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난향방

2001.07.26 10:23

닭장에서...

조회 수 1422 추천 수 0 댓글 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비록 열대야라고 뜨겁다고들 하지만 오랫만에 운동이랍시고 땀을 쭉빼고나니 찬물에 하는 샤워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운동이래봐야 소위 인도어연습장이라고 하는 닭장(?)에서 작대기 휘두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박세리, 김미현덕분에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골프라는 운동이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나 자신을 지배하고 있으니 골프가 신명나서 치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평일에는 전혀 시간이 없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회원권도 없는 주제에 부킹전쟁을 뚫고 운좋게 주말에 골프를 칠 수 있는 행운도 거의 없는 편이다.

골프를 처음 배운 것은 16년쯤 전에 골프장이 딸려있는 부대에서 신세좋다(?)는 군의관시절에 거의 공짜로 배웠었다. 말이 장교지 직업군인이 아니니 쥐꼬리만한 봉급에 생활비도 부족할 만큼 돈이 없던 시절에 남는 것은 시간밖에 없었다. 시간도 많아야하지만 경비도 엄청드는 골프를 돈없던 시절에 배웠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한달 내내 인도어와 필드를 포함 신나게 골프를 처도 월비용은 라커사용료 일금 오천원이 전부였다. 현역신분이니 그린피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고 개인 카트를 끌고다니니 캐디피도 들어갈 일이 없다. 그늘집에서 우동한그릇, 음료수 한병마시는 것이 비용의 전체... 그나마 관사하고 골프장하고 입구가 바로 닿아있으니 여름같으면 출근적이 9홀 한바퀴, 퇴근후에 한바퀴반...

이렇게 싸게(?) 골프를 치다가 전역을 하고나서보니 골프치는데 드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한번 필드나가는데 당시 최소 십만원... 요즘의 이십만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일지라도 전임강사 쥐꼬리에서 십만원을 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슨 힘이나 권력이 있는 직종이 아니니 공짜접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가끔 병원이나 학회행사에 골프채 들고 나가면 노교수님들 틈에서 눈치를 봐야한다. "전임강사 주제에...."

결국 애초에 부담없이 운동 그 자체로 즐기는 분위기는 없어져버리고 내호주머니 돈나가는 것 걱정이 아니면 다른 사람 눈치나 봐야하니 자연 시들해질 밖에... 직장을 옮기고나서 한때 어울려다닌 적이 있었지만 이나마 난을 시작하고나서는 일년에 한두번 골프채 끄집어내서 기름칠해두는 것이 골프하고 관련된 유일한 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오랫만에 여유있는 시간이 생겨서 골프채를 들고 닭장을 찾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맘먹은데로 예전같이 될까?? 몇년만에 휘둘러보는 작대기인지라 볼은 맞추지도 못하고 땀은 비오듯하지만 이 더위에 땀을 빼는 것 그자체로 상쾌하기만 하다. 물한컵 마시고 담배한대 빼들고 의자에 앉아보니 딴에는 한가락한다는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열심히들 휘들러대고 있다.

어떤이는 타이거우즈가 부럽지 않을 만큼 깨끗한 폼으로 완벽한 샷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볼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면서 감히 왕초보 딱지도 안붙이고 열심히 폼만잡는 사람도 있다. 물론 어디가가 빠지지 않는 사람들을 폼만 프로인 사람이 항상 있지만...
어떤 타석에서는 소위 레슨이라는 것을 받는 사람도 있고 몇몇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골프에 대해서 토론이 한창이다. 무릎은 이렇게해야하고, 팔목은 이렇게, 손목이 어쩌고, 어깨는 요렇게, 허리는 더 돌려야하고, 그립은 저렇게... 더 가관인 것은 자기도 잘 치지 못하면서 그래도 왕초보하나 달고와서 엉터리이론을 게거품물고 펴는 사람...

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다말고 배시시 웃고 말았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비슷비슷한지...
난을 시작하고서도 혼자서 베란다에 중국란 몇개 놓고서 죽지않고 잘 자라는지 그저 노심초사하다고 꽃이라도 필라치면 온 세상이 다 내것처럼 보이고 이제 난은 완전히 마스터한 것처럼 흐뭇해하기도 했었다. 조금 더 오래했답시고 고수반열에 끼여서 햇빛은 요렇게, 통풍은 조렇게, 시비가 어쩌구, 농약이 저쩌구, 온도, 습도 등등등등.... 나도 저렇게 보였겠지...ㅎㅎ

그래도 골프라는 것은 필드나가서 맛대결을 하면 승부가 확실하다. 가끔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소리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잘 안되는 날 자기최면을 위한 위안의 한 방편에 불과하고 결국 스코어가 그날의 승부를 좌우하니까... 하지만 난은 승부도 나지 않는다. 그저 침튀기며 니가 잘한다, 내가 잘한다, 내가 해보니 이러더라,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게다... 기껏 차이가 있는 것같아 비교를 해볼라치다가도 서로의 취향과 선호도가 다르니 "나는 이게 좋더라"하면 다시 무승부... 하산해서 니가 장원이다 내가장원이다 따지기도 하지만 그저 산이 좋아서 운동삼아 땀흘리러 왔다는 핑계는 빈손을 합리화하기 위한 자기최면...

골프는 혼자서 하는 운둥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와 어울려하는 운둥이고 난은 따지고 보면 혼자서 하는 취미생활이다. 골프에서도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사람은 기피하게 된다. 하물며 난은 두말하면 잔소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애란생활이라면 더욱 더 좋겠지만...
결국 작은 것에 만족하고 분에 넘치지 않는 절제된 생활이라는 것은 어디서든 무엇에서든 필요한게 아닐까...

좌우간 그나마 할 수 있는 운동이 거의 없으니 당분간 닭장이라도 열심히 다녀할 판이다.
  • ?
    하눌 2001.07.26 11:16
    송매님..연습장에 한번도 못나가보고 필드나갔다가 공한번제대로 못맞추고..친공 못찾아서 새공으로 다시 티샷하고..퍼브릭코스도 제대로 못돌고 갈켜주신다는 선생님 이러케 둔짜 처음이라면서..두손두발 다들던 왕망신 경험있습니다..ㅋㅋㅋ난과 골프라..어쩜 정적이고 동적인 상충된 취미시군요..열심히 운동하시고..밤에 라면드시려면...(호호) 그치만 아직도 난과 골프라...하루세끼 밥먹는게 힘든 서민들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이는건 어쩔수없는것같습니다.
  • ?
    김근한 2001.07.26 11:29
    진짜루 궁금한데요..하눌님이 저 거시기 스까이님 맞나여?밑에 쳇방열린데서도 우드메 헷갈리는지....//엊저녁에 뉴스보며 일본으로 골프관광 댕겨온 모당 6인땜에 욕을 바가지로 했는데 아침에 신문보니 대통령 탄핵 어쩌구 나오고..쩝~더운데 더덥게 하더군요.에긍~골프얘기에 어먼 얘기 나옵니다요-.-;;;
  • ?
    노영복 2001.07.26 15:44
    흠~~골프.. 대구2군사령부안에 엄청난 규모의 골프장이 있습니다. 사령부인만큼 대낮에도 별20~30개 걍 보는건 예사구요...작대기하나 달린 이병이 별보기를 우습게아는동네[워낙 장성이 많다보니] 골프장이 많으니 당근 손볼일도 많고 인건비라야 한달에 5천원짜리 이병이 지천에 깔렸고, 기상나팔과 함께 골푸장에~풀 메러가세~!! 땡나디 땡한 땡볓에서 풀메다 헬기뜨면 큰나무아래로 재빨리 음폐, 풀메는도구라야 철사구부린게 전부..풀천포기에 허리펴기 한번..그때 골푸치는 장교들이 월~메나 밉던지!~혹시 송매님도 그때 그자리에?
  • ?
    노영복 2001.07.26 15:46
    문득 10여년전 추억이 생각나서 ...그렇다고 골퍼들을 지금도 미워하는건 아니니 걱정마세용....그래도 난 골프는 안칠래용~~골푸장 근처만 가도 갈구리부터 찾으니....하하하~~
  • ?
    宋梅 2001.07.26 15:53
    그때 크로바사역하는 이병이 노이병???...후훗 웃자함입니다. 그때는 이리 비싼 운동이라는 것조차도 몰랐으니...ㅎㅎ
  • ?
    장영찬 2001.07.26 18:44
    송매님 안녕하세요.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데 골프압력을 받고 있습니다.골프 못 치면 왕따에 무능력이라.목하 고민중입니다.시간도 문제지만 ...
  • ?
    노영복 2001.07.26 18:48
    골프대중화다 어쩐다해도 썩어도 준치라고 드라이브 하나에 기십만원씩, 그린피에 캐디피에 부킹피에 역시 조금은 대중화에 못미치나 봅니다...그렇게치면 한촉에 기십,기백하는 풍란도 똑같은가요? 취미든 운동이든 쩐이 좀 따라줘야 폼나게 할 수 있을것 같군요...필드에 우뚝서 볼 그날을 위하여~~~~!!
  • ?
    장영찬 2001.07.26 18:53
    송매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봐도 될까요? 된다구요? 그럼 질문입니다. 등뼈(척추)중 허리부분에 하나가 누르면 아픈데 병원에 가봐야 될까요?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는데 혹 골프라도 치게되면 악화될지도 모르고....또 한가지는 윗몸일으키기할때 등뼈에서 뿌득뿌득 소리가 납니다.이건 어떤 증상인가요? 죄송합니다.
  • ?
    임향만 2001.07.27 07:12
    저도 그X의 닭장에서 작대기쇠꼬쟁이 7번가지고 한달내내 두둘기다가..포기를 했지요..어느날 사장님..야! 너 골프도 못치고..영업에 지장있는거 아냐?..사장님! 골프는 못쳐도 영업에 전혀지장없는 비법이 있는데요.. 그렇지 그방법도 좋지...다 흘러간 예깁니다..
  • ?
    宋梅 2001.07.27 08:32
    장영찬님! 메일주소좀 알려주십시요.
  • ?
    장영찬 2001.07.27 14:43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네요jaych@korea.com
  • ?
    풀꽃향기 2001.07.27 15:12
    3년전. 둘째 시숙님이 닭장 골프장을 운영할때. 양란 화분 하나들고가. 저역시 그 잘난 작대기 쇠꼬쟁이를 한나절 휘드르다. 일주일간 혼이 난 후로는 작대기쇠꼬쟁이 근처에도 안간답니다.^^* 운동을 하고자할땐 가족들과 탁구를 치거나 볼링을 하는편이죠. 요즘은 할일이 너무도 많아 탁구다이는 접어두었구요.^^
  • ?
    들풀처럼... 2001.07.28 09:51
    풀꽃향기님! 귀 좀...(지금 귓 속말~ xkrrnekdl가 아니라,xkrrneo가 어떤지요~!) 나는 골프를 하지 않아 친구들과 얘기거리가 적은 편입니다. 보통 잘 하지 않은 난, 사진, 뭐 요 따위 것을 좋아 하다 보니 친구들에게 미안한 때도 많습니다.

List of Articles
조회 수 날짜 글쓴이 제목
1450 2002.04.11 nicki 치킨타올도 등장하고,, 6
1450 2004.07.07 초이스 출님때문에... 11 file
1448 2006.06.08 letitbe 황금빛의 나라 8 file
1445 2001.10.04 宋梅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리 5 file
1445 2008.04.03 월곡 유식한 할아버지 5 file
1441 2003.10.12 백경 풍란.춘란 조금키움니다... 8
1439 2001.04.12 宋梅 술맛 떨어지면...
1436 2005.02.14 發展...(?) 9 file
1432 2003.12.10 백경 경성서 모임 7
1430 2003.09.08 宋梅 호주머니 사정... 9 file
1426 2003.12.11 피오나 낮12시가 지나가면 3
1426 2006.07.11 letitbe 어떠세요...이거는 4 file
1423 2001.11.04 과천 담배 피는 사람은 못들어 오나요? 2
1422 2001.07.26 宋梅 닭장에서... 13
1419 2003.12.01 후곡마을 감기!!! 뚝!!! 4
1417 2002.07.11 과천 아빠의 인생! 9
1417 2004.07.06 letitbe 안 팝니다. 3 file
1416 2004.04.06 과천 요즘의 아이들, 7
1411 2004.07.18 후곡마을 토요 휴무제 4 file
1406 2001.04.15 차동주 나의 난사랑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7 Next
/ 2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