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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2.07.23 10:39

제 5일 : 박물관은 없다.

(*.77.15.29) 조회 수 1133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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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7일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호텔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아 미숫가루와 맛없는 수박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오늘 일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가욕관 성채와 현벽장성을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오면 쉽지않을 듯하다.  

여행을 갑작스럽게 준비하다보니 중국은 론리플래닛을 구하지 못하고 한글 가이드북을 사서 뒤쪽의 실크로드편만 잘라서 가져왔다. 근데 이 한글 가이드북을 뒤적이다보니 장성박물관에 대한 평이 워낙 좋아보인다. 일단 오전에는 실내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성박물관을 구경하고 오후에 비가 그치면 가욕관을 구경할 계획으로 판초우의를 챙겨들고 방을 나섰다. 호텔프론트에서 우산을 하나 빌렸다. 보라색 판초우의에 빨간우산을 받쳐들고 큰길로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장생보우꽌"했더니 중국인 기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데다 내가 발음이 좋지않아서 그런 탓이라 생각하고 가이드북에 쓰여있는 한문을 보여주었다. 그런대로 한참을 갸우뚱 거리더니 어디론가 핸드폰을 걸어보더니 빗속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시가지를 벗어나서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기가 박물관이란다. 그리고 차비로 20원을 달랜다. 아무리 봐도 박물관 비슷한 건물은 보이지않는데...

마침 잔돈이 하나도 없어서 100위안짜리 지폐를 주었더니 우물쭈물하다가 20위안만 거슬러준다. 그리고는 횡설수설... 이자식이 누구를 바보로 아나? 여기가 목적지인 장성박물관인지 조차 확인되지않은 상태에서 요금까지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다니... 100위안짜리 지폐를 빼앗아들고 큰소리로 파출소로 가자고 영어로 떠들어댔더니 차를 빼서 어느 가게앞에 세운다. 우선 돈을 바꿔서 15원을 주어서 기사를 쫒아보내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가욕관이란다. 나중에 비가 그치면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주차장을 가로질러 돌아들어가니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고 40원의 입장료를 내고 한참 걸어들어가니 가욕관 성채가 기다리고 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앞이 보이지않을 만큼 많이 쏟아진다. 길을 따로 철벅철벅 걸어서 성밖으로 나오니 거기가 바로 고비사막이다. 가욕관이 만리장성의 서쪽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남쪽으로 더 내려가서 만리장성 제일돈이 명실상부한 서쪽 끝이라고 한다.

성문밖에서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앉아서 비오는 고비사막을 물끄러미 처다보고 앉아있었다. 원래도 사막에 이렇듯 비가 많이 오는 것인가? 원래 계획은 장성박물관을 먼저 구경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비오는 사막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 내게는 더 큰 행운이 아닐까? 사막의 모래땅에도 비가 내리니 물이 고이고 흘러가는 물길이 생긴다.

돌아서 바라보면 가욕관 성채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원에 사는 덕에 수원의 화성을 여러바퀴 돌아봤었고 장안문이나 팔달문같은 성채를 거의 날마다 구경하고 살지만 규모면에서 이 가욕관에 비할바가 못된다. 면적도 훨씬 넓고 담장 높이도 높고 건물 자체의 규모도 훨씬 크다. 수원화성의 경우 대문의 방어와 수비를 위해서 소위 옹성이라는 것을 쌓아서 수비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내성과 외성사이에 동쪽의 광화문(光化門)과 서쪽의 유원문(柔遠門)사이에 네모난 공간을 두어서 이중으로 수비할 수 있게 되어있다. 특히 성벽위까 비탈길을 만들어서 말이나 마차까지 성벽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고 두개의 문 위에는 삼층누각을 지어올려 이 누각들이 가욕관의 상징처럼 되었다 한다.

바깥쪽 성문내부에는 대형 화강석이 깔려있는데 수레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두줄로 패여있다. 이 문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수레들이 지나가면 이런 바퀴자국이 생길까?? 이런 자국은 폼페이 유적지에서 한번 본 기억이 난다. 여기 만리장성의 자국에 비해서 좁고 깊고 선명했던 그 바퀴자국은 창녀의 집쪽으로 유난히 깊게 패여있었던 기억이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까 장성박물관이 있는데 아직 공사중이라 오픈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내 어딘가에 아직 장성박물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큰길로 나왔지만 계속해서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차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한참을 판초우의에 빨간 우산을 받쳐들고 길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겨우 시내쪽으로 들어오는 택시에 합승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현벽장성도 구경을 하려고 했었는데...

시내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다시 장성박물관을 가자고 했더니 역시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한참 휴대폰으로 통화도 해보고 아예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서 물어보기도 하더니 "박물관은 없다."고 한다.
"그럼 청년빈관으로 가자."했더니
큰소리로 대답한다. "OK!!!"

호텔방으로 돌아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지도와 가이드북을 자세히 검토해보니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박물관이 별로 멀지않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로...

또다시 호텔을 나서서 비를 철철맞으면서 찾아간 박물관 주소에는 과거 박물관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은 남아있으나 왼 이동통신 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물어보니 장성박물관은 벌써 몇년전에 없어졌다고 한다. 결국 오늘 하루내 없어진 박물관 찾느라고 허비한 셈이다. 비자기간 연장을 위해서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공안국에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것이 들어서 있고 공안국은 반대편으로 옮겼단다. 아예 내일 둔황으로 떠날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았더니 아예 반대편으로 이전했단다. 이래서 최신 정보, 그것도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다. 없어진 박물관을 찾아 빗속을 헤메고 옮겨간 공안국과 버스정류장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으니...

호텔로 돌아오니 TV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중계방송중이다. 스페인의 자살골로 스페인이 파라과이에게 1대0으로 지고 있다. 전반전만 구경하고 사거리 근처의 분식점에서 일본식 우동과 볶음면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3대1로 스페인이 이겼단다.

  • ?
    초이스 2002.07.23 12:39 (*.253.98.18)
    스페인과 파라과이 경기라면 6월 7일이네요. "장생보우꽌~!!!" 이 말을 운전사에게 열심히 하고계시는 송매님이 보입니다. 하하하...또 커피생각 나셨겠네~!!
  • ?
    은하수 2002.07.23 13:32 (*.148.253.168)
    에구... 어제도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계시더니... 오늘은 비까지 오는데... 영락없는... ㅋㅋㅋ 사막에도 비는 오는데 그 물을 땅이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해 사막인가??? 지평선이 보이네요.
  • ?
    가림 2002.07.23 22:11 (*.192.3.213)
    요즘 송매님의 글을 읽으며 작년부터 욜씨미 중국어를 공부하는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몇년전 중국을 갔다 오더니 다시한번 제대루(?)가야겠다며 우선 중국어부터
    알아야 한다고 아침저녁 을매나 욜씸인지...
    엄청나고 광활한 대륙의 중국...우선 송매님의 日誌들을 잘 메모해 둘까 봅니다
  • ?
    모순미 2003.01.24 10:15 (*.192.104.67)
    사막의 모래땅에도 비가 내리니 물이 고이고 흘러가는 물길이 생긴다. .....는 표현은 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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