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산다는것...

by 임향만 posted Jul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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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기도

조용하거라, 공포여, 고통이여.
곧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눈만 감고 가만히 있으면
너는 반드시 가루가 되어 부서질 터이니,
기다리거라, 분노여, 불안이여.
세계가 끝났다고 네가 생각하는 날,
참으로 끝나는 것은 다만 너의
작디작은 심장의 움직임뿐일 것이니,
나를 떠나거라, 애정이여, 동정이여.
네가 집착한 온갖 대상은
손가락으로 흘러떨어지는 모래보다
더 순간만의 것이고 더 무(無)인 것이니,
잠자자, 내 감각, 내 피부......
우주의, 신의, 사람들의 고통을
인공적으로라도 덜 느낄 수 있도록!

전혜린 시인- 번역작가라고도  합니다만- 의 ..,
 
출님!
결국 죽음이라는것은 우주가 끝나는것이 아니고,  다만  작디작은 심장의 움직임 뿐인것..

뭐를 남길것이 있겠으며..무엇을 누구에게 남길수 있을것입니까?
내가 살고 있음을.. 존재의 의미를 거기에다라도 두지 않으면, 너무도 허무하고,쓸쓸한 마음 일거란 생각때문에..

온갖 집착은 손가락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보다 더 순간적이고 無 인것을.

시인의 삶에대한 정의가 제겐 너무도 섬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