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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2.07.25 21:59

제 6일 : 둔황(敦煌)

(*.77.15.29) 조회 수 1402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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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8일

아침 8시에 기상
여전히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아예 우기에 접어든 것일까? 만약 우기에 접어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온다면 이 여행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씨 다음 목적지인 둔황은 사막 한가운데라 비가 안오지않을까?
원래 계획은 가욕관에서 하루를 더 머물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비가 계속오면 구경도 못하고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사거리의 분식점에서 아침식사를하면서 그냥 오늘 둔황으로 떠나기로 결론을 내렸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막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다. 표를 끊는데 여행보험을 들어야한단다. 버스표 45위안에 보험료가 30위안이나 한다. 버스는 미니버스보다는 약간 큰 정도이고 우리네 시내버스보다도 작은 크기다. 카랑카랑 쇳소리를 내는 폼이 우리나라같으면 폐차장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무인지경인 차가 도로로 달려나간다. 명색이 포장도로이건만 왜이리 덜컹거리는지...

시가지를 벗어나 어제 구경한 가욕관성채가 보이는가 했더니 고비사막으로 접어든다. 고도계를 살펴보니 1300미터정도이던 가욕관을 벗어나더니 꾸준히 올라가기 시작해서 해발 2000미터의 고원사막을 달려나간다. 척박하기 짝이없는 황무지 사막이지만 어제 오늘 내린 비로 곳곳에 비가 고여있는 모습이 이채롭니다.

털털거리는 차의 카랑카랑 쇠소리에 머리가 멍멍해질 즈음 자그마한 도시의 정류장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서 일부는 화장실로 일부는 음식점으로 더러는 음료수를 사들고 차로 다시 돌아온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역시 서안에서 보았던 대로 칸막이만 있고 문이 없으니 입구에서 보면 줄줄이 엉덩이가 다 보이는 그런 화장실인데 그나마 사용료를 내야한다. 큰볼일(?) 같았으면 엄두도 못냈겠지만...후후

주차장옆 가게에서 파는 삶은 계란과 홍차한병을 사들고 차로 돌아왔다. 한참만에 다시 출발한 차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가 싶었는데 기사가 다른 버스의 기사와 한참 이야기하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짐을 들고 우르르 일어서서 다른 차를 탄다. 차는 조금은 새차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이미 꽉차있어서 맨 뒷좌석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타고 오던 차는 손님을 다른 차로 실어주고 다시 돈황으로 돌아간단다. 사람은 금방 옮겨탓지만 적재함에 가득 실려있던 짐을 옮겨싫는데 한참이 걸렸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중간쯤에 앉아있던 중국 젊은이가 옆자리로 앉더니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 어디서 왔냐?
+ 한국
- 누구랑 다니냐?
+ 혼자
- 중국 몇번째냐?
+ 처음
상투적인 질문들에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을 해주었더니 나중에는 볼펜을 끄집어 내더니 공책에 뭔가 적어서 보여준다.
- 둔황에 아는 사람이나 친구가 있느냐?
+ 없다.
- 그럼 어디서 잘거냐?
+ 아직 결정 안했다.
- 내가 싼 호텔소개시켜줄까?
+ 싫다.
- 왜?
+ 값이 문제가 아니고 기왕이면 깨끗하고 외국 여행자들이 많은 호텔을 찾고 있다.
- 거기가 어딘데?
+ 나도 잘 모르는데 가이드북을 보니까 그런데가 있단다. 비천빈관이라고...
- 둔황 다음에는 어디로 가냐?
+ 트루판, 우루무치, 쿠차, 카슈가르, 예챙, 티벳.... 실크로드 거쳐서 티벳으로 갈거다.
대화가 길어지니까 단답형으로 간단하게 질문하고 대답은 점점 길어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의 영어교육이 우리만큼 문제가 많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읽기 쓰기는 많이 하지만 말하기는 거의 하지않아서 영어문장을 읽고 쓰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막상 말로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영어문장을 공책에 써서 보여주는 것이다. 자리까지 옮겨가면서 옆자리에 앉을 때부터 경계심을 갖게 하더니 흘끗흘끗 처다보면서 과잉친절을 배푸는 모습이 영 신경을 쓰이게 한다.

처음 차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덜컹거리는 것도 덜하다. 중간에 安西 정류장에 잠깐 들렀다가 네시가 되서 돈황에 도착했다. 둔황에 도착해서도 자기가 안내해주겠다며 엉뚱한 여관으로 안내하고 방을 둘러보는 사이에 벌써 체크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둡고 지저분한데다 곰팡이 냄세가 나는 호텔이 싫은 것은 둘째치고 과잉친절을 베푸는 중국인이 신경쓰여서 거절하고 돌아나오고 말았다. 일본말로 말을 걸어오는 터미널 근처의 삐끼들을 과감히 물리치고(?) 비천빈관의 도미토리에 숙소를 정했다.

기존의 호텔과 별도의 건물이기는 하지만 하루 20위안의 8인실이지만 방도 깨끗하고 공용이기는 하지만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잘 되어있다. 체크인을 하는데 유창한 영어발음의 한족여자가  명사산과 월아천, 막고굴등의 투어코스를 설명해주고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한다고 알려준다. 그 투어를 이용하면 내일 하루정도면 보고 싶은 것은 다 구경할 수 있을 것같다. 배낭을 벗어놓고 트루판까지의 교통편을 알아보려고 나가려는데 동양인 여자가 하나 방으로 들어온다. 얼핏 인상이 마치 한국사람처럼 보여서 한국말로 말을 걸었더니 영어로 대답한다. 일본인이란다.

호텔밖에서 헤메다가 결국은 호텔내에 있는 여행사에서 다음날 밤 8시 기차표를 예매했다.  내일 야간열차로 출발하면 모래 새벽에 트루판에 도착하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같다. 하지만 오늘 가욕관에서 출발해서 둔황에 도착했는데 내일 또 둔황을 출발해서 트루판으로 향하는 것이 말타고 산천유람하는 식의 강행군이다. 가끔은 조금씩 쉬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신장에서 티벳으로 가는 코스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같다.

방으로 들어오니 전형적인 일본인 하나가 더 도착해있다. 먼저 방을 쓰고 있던 세이코는 일본인치고는 영어가 발음도 좋고 유창하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러왔다가 여행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도착한 신까이라는 일본대학생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역시 성도에서 중국어연수를 하는 중이란다. 세이코와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신까이군하고는 일본어로 이야기하다보니 그럭저럭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듯하다. 두사람 다 중국어가 가능해서 여러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우선은 신까이군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시장안쪽으로 들어가 위구르족 식당에서 좌팡이라는 양고기 볶은밥과 꼬치구이를 먹었다. 조금 느끼하기는 하지만 먹을만하다. 돌아오는 길에 PC방에 들렀는데 한글 되는곳이 전혀 없다. 한참만에 한글폰트를 깔기는 했는데 읽을 수는 있는데 한글을 쓸 수가 없다. 역시 난향방은 접속이 되지않는다. 풍빠모접속이 되는 것으로 보아 서버자체의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겨우 이메일만 확인하고 돌아나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세이코가 명사산과 월아천은 어두워진 후에 봐야 좋다며 밤 8시에 명사산을 가잔다. 결국 신까이군과 셋이서 명사산과 월아천을 구경하기로 하고 호텔밖으로 나왔다. 역시 여행은 현지 언어를 잘하는 사람은 정보도 쉽게 구하고 경비도 적게 들게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같다. 중국어를 할 줄아는 세이코와 신까이군 덕분에 왕복 20원(개인당 7원)에 흥정을 마치쳤다. 차는 우리의 다마스나 타우너같은 미니밴인데 형편없이 낡고 지저분하다. 이 차를 타고 명사산을 향했다. 오늘 밤에는 달이 뜨기를 기대하면서....

입장료 5위안을 내고 들어가니 낙타와 사람들이 한무리 호객을 해댄다. 하지만 왕복 100위안을 요구하는데다 기왕왔으니 모래산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낙타를 타지 않고 명사산을 오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명사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있지만 그중 원산의 명사십리는 明砂이고 완도의 명사십리는 鳴砂이다. 이곳 명사산 역시 鳴砂山으로 모래가 울음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아닌게 아니라 모래를 밟으면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울음소리를 내는 것같다. 하지만 미끄러지는 모래산을 걸어올라가는 것이 보통 힘드는게 아니다. 스물한살의 신까이는 아직 힘이 남아도나보다. 세이코와 나는 뒤에 처저서 헉헉대다가 중간에 모래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오고 말았다. 발을 디디면 급경사로 모래가 흘러내리며 깊이 패이는 전형적인 모래언덕이다. 걷는데 힘이 들기는 하지만 푹신푹신한 모래를 밟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않다.

명사산 골짜기의 월아천은 100미터 정도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작은 연못에 불과했다. 다만 모래언덕 중간에 있는 오아시스처럼 하늘색 호수와 녹색의 나무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관리인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상당히 규모도 크고 경치도 훨씬 더 좋았다고 한다. 해마다 모래가 날아들어서 양쪽으로 조금씩 좁아져서 지금처럼 작아졌다고 한다.

경내를 걸어서 구경하는데 두시간은 걸릴거라는 판단으로 차는 시내로 돌아갔다가 열시쯤 다시 태우러 오기로 했는데 작은 모래구릉 하나 넘어서 월아천을 구경하고 나니 삼십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며 신까이와 세이코는 다시 모래언덕을 기어오르고 나는 입구쪽의 작은 언덕위에서 해가 넘어가고 있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주저 앉았다. 사람마다 여행을 하는 패턴이 다를 것이다. 특히 동양문화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서양인들은 자연환경과 경치 그 자체를 즐기는 여행을 많이 한다. 물론 트래킹이나 낚시, 자전거 등등 운동을 겸한 스포츠를 즐기는 부류도 있다. 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유적지나 박물관등을 주로 찾는다. 물론 이 문화나 역사는 내가 속한 집단의 문화와 역사와의 공통점을 찾거나 차이점등이 주요 관심사일 것이다.

나는 어디쯤에 속할까?
체력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축하고는 거리가 멀고 역사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 게다가 중국어를 전혀 못하니 그들 문화속으로 깊이 들어가지도 못한다.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그것으로 만족해야한다. 가는 곳마다 비록 껍데기뿐이기는 하지만 자연환경과 경치를 즐기면서 그때 그때의 느낌을 가져보기 위해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한다. 날마다 지는 해가 특별한 감흥을 가져다 줄리가 없다. 다만 이국만리 모래땅에 주저앉아서 그저 평범한 하루의 해 일망정 모래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은 평소에 전혀 구경하지 못했던 풍광이 아닌가....


  • ?
    차동주 2002.07.31 19:36 (*.195.225.87)
    사막의 오아시슨가요? 오아시스도 그렇고. 사막도 그렇고.. 사라지는 풍광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전혀 모르는 미지의 문명을 보고 많은 감회가 느껴지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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