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

by 宋梅 posted Jun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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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가족도 버리고 직장도 팽개치고...
모든 것을 버린 것같지만 실은 다시 그 버렸던 것들로 돌아와야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목적지를 선정하고 여행을 떠났지만 돌이켜보면 최종 목적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게는 한바퀴 돌아 다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손에 쥐고 있으니 항상 일정이 조급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쁠 것이 없던 서양사람들은 항상 느긋했었습니다.
같이 일행이 되었던 브라질 녀석들과 독일놈은 항상 무거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를 않더군요.
걸핏하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느라고 시간을 지체하곤 했었습니다.
갈길이 바쁜 나는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빨리빨리..."
"hurry up~~"

다시 돌아와 3년이 된 지금 그때가 그립습니다.
뭐가 그리 나를 마음만 바쁘게 했었는지...
그 미워하던 크리스쳔과 다께스가 연방 셔터를 눌러대던 눈덮인 희말라야의 전경이 눈에 선합니다.
아웅다웅하던 그 콧대높은 독일놈과 천방지축이던 줄리오가 그리워집니다.

가끔 시간을 놔버리고 살고 싶지만
잠깐 한눈을 팔다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풀한포기 나무하나 느긋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비록 한바퀴를 다시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올 망정...

그동안 또닥거려서 식물자료를 정리해봤습니다.
자료라고 해봐야 인터넷에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수준이기는하지만...
돈과 시간을 떠나서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