망감은 무지막지하게 커지기만 한다. 가는곳마다 20위안의 입장료를 받는 것까지는 좋은데 막상 들어가보면 볼게 전혀 없다. 특히 오후에 들어간 트루판 박물관이 그중 압권(?)이었다. 역시 2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만 지하수로인 카레즈(또는 칸헐징)의 모형이 지하에 설치되어있었을뿐 아무런 유물도 전시되어있지 않았다. 20위안을 내고 카레즈를 구경하는데 걸린 시간은 토탈 5분... 소공탑은 매표소 바깥쪽에서 기념사진 몇장 찍고 돌아서나왔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목하 고민에 잠겼다. 이번 여행의 최후의 목적지는 티벳이다. 그것도 흔히들 다니는 거얼무-라싸코스가 아닌 예챙-알리 코스를 여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알리로 가는 길에 잠시 현지적응 겸 실크로드를 구경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예챙에서 알리로 가는 퍼밋을 구할 수 있을지, 일행을 구해서 차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오늘 하루 트루판을 돌아보고 나니 NHK 비디오를 보면 키워왔던 실크로드에 대한 꿈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자책감마저 들고 있으니 더이상 트루판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당초 계획은 우루무치로 들어가 천지를 구경할 계획이었지만 여기 트루판처럼 시간만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예챙에 가서 일행을 구하는 것이 빠르지않을까?
  • ?
    가림 2003.01.21 11:58 (*.192.3.214)
    그러고 보니 그때가 그 잊지못할 월드컵축구경기가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군요
    길고도 긴 여정입니다 아직까지 그 연재가 계속되고 있으니...후후
    해발고도가 바다보다 낮은 특이한 지역 트루판, 위구르 자치주의 분지...
    서유기의 손오공도 등장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어쩌면 눈이 저리도 선할까요
  • ?
    宋梅 2003.01.21 15:00 (*.216.109.74)
    ㅋㅋㅋ
    본격적인 티벳여행은 시작도 못했으니 앞으로도 몇년 더 걸릴 것같은 예감입니다. 게으른탓에...
  • ?
    김지운 2003.01.22 09:30 (*.244.235.147)
    아래 사진의 어린이 모습이 서양인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이네요.

    국교수립만 일찍 되었어도 신장쪽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ㅎㅎㅎ
    가보고 싶은 지역중 한곳인지라.

    10여년전 모 종합상사에서 알래스카 자원탐사요원 모집한다고 할때, 집사람의 극구 반대로 주저앉기는 했지만...(가족 동반이 안되는 조건이었음).
    방랑벽이 아직도 남아있나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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