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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2001.05.30 03:32

자식자랑..손주사랑

조회 수 1269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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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끝내고 아내와 둘이서 차를 한잔 하고 있는데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저밑에서 올려다 보더니 머뭇머뭇 하신다.

"들어오세요"
"우리 아들녀석이 순천 연향동에서 큰 사진관을 하고 있는데, 요즘 많이 바쁘데.. 그리고 작은 녀석은 사업을 하는데 아주 정신없이 바쁜가 봐..."
묻지도 않았는데, 자식 자랑이 늘어지신다.
"아드님 들이 모두 사업도 잘되시고 좋으시겠습니다"
"응..그려,  그리고 엊그제 손주녀석에게 콤푸탄가 하여간 2백5십만원 주고 사줬지.."
"아이구 그러셨어요...손주녀석 아주 좋아했겠습니다"
-컴퓨터값으로 2백5십만원이라....-
"사주셨어요..아님 돈으로..."
---별걸 다 따지고 있네

"소주 한잔 하시지요"
"아냐 내가 10년전에 위암수술을 받았어 .. 그냥 막걸리나  한잔 줘..."
"한잔 더하시지요"
내리 석잔을 하시더니 이제 그만 하신다...
"이봐 젊은이(내가 이곳에 와서 제일 좋은것은 내가 젊은이 대접받는것이다)..내 연장자리하나 잘라왔는데, 나중에 기계로 잘 좀 잘라줘...잉"
"여부 있겠습니까...언제라도 가져오시지요.."

시골에서 오이하우스재배를 하고 계신 70이 훨씬 넘으신 연세에 할머니와 단 둘이서 그것도 6백평이나...우리같은 중늙은이도 힘들어 할 일이다.

자식들은 사업한다고 나이드신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알고나 있는지...물론 알고 있겠지 왜 모르겠나?
뼈빠지게 번돈-정말 하우스내에서 뼈빠지게 일을 하신다-..손주녀석이 할아버지께 컴퓨터 사달라고 조른것..그 내막을 모르시는것 같아도 할아버지는 너무도 잘알고 계셨다..
사업한답시고, 아버지께 7천만원이 넘는 빚보증을 ..그것도 모자라서 또 3천만원 빚보증을 해달라고 한단다
" 이번에 보증을 하면 1억이나 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사업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는 할아버지의  걱정이 태산이다..
막걸리 석잔을 연거푸 드시더니, 사뭇 이때까지 와는 다른 말씀이시다..

"이아래 정노인 있지..그양반 재산을 아들녀석에게 다 넘겨줘서 소주 한잔도 맘대로 못사먹어. 나는 절대로 재산 아들에게 안줄꺼야..내가 줘버리면 힘이 빠징께..안줄껴..
내가 오이농사 지어서 내가 쓸돈 내가 벌어서 쓰닝께..."
"아주 잘하신 일입니다...절대로 넘겨 주시지 말고 빚보증도 힘에 부치게는 하지마세요..이위에 도남형님 보세요..아들때문에 그 좋던 가산 다 없엤지 않습니까?"
"아냐.. 우리 아들은 안그려..."
정작 그래도 아들역성을 들고 나서신다..

막걸리에 거나 해지신 할아버지는 농사 이야기며, 자식 자랑이며, 사는예기며 한참을 하시다가 할머니 기다리시겠다는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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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1.05.30 08:49
    글을 읽고보니 마음이 좀 뜨끔하군요. 나는 어디에 해당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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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윤 2001.05.30 09:16
    가슴 미어지는 안타까움입니다. 정확히 23년전, 잠시 실업자일 때 아버지 생신날 고향가서 형님과 학교운동장 한 가운데 앉아서 병술 나팔불며, 아무리 어렵드라도 두 분이 돌아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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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윤 2001.05.30 09:20
    부모님이 돌아 가시기 전에는 재산을 건들지 말자 약속한 기억입니다. 3년전 형님과 나는 어머니께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은 행복을 맛 보았습니다.그리고 형님과 나는 술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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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윤 2001.05.30 09:22
    글썽거리는 눈물을 훔치지도 않고도 술을 세 병이나 마신 기억입니다. 낳아주심이 어딘데..., 키워 주심이 어딘데... 그 분들의 모든 집안에 경사가 나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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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미 2001.05.30 10:08
    새벽에 아버지 꿈을 꾸었어요. 아. 버. 지. 이젠 닿을 수 없는 곳에.. 계신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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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진 2001.05.31 17:21
    이글을 읽노라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는군요. 부모님 생전에 잘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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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향만 2001.06.01 02:52
    저는 부모님에 대한 글을 쓸때마다, 자책과 자괴심으로, 또한 부끄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다만 하지못함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에 이런 일은 접할때는 남을 탓할일이 아님에도. 저 자신도 하나도 잘한일이 없음에도 써놓고는 저의 뻔뻔함을 확인하곤 합니다. 그러므로 이글은 저에 대한 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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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雲山 2001.06.01 11:45
    임향만선배님!,황영윤선배님!모순미선배님!장호진님! 모두 행복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그리고 宋梅선배님은 따따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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