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죽이지 맙시다.

by 월곡 posted Aug 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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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숫자는 모르겠지만 매년 엄청난 량의 난을 수입한다고 합니다.
주로 개업이나 승진 등 선물용으로 들여와서 대충 심어서 배달을 해주는 것으로 선물용 난들의 임무는 거의 끝이 나지 않는가 싶습니다.

직장에 간혹 선물로 들어오는 난들을 보면 처음에는 자기 책상 옆에 하나씩 두려고 좀 다툼이 있기도 하는데 조금 지나면 아무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말라 죽어갑니다.
사무실에 놓인 난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을  20여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한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집에 가져가는 사람들도 그 때 뿐이지 잘 키우는 사람이 드문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주변에 내어놓은 빈 난분들이 그렇게 말을 해주고 있지요.
어느 집이든 난이 없는 집이 별로 없지만 도저히 난이 살기 어려운 곳에 놓아두고 있거나 빈 화분만 굴러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난분을 많이 받아본 사람들은 아예 옆 사무실에 나누어주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무실에 있는 난도 거의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난 키우는 것까지 스트레스를 줄 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보고 따라 해보라고 화분 두개는 내가 키우고 있습니다.
다행히 내가 물을 주는 화분들은 아직 살려는 의지가 있어 보여서 그나마 겨우 체면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어찌 난 뿐이겠어요?
다른 화초들도 비슷하게 죽어가겠지요.
그래도 난들이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난값이 비싸지면 관리들을 잘 하려나 아직은 속수무책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