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 출근안해...

by 宋梅 posted Jun 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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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를 붙들고 씨름하기 시작한지 4개월...
사이트 오픈한지는 채 100일도 되지않았다.
하지만 그 100일이 마치 10년쯤으로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장난삼아 시작한 일이 일종의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자 주말이면 카메라 메고 이농장 저농장 제주도로 구파발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평일이면 서버 붙들고 낑낑 낑낑....

예상보다 빠른속도로 접속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가장 신경을 쓰이게 하던 부분이 바로 서버 이전문제였다. 몇년전부터 운영하던 별도의 서버가 있었지만 이번 사이트의 경우 남은 구닥다리 PC에 대충 서버를 만들어서 이것저것 장난을 시작한 것이 결국 사이트오픈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기존의 서버에 데이터를 옮겨야하는데 이게 막상 생각같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드웨어 호환성이 다른데다 기왕 한 2년 넉넉하게 사용할 생각으로 이것 저것 업그레이드를 하고나니 서버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방법 또한 요원하다. 주변에 누구한사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기존 업체들이나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자신의 주된 전공분야가 아니면 서버셋팅에서 PHP 프로그래밍까지 종합적이고 일관성있게 알려주는 사람은 눈씻고 봐도 없다. 하드웨어만해도 그렇다. 비용을 좀 아끼느라고 벌크를 구입한 것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해당업체에 기술지원을 요청하면 벌크는 기술지원을 해줄 수 없단다. 허 참~~

결국은 막고 품기!!!작전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해보고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은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고쳐보고... 그러니 문제가 하나 생길때마다 짧으면 2-3일 길게는 2-3주가 걸리고 만다. 거기다가 머리골 아프면 며칠 처박아두었다가...

몇개의 고비와 몇개의 산을 넘어서 이번 월요일에야 겨우 서버이전을 완료할 수 있었다. 물론 또 다른 이틀동안은 네임서버와 씨름하느라고 허비했고... 좌우간 어제부로 대충 서버작업이 마무리 되었다. 물론 잡다한 뒤치닥거리가 몇가지 남아 있지만 이제 급할 것이 없는 일이니 마음이 이렇게 홀가분할 수 없다. 나머지 일은 생각나면 하나씩 시간나면 천천히...

몇달만에 운동도 좀하고 편안하게 푹자고...
아침에 게운한 마음으로 베란다에 나갔더니 어라????
밤이면 달착지근한 향을 뿜던 풍란들이 듬뿍피어있지만 아침이면 야밤의 그 끼(?)는 온데간데 없이 얌전을 떠는 풍란들인데 오늘따라 어디선가 은은하게 향이 피어나는게 아닌가?? 코를 벌름거리면서 한참을 뒤지다보니 얼마전 매란방경매에서 집어온 일출이 꽃을 피웠다.

아예 베란다에 의자를 들고 나가 풍란과 일출사이에 앉아있으니 신선노름이 따로없다.
"아빠 출근안하세요?"
항상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딸애가 아빠를 재촉한다.
"응~~ 오늘은 아빠 출근안해..."
향이 좋아서 편안한 마음에 그냥 한번 해본소리인데....ㅎㅎㅎ
"진짜요?"

이것저것 급할 일도 없겠다.
꽃핀 풍란과 건란의 향 사이에 앉아있으면 누구나 다 출근하기 싫을걸요... 아마...

왜 사진 안찍어올리느냐구요?
안찍었시요...
아니 못찍었시유...
실은 찍을 생각도 못했구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