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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실크로드, 티벳 여행기
2002.07.22 11:21

제 4일 : 가욕관

(*.77.15.29) 조회 수 1778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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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6일

일찌감치 자기 시작한 바람에 새벽 세시에 눈을 떴다. 열차는 아직도 어둠속을 달려가고 있고 객실의 불도 꺼져있고 다들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일어나 앉아 멍청하게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비몽사몽 뒤척뒤척...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고 세수하고...
9시쯤 天水역에 도착해서야 닭다리 두쪽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다.

화서회랑의 좁은 골짜기를 실감나게 하듯이 산맥은 양쪽 차창으로 바싹 다가워 있었다. 헐벗은 산과 무너진 물길은 문자 그대로 황무지였다.

식사때가 되면 열차내에 도시락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는 말에 한번도 사먹지를 않았는데 마침 앞자리의 아줌마가 도시락을 먹는다. 마파두부와 구수한 고기냄새가 그리 나빠보이지않는다. 10원을 주고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먹을 만하다. 나중에는 국물까지 싹싹 비벼먹었다.

오른쪽 창밖의 산들이 멀어지는가 싶더니 멀리 바다처럼 보이는 고비사막이 보이기 시작하고서도 한참을 달려서 오후 4시쯤 가욕관에 도착했다. 서안에서 가욕관까지 스물일곱시간이 걸렸다. 서울에서 부산을 몇번 왕복한 셈이다. 통일이 되어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타면 몇시간쯤 걸릴까?? 드디어 27시간만에 열처에서 벗어나 1번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간다음 한참을 걸어서 청년빈관을 찾아들었다.

다른 중국의 도시들과는 달리 최근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탓인지 시가지가 반듯반듯하고 건물도 현대식의 새 건물이라 깨끗하다. 서안에서의 오래된 도로와 달리 도로도 넓고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어 출퇴근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별로 번잡해 보이지않는다.

걸어서 시가지를 한바퀴 구경하는데 한시간정도도 안걸리는 자그마한 도시이다. 저녁식사는 돼지고기와 고추를 넣은 볶은밥과 마파두부를 시켜먹는데 먹을만하다. 오늘이 4일째밖에 되지않았는데 먹는 것은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다만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식사후에 메뉴판에 있는 커피를 주문했는데 정말로 맛이 없다. 아직 기름때문에 음식이 느끼해서 그런지 커피생각이 간절하다. 그것도 한국에서 마시던 맛있는 커피믹스 생각이 간절하다.

식사후 바로 수퍼마켓에서 커피믹스를 찾아보았다. 네스카페 커피믹스 한상자와 차를 우려낼 수 있는 물병, 우롱차와 주먹만한 수박 한덩이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에서의 첫번째 쇼핑이었던 이날의 쇼핑은 완전한 실패작이었다. 수박은 달지않고 맛이 없어서 반도 못먹고 버렸고, 커피믹스 역시 입에 맞지않아서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물병은 차와 함께 더운물을 넣고 막아두었는데 열리지않아서 낑낑거리다 역시 버렸고 우롱차는 네팔에서 더 맛있는 차를 보고 가방을 정리하면서 빼버렸다.

내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가끔은 깜빡 잊고 있나보다.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생각만 간절해하고 그러면서도 중국인 흉내를 내보겠다고 물통과 우롱차를 구입했으니....
내일은 만리장성의 서쪽 끝, 天下第一雄關인 가욕관을 구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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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이스 2002.07.22 15:05 (*.253.98.34)
    하~ 참!!! 읽으면 읽을수록 '커피믹스' 땜시로 안타까워 죽겄네...에구 커피나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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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문동 2002.07.22 18:35 (*.35.56.29)
    아래 사진은 다리 공사현장인가요??. 직업은 몬 속이나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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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수 2002.07.23 08:58 (*.148.253.168)
    울 남편이 중국갈때 커피믹스를 무데기로 사가길래 물가도 싼 나라 가면서 왜저러나 했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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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23 09:29 (*.54.29.197)
    앗, 하~~ 침대가 접이식이군요~! 허리가 아픈 사람에겐 좋은 것인가요~? 딱딱할 것 같아... 교량공사가 한창이군요~! 한 때 PQ제 한다 하여 실적을 쌓으려고 국내 건설업체들 덤핑으로 교량공사등을 수주하느랴 난리법석이었는데 결국, 모두 부도발생으로 사라지더군요~!. 우린 눈 한번 까닥 안했는데... 실적으로 고통도 받고 있습니다. 나는 커피믹스를 멀리 합니다. 너무 진하고 달고 어쩌고 하기에... 핫, 하~~첫 번째 쇼핑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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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한 2002.07.23 10:14 (*.230.7.52)
    윗사진 보면서 쪼매 걱정 되는게.....선반에 짐 실어 놓으면 도난 위험 없나요?곤히 자고있는 사이 슬쩍할까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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