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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2.07.28 10:35

제 7일 : 막고굴(莫高窟)

(*.77.15.29) 조회 수 1718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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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9일

아침 8시에 기상했다. 신까이군이 사온 하미과로 아침식사를 떼웠다. 하미지방에서 많이 나는 과일이라해서 하미과라 하지만 모양은 늙은 호박처럼 생겼는데 과육이 좀 단단한 것을 빼고는 참외나 메론하고 비슷하다.

오늘도 신까이군과 세이코와 함께 셋이서 차를 대절하기로 했다. 우리일행이 탄 털털거리는 미니밴은 시가지를 벗어나서 사막을 가로질러 계곡사이로 들어간다. 계곡에 가까이 접근하자 멀리서도 산중턱에 숭숭 뚫어진 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장료가 80원이고 가이드비용이 20위안이란다. 헌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개인적으로 가이드를 해줄 수 없고 그나마 중국어 가이드만 가능하단다. 그나마 가이드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각 굴마다 열쇠가 채워져있고 가이드가 문을 열어주어야만 구경이 가능하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조선족 가이드가 있어서 친절한 안내와 함께 구경을 잘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혹씨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봤는데 오늘은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가이드가 아예 없단다.

여행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뒤집어 말하면 모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말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이날 하루 새삼 확인했다. 한글 가이드북에는 막고굴의 위치나 간단한 역사등의 개괄적인 이야기만 몇줄 쓰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신까이군과 세이코가 가진 일본어 가이드북에는 일반인들이 구경할 수 있는 40여개의 굴이 굴번호와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책을 빌려서 읽어보다 말고 화가 치밀고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뜯어가지고 다니던 한글 가이드북이라는 것이 결국 일본어 가이드북을 번역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은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그대로이다. 그나마 베낄려면 제대로나 베낄 것이지 막고굴 설명처럼 세세한 부분은 빼고 넘어간 것이다. 그것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않아서 많은 부분에서 사실과 다르다. 이 엉터리 가이북을 보고 가욕관에서 장성박물관을 찾아다녔으니 생각만해도 울화가 치미는 것이다.

확인된 석굴의 숫자가 거의 50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27곳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외에도 십여개의 굴을 더 구경할 수 있다는데 이때는 특별관람이라고 해서 별도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한단다. 그나마 오늘은 일요일이라 특별관람이 불가능하단다.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보살이 있다는 45번 굴과 57번굴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특히 57번굴을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세이코가 가장 아쉬워했다.

서기 400년 경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막고굴들은 티벳족과 몽골족등 다양한 이민족의 지배기간에도 잘 보존되고 더 많이 조성되었었으나 근세에 들어 일본을 비롯한 열강제국들에 의해서 문서가 반출되고 홰손되었다. 우리에게 둔황과 막고굴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막고굴에서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왕오천축국전을 보기 위해서는 프랑스로 가야한다. 결국 대부분 반출되고 훼손되고 남은 것은 별 볼일 없는 것밖에 없다는 인식때문인지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막고굴은 상당히 비관적인 구석이 많은 듯하다.

물론 굴마다 만든 사람은 물론 조성된 연도도 다르다. 몇몇 굴은 수백년동안 조성되고 관리되어진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대부분의 벽화들이 그림에는 아마추어인 승려들에 의해서 조성된 때문에 회화 자체의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림들이 간직하고 있는 당대의 풍물상이나 당시 승려들의 생각등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두시간여의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역시 사막 한가운데라 햇빛이 눈부시다. 하지만 그늘에서는 덥다는 느낌은 커녕 오히려 서늘하기까지 하다. 다시 털털거리는 미니밴을 타고 시내로 들어와 사천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중국어를 하는 신까이군과 세이코가 있으니 주문이 척척이다. 마파두부, 감자볶음, 중국식 오이무침, 소고기 짜장볶음에 흰밥.... 그중에서도 소고기 짜장볶음은 우리가 먹는 짜장면과 비슷한 소스에 고기를 볶아놓은 것으로 특히 입에 맞았다. 나로서는 일주일만에 입에 맞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중국땅에 들어선 이후 최대의 진수성찬인 셈이다.

인터넷방에 들러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몇가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하시간 이상 걸렸나보다. 두시가 넘어서야 여행사에 들러서 어제 예매한 표를 받았다.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유원(柳園)까지 가야하는데 두시간이상 걸린단다. 오후에는 4시, 6시에 버스가 출발하는데 8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4시 버스를 타야한다. 어제저녁에 명사산과 월아천 구경을 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트면 구경도 못하고 갈뻔했다. 다음날 오전에 출발하는 열차표를 예매했던 세이코가 자기도 야간열차를 타고 가겠노라고 따라나선다.  

돈황에서 유원으로 가는 길은 문자 그대로 사막이었다.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뜨겁기 짝이 없고 황무지 한가운데로 난 아스팔트 도로는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아스팔트는 녹아내릴 듯이 이글거리고 아스팔트를 벗어나면 문자 그대로 모래땅과 황무지가 지평선까지 이어져있다. 길의 끝에 산들이 보이는데 이게 신기루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산으로 뻗어있는 도로를 두시간가까이 달렸건만 산은 결코 가까워지지 않았다. 다만 약간은 선명하고 뚜렸해졌을뿐...

중국에도 짜장면은 있다.
유원역에 도착한 세이코는 표를 바꾸기 위해서 동분서주했지만 발권하는 컴퓨터가 고장이라 한시간 후에나 가능하단다. 기다리는 동안 우선 역 광장 건너편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에만 들어서면 무엇을 먹을까 고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식당에는 낯익은 짜장면이 있지를 않은가?

대개 중국에는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중국음식인 짜장면과 우동이 없다고 한다. 짜장면은 한국식 중국요리라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짜장면은 1905년경 인천의 모 음식점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그럴듯한 역사까지 곁들여진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에도 짜장면은 있다. 감숙성이나 신장성같은 실크로드의 오지에 가면 분명히 자장면(炸醬麵)이 있다. 다만 우리가 먹는 짜장면과 맛이 약간 다르고 그것도 집집마다 다를 뿐이다. 둔황의 사천요리 전문집에서도 면은 아니지만 비슷한 소스에 고기를 볶아내는 것을 맛있게 먹었으니 중국에 짜장이 없다거나 짜장은 한국에서 시작된 요리라는 소리는 낭설임에 분명하다.

좌우간 유원에서 먹은 짜장면은 우리가 국내에서 먹는 짜장면처럼 감칠맛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이 짜장면이니 맛은 좀 다르지만 그나마 감지덕지...

잉쭈어(硬座)와 잉워(硬臥)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와 세이코의 표를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끝내 표를 바꾸지 못하고 열차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열차표는 일반실과 특실의 구분만 있다. 과거에는 서울 부산간에 침대칸이 있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등의 열차에 따른 등급은 있다. 중국의 열차도 특급열차(特快)와 급행열차(直快) 그리고 직행열차(直客)가 있다. 독특한 것은 중국의 기차는 좌석에 따라 1등석인 루안쭈어(軟座)와 2등석인 잉쭈어(硬座), 침대칸의 경우에도 루안워(軟臥)와 잉워(硬臥)로 나뉜다.

물론 좌석이 훨씬 가격이 싸고 침대칸이라도 1등실에 해당하는 루안워는 두배이상 비싸다. 여행내내 소위 딱딱한 침대칸이 잉워를 이용했지만 전혀 불편하지않았다. 배낭여행자들의 경우 낮시간동안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거나 특별히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값싼좌석인 잉쭈어를 타기도 하지만 여행시간이 길고 특히 야간인 경우에는 엄청난 고행이 아닐수 없다. 나는 아예 처음부터 잉워를 구입했지만 세이코의 경우는 낮시간에 이동할 계획이어서 잉쭈어를 구입했던 것이다. 열차를 타고서도 차장에게 표를 잉워로 바꿀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하미를 지나야 가능하단다. 잉쭈어 표를 가지 세이코는 결국 좌석이 있는 칸으로 쫒겨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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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한 2002.07.28 15:35 (*.105.206.227)
    마치 제가 신까이 세이코와 같이 여행하는것 같아요.^^*..막고굴은 바위산을 구멍 뚫고 그 안에서 수행 하는 곳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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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29 10:24 (*.54.29.197)
    막고굴~ 역시, 천하의 중국입니다.
    나는 내 입에 맛는 음식을 만난다는 것을 큰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거기에 분위기까지 더함면 금상첨활가 하지요~?

    입에 맞는 짜장볶음과 마파두부, 오이무침이 진수성찬인 것을 보면 행복은 항상 나와 함께 하는 모양입니다. 宋梅님~!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찾으러 불란서로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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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29 10:24 (*.54.29.197)
    참, 아직 큰바위 얼굴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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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이스 2002.07.29 11:01 (*.253.98.18)
    이제사 송매님 얼굴을 볼 수 있군요. 하하... 그런데 맞는 모자가 있었단 말씀예요?? 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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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림 2002.07.29 11:54 (*.192.3.214)
    ㅋㄷㅋㄷ~
    에궁 맘좋은 송매님...
    큰 바위 얼굴이라며 들풀처럼...님은 왜 자꾸 그러시는지 몰러(열나 친한가 벼 ㅎㅎ~)
    이젠 초이스님까정??
    박상민오빠보다 훨 잘 생겼는디...
    아~!오늘은 중국음식 먹구 시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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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29 12:25 (*.54.29.197)
    까짓 것,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할 수 있습니다. 것도 곱배기로...
    저녁에 언 님 온다 하니 가 볼까 합니다. 젆롸 한 통화면 모터사이클이 금방입니다. 그록, 큰바위 얼굴이 어때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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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림 2002.07.29 13:04 (*.192.3.214)
    젆롸???와~!첨 들어보는 단어네여?ㅋㅋㅋ~
    곱배기?기럼 어드메서 뵈야 할런지요
    참내~누가 뭬랬나여? 걍 훨 머째이라고 혔쥬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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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주 2002.07.31 19:32 (*.195.225.87)
    언제고 함 가고 말꺼얌...송매님의 발자취를 따라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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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찬 2002.08.02 17:26 (*.41.90.226)
    고생을 많이 하신것 같은데 아직은 얼굴이 좋으시네요.ㅎㅎㅎ
    '돈황가는길"을 읽어서인지 돈황,막고굴 등등이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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