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단상(2)

by letitbe posted May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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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2년 여전 사업관계 일로 동남 아시아의 Myanmar를 방문하고  몇 일간 지방을 여행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도 Yangon에서 비행기와 승용차를 번갈아 타며 하루가 걸리는 Thailand와의 접경에 가까이 한 곳을 찾아 갔습니다.
그 때 당시는 외국인들이 그 나라의 지방으로 여행이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외국인은 특정지역을 방문 또는 여행 할 때는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었고 또 여행 도중 어떤 지역을 지나갈 때면 그 지방정부에서 부과하는 출입(방문) 세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또한 이 나라의 어느 지역에서건 외국인은 아무 호텔이나 특히 개인의 집에서는 먹고 자고 할 수가 없게 되어 있으며, 단지 정부의 허락된 곳에서만 외국인을 받아 줍니다. 이런 규제들 때문에 여행의 목적지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머물때도 있었고 또 움직여 져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하루가 걸려서 도착한 이 곳에서는 서울의 일류 호텔들 처럼 고층으로 화려한 외모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시설과 환경은 깜작 놀랄 수준급의 호텔이 있었습니다.
이 호텔이 자랑하는 것은 잘 가꾸어진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였고, 영국인이 설계를 하고 관리 해 오던 정원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는 2차 대전 직후까지 영국이 200년 동안 지배를 했기 때문에 아직도 그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이 호텔에서는 그 지방의 고유한 식물들을 육성, 재배하고, 관리하며 연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다른 나라들 같으면 국가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한다는 정원 관리자의 설명 이였습니다.

내가 정원을 거닐고 있었을 때 관리자 한 분이 안내를 도와 주었습니다.
정원의 중심부에는 아주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중 한 아름드리 나무의 몸둥아리 중간 윗 부분에 붙어 자생하고 있는 "난초"를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호텔을 영국인이 소유하고 관리해 오던 당시에 발견 되었다는 이 "난초'는 영국 사람들로 부터 국보급으로 취급 관리되어 왔었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그 분의 설명은 너무 진지하였고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 당당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듯 했습니다.
거기에 덩달아 맞장구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응대를 하였던 나는, 사실 "난"에  관해 서는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고, 관심도 없었을 때 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설명에 좀 귀담아 듣고, 그것들에 대한 특이점들을 알아 두었더라면 ... 그 꽃들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 할 없을 정도라고 강조 했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계절 탓으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정원을 산책한 이틀 후 호텔을 떠나려고 하는데 지배인이라면서 정원을 안내해 줬던 그 관리자와 함께 나를 찾아 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아차,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로구나, 무슨 잘 못된 일이라도!
짧은 순간에도 별아 별 생각이 다 지나 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보물로 관리 한다는 "난초" 한 본을 잘 포장해서 나에게 건네는 것이 였습니다.
" 아니, 이 "난초"는 이 나라 보물 이라면서 나에게 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지 못한채 얼떨결에 받고 말았습니다.
나와 동행한 현지 안내인의 설명으로는 내가 정원을 거닐면서 그 "난초"에 너무 많은 관심을 보였고 또 가지고 싶어 하는듯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세, 내가 너무 그랬었나!, 아~닌데...늦었습니다.

어쨌든 호텔에서 준비해준 승용차 트렁크에 내 간단한 Sack 하나와 포장된 Burma "난초' 한 본이 실리고 그렇게해서 그 곳을 떠났습니다.
세 네시간 승용차에 시달리고 나서야 Yangon으로 가는 공항에 도착 했습니다. 공항 입구에서 청사까지는 약 5분 정도 잘 다듬어진 모래흙 길을 걸어야 했고 동네 아이들이 내 sack을 서로 메겠다고 야단 법석들 이였습니다.

혹시, 현지인들의 말과는 다르게 공항에서의 휴대품 검사 과정에서 난초가 말썽이 되지나 않을까 불안함이 일기 시작 했습니다.
자칫하면 이것이 "화" 덩어리로 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갑짝이 치 밀어 나오는데 영, 입 속이 깔깔해 지고 참을 수가 있어야지 이러다간 여행의 즐거움이 확 깨질듯 했습니다.
애라, 않되겠다, 버리자!
동행 안내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해 치워버리려고 "난초" 보따리를 들고 외국인 전용 변소를 향 했습니다.
아~뿔사아! 외국인 변소에는 보따리는 "사양" 이랍니다.
이것도 안돼네, 우물 쭈물 사이에 내 차례가 오고 말았습니다.
뒤지기를 시작하더니 누구 것이냐고, 내 것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언 찮다는 표정으로 여권을 내라고 합니다.
자, 이제는 업질러진 물이라 줏어 담을 수도 없고 끌려가서 얻어 터지지나 않으면 좋으련만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내 안내인과 조사관들이 자기네 말로 몇 마디씩 나누고서는 뒷편쪽에 있는 사무실을 가르키며 들어 가라는 시늉을 합니다.
야, 이젠 죽었구나, 진작에 멀리 멀리 버리고 올걸,
목이 탓습니다.
내 안내인과 협상이 시작되는 듯한 눈치 입니다.
내 여권이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왔습니다.
통과"권'을 땄습니다.
맨 입으로 된 일은 아닙니다.
탑승 대기실로 통하는 다른 문으로 편안히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는 몬순 기류에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내 안내인이 조용히 물어 왔습니다.
보물을 미국에 가지고 갈 것이냐고, 나는 펄쩍 뛰었습니다.
그러면 Yangon에 가서 버릴거냐고,
그럴 생각인데 뭐 더 좋은 방법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자기가 가지겠다고 하더군요,
얼른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Yangon에 갔었습니다.
나와는 인연이 닫지 않았던 그 "난초"는...아마도,
아무런 소식을...듣지를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