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by 宋梅 posted Aug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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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담배끊으면 돈으로 주께..."
어머님이 수원에 오셔서 오랫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다말고 어머님이 담배좀 끊으라고 하시는 말씀이다. 막내가 담배끊었다고 골프채를 사주시고 바로 아래동생녀석도 담배를 끊었다고 염치도 없이 부모님한테 용돈을 타서 뭘했대나???
벌써 몇번째 듣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명색이 장남인데 모시고 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용돈을 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돈을 받는 것은 담배를 끊고 안끊고와 상관없이 자존심상하는 일이라 예 알겠습니다하고는 말았었다.

요즘 대부분의 봉급쟁이들이 그렇듯이 어김없이 봉급은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결국 월급을 받아도 돈구경은 해볼 수가 없는 것이 통장을 집사람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모든 경제권을 집사람이 쥐고 있으니 나야 그저 용돈이나 타서 쓰면 그만이다. 어차피 쓰고남을 만큼 많은 돈을 버는게 아니라면 골머리 아픈 일이라도 덜자는 속셈이기는 했지만...
어쨓든 난을 시작하면서 난이 어디서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끔 하나씩 사들고 들어갈때면 보통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고가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을 하나 사려면 용돈한도내에서 구입을 해야하고 가끔 비자금이라고 할것조차도 없는 눈먼돈이 조금씩 생길라치면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나마 구입하고나면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알뜰살뜰 가계부적으면서 콩나물값, 두부값 계산하는 사람한테 난산답시고 돈을 달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으니 그저 용돈 두어달 모아서 한분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야지... 헌데 얼마전부터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집사람한테 정식으로 돈을 받아서 난을 구입해보면 어떨까... 그것도 기왕이면 고가품으로... 그러면 어쩌면 난에 대해서 보는 시각이 조금은 더 고와지지 않을까? 아니 고와지지는 않더라도 창문이라도 한번 더 열어주고 물이라도 가끔 주게 될지 몰라...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집사람에게 돈을 뜯어내야(?)할지는 감감하기만 했었다.

"담배 끊으면 당신은 얼마줄건데..."
이번에도 어김없는 어머님의 제안에 집사람한테 고개를 돌려 물어보는 것이다.
"어머님이 주신대는데 어따 쓸려고 나한테도 달래??"
"난하나 사려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75년부터였으니까 26년이나 되었고 물론 담배를 끊기 위해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남들처럼 짧으면 한두달 길게는 6개월만에 실패하고말았었다. 구태여 직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담배를 끊긴 끊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힘든 금단증상과 늘어나는 체중을 감당할 용기가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 고비를 넘기기위해서는 뭔가 목표가 설정되어야할 것이고 확실한 목표가 설정되면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아예 이번기회에 담배도 끊고 금모단도 한분사고,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