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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조회 수 1605 추천 수 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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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침에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오랫만에 집에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결국은 집사람이 좋아하는 선인장(그중에서도 키큰 선인장을 좋아한다.)을 하나 구해다 주겠노라고 반바지 차림에 집을 나섰다. 사실 목적은 수서난단지의 모난원에서 사진이나 몇장 건저볼까 하고...

수서에 도착할때쯤에 워낙 비가 퍼부어서 원래 목적지였던 양재동은 가지도 못하고 덤으로 몇장 건저볼까했던 사진은 찍을 생각도 못하고 노닥거리다가 수원의 모님에게 호출당해서 불려가고 말았지만...
난원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이난저난 구경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모다국적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전자쪽의 엔지니어로 한때 심취했던 아마추어무선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이다. 요즘 퇴직하고 개인사업을 하느라 바쁜데다 나 자신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간단한 안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것저것 질문이 쏟아진다.
사연인즉
75세되시는 아버님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양쪽 발목을 다치셨단다.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이미 한쪽 발목은 회생가능성이 없어서 절단한 상태고 나머지 한쪽마저 며칠 지켜봐야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나머지 한쪽 발목을 살릴 방법이 없는지,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없는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으로 난감하다.
환자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기에 섣부른 판단은 차짓 돌팔이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고 잘못하면 사람못된놈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이십여년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미세접합수술의 일차목표는 떨어져나간 손가락 발가락을 재건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지 않으면 손가락을 붙이는 것이 자르는 것만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살릴 수 있는 손가락을 절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 자칫 비정한 인간으로 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손가락을 의료진입장에서는 몇시간 고생하고 수술하고 환자입장에서는 몇달간 고생하고 치료를 받고나서도 빠르면 수개월 길면 몇년이내에 다시 절단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몇달간 환자와 의료진은 쓸데없는 고생만 잔뜩하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낭비만 초래한 셈이다.
그래도 젊은 환자의 경우는 믿져도 큰 손해가 아니니 접합하기 위해 기를 쓴다.

하지만 노인환자의 경우에 발목인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얼핏 환자나 보호자입장에서는 발목을 살리는 것이 지상목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손상의 정도가 심한경우 수술과 치료가 잘되었지만 환자의 전신상태가 악화되기 쉬운 노인환자의 경우 선택은 쉽지 않다. 걷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치매나 노인성질환이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칫잘못하면 본전도 못건지는 수가 있으니...

얼핏 잘 모르는 분든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우스개 소린를 한다고 들릴지 모르겠지만 의사들끼리 흔히 하는 농담으로 "수술을 잘되었으나 환자분은 돌아가셨습니다."라는게 있다. 즉 다시 말해서 지엽적인 부분에 너무 치중하다보면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고 환자의 전체적인 면을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교훈이다.

이경우도 발목을 살리는 것이 지상목표처럼 보이지만 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일차목표인 셈이다.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런저런 설명을 전화로 하다보니 쉬운게 아니다. 일단 발목을 살리는데 주력하되 환자의 전신상태를 고려해서 판단하시라고...
도움도 안되는 말만 잔뜩하다 전화를 끊고나니 귀가 간지럽다.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야 자르라는 이야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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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1.07.30 16:08
    출님!! 또 쓰고보니 함정도 많고 도움도 안되네요... 아예 제목을 바꾸어버렸씀미다. 제 심정이 요즘 이렇씀미다....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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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16:38
    그래도 이 글은 함정의 모습이 어슴프레 보여...다른 님들께서 빠지지는 않겠슴미다~!...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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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 2001.07.30 16:54
    의사6명당1명꼴로 환자에게 오진등으로 인해 멱살(??-기억 잘안남)을 잡힌 경험이 있답니다..그래서일지모르지만..명쾌한 답변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환자는 생과사의 갈림길에 있고 의사는 그저 루틴일지도 모르는 입장차이가 있겠습니다만....송매님..의사선생님들 나쁘다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제맘아시져?? 출님~~~제가 먼저 빠졌습니다..(오늘 내내 심각한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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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1.07.30 17:03
    하눌님이 제대로 보셨습니다.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의료현실말입니다. 결국 법적으로 하자없고 나쁜놈소리도 안들을 수 있는 방법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걸 방어진료라고 하든데 방어는 무신방어??? 책임회피지... 쩝쩝 피해자는 불특정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99.9%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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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1.07.30 17:03
    애고 이러다가는 내함정에 내가 빠질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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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복 2001.07.30 17:07
    휴~어려워요!! 의사도 사람인데...신이 아닌이상 100%는 있을 수 없겠죠? 이글과 아랫글에 따로 정답이 있습니까? 엄마! 거봐... 내 의사 안한다고 한거 잘했지~~!![즐풍], 이눔아!! 니가 안하고 싶어 안했냐, 지눔 머리가 엄마 닮아그렇다고 대들땐 언제고..고연넘 같으니라구..[엄마]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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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17:26
    ㅎㅎㅎ...울 숭매이님~ 함정 가장자리 턱에 송가락 끄터머리 걸고 있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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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1 00:04
    어제와 오늘로 건너오는 이시간..."오늘 내내 심각한 스카이!!!" 님을 보고 코멘트를 할려다가...실은 저 역시 "오늘 내내 패가 안풀려!!!"...열받고 또 열받고...흐~이미~ 월말 없는 일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왜 사람은 일년을 열두달로 만들었는지??...일년이 한달이면, 쩝, 일년에 한번만 골치아프면 되는데....스카이님~ 다음에 만나면 "심각한"과 "골치아픔"에 대하여...같이 풀어 소주잔에 행구고 캬~ 한번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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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 2001.07.31 00:33
    저 진짜루 오늘 내내 심각했습니다..출님의 그 점 통감하는 바입니다..흐흑~~ 소주잔에 헹구지말고 웁새버리는건 어떠하신지..정말 비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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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1 00:38
    카이님~ 이 야심한 밤에 아직도 "심각한"을 풀지 못하였군요...저 역시 낼 아침부터 역삼동에서 "골치아픈 일" 땜시 누구와 우당탕~ 할것 같아요...숫자 숫자 세종대왕님과 관련된 숫자...요즘 갱재가 참 골치 아픔미다...쩝...휴가도 취소되고...이게 무슨 짓인지...이럴땐 술이 최곤디...같이 마실 님도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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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 2001.07.31 00:41
    우햐노?? 정말 그럴땐 술이 최곤데요..같이 마실 분이야..출님은 가득이시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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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1 00:54
    주이에 가득하지요~ 주머니도 같이 품미다~....그런디 진짜로 골치아플땐 지 머리 혼자 따로 놈미다...얼굴표면은 웃고 얼굴뒷면은 열나고...이럴땐 까푹 취하모 그게 약인데...이게 쉽지않아요..잘몬하모 집앞에 몬내리고 종점까정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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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1 00:56
    아~우 벌써 한시내요...안녕히 주무쉽시요 테레비서 애국가가 나오군요~ 굳 나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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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 2001.07.31 00:59
    넵~~출님도 평안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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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향만 2001.07.31 07:21
    의사선생님앞에서 의사이야기 하는것은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지만, 공자앞에 문자쓴다는 말고 같을것입니다..그러나, 송매님의 글속에서 히포크라테스 책임(선서가 아니라 선서에 대한 책임)같은것을 가진분들이 99,9% 이겠지만, 저는 나이여든가까운 큰아버지께서 광주대학병원에 입원했을때 손자뻘쯤되는 의사선생님이 심한반말로 나무라는 것을 보고 여수까지 내려오는 내내 왜 한번 쏴주지 못했는지..하고 후회한적이 있습니다. 의료인보다는 의사선생님이 제겐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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