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기

by 宋梅 posted Sep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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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바람이 무척이나 거세다.
경기가 좋지않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현상이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가는 것보다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몸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사먹는다.

토마토같은 빨간 과일을 많이 먹어라...
두부, 청국장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먹어라...
적당한 운동이 웰빙의 필수조건이다... 등등은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심지어는 음식메뉴에까지 웰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있으니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잘먹고 잘놀고 잘자자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잠을 잘자는 것은 몸이 건강하다는 가장 중요한 징표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잠이 들면 새벽까지 깨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고 여행을 가서 티벳의 그 험한 오지에서도 잠자리가 불편해서 자다 깨는 일은 전혀 없었다.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도 잠은 잘 자는 편이었다.

오늘 새벽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두시가 다 되어간다. 스피커에서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복도에서는 따르릉 거리는 화재경보기 소리가 소란스럽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찔하다.
어디서 불이 난것인가?
슬리퍼를 질질끌고 복도로 튀어나가보니 경보기소리만 요란할뿐 연기 한방울 보이지않는다.
계단도 깨끗하다.
엘리베이터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집 저집 삐끗이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보지만 통화가 되지않는다.

한참을 소란피우고나서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다시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않는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했다면 어디로 도망가야 살 수 있을까?
경제는 언제쯤 좋아질까?
우리나라 정치는 언제쯤 제대로 돌아갈까?
통일은 언제쯤 될까?
송승헌이는 어떻게 될까?
타이거우즈는 그래도 올것인가?
뒤척뒤척하다 오밤중에 베란다에 나가 난도 한참 들여다보고
시내 야경도 구경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도 켜보고...

한참만에 얼핏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출근길이 바쁘다.

좌우간
오늘 하루 실감을 한다.
"잠이 보약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