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단상(1)

by letitbe posted May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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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하고 처음 집을 장만했을때 가까운 친척 분으로부터 받은 선물중에 지금으로부터 약400여년 전 이씨조선때 그려진 난초 한 그루를 받아 지금껏 보물로 여기며 애지중지 한다.
바위틈새에 돋아 이리고 가련함 사이로 잘 뻗어 늘어진 잎새로 꽃대를 뻗어 몽실몽실 수즙어 하며 내민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같은 엷은 은보라 빛의 꽃망울을 품고있는 듯한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 그림은 분명 수묵화 임에도 난의 잎은 언제나 묵색의 강약으로 그 세련미를 더하고 꽃대로부터 터질듯이 아련한 꽃망울도 분명 묵의 색으로 처리된 것이 분명한 것임에도 언제나 나에게는 아름다운 은 보라 빛으로 보이는 것은 왠 일인지 모른다.
이는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올 때 인사동의 어느 고서점에서 감정을 받아본 것으로 상당한 값어치는 물론이려니와 그림의 아름다움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이던지 난초에 관해서는 낯 설지 만은 않았다.
어느 한국 사람치고 난초에 관해서 낯 설은 사람 있겠는가 만은 지금와서 내가 한국에서의 난초에 관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움만을 생각키 보다는 어느날 저녁 TV News를 통해서 정.관계나 재계의 거물 또는 유명 인사들이 자기들끼리 무슨 인사로 주고 받았다고 하는 멘트와 함께 영상으로 보여지던 그 난초들이 퍼뜩 떠 오른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난초는 특정인들이 무슨 엄청난 덕담(숨겨진 밀약들도 포함된 듯한)이 담긴듯한 선물용으로 사용돼 왔다는 생각으로 나와는 관계를 이룰 수가 없었음은 몰론 이려니와 조금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와서 살면서부터 한국에서 보다는 난초와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양난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처럼 특정인들의 상징품으로서의 난초가 아니라 값이 싸고 상품화된 일반적인 서양난들의 흔한 품종들을 쉽게 접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접 할 수 있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도 생각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는 것은 난초 한 그루가 이웃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때로 어느 가정에 초대를 받아 갈 때면 대게 양난 한 촉을 사 들고 가기가 일수이고 또 다시 그 집을 방문 할 기회가 있을 때면 의레것 그 전에 전했던 난초와 만나게 되고 그간에도 아름답게 잘 자라고 이었음을 대 할 때면 그 분들이 나에게도 소중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같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난향방"이라는 한 Site를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그 간에 난초에 대한 일반적인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어했던 그런 자료들을 본 Site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알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아시다시피 회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다) 회원으로 가입을 할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결국 방앗간으로 들어 가기로 했다.
내가 평소에 생활로 여기고 좋아하는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서양말인 "Let It Be!"를 필명으로 초보 중에서도 왕 초보로 회원등록을 하였다는 뜻이다.
본 Site의 System design and Managements로서 꽁꽁 묶어놓은 덕분에 심심 할 때마다 들락거리다가 자료나 들춰보고 또 떠나면 되는 것인데 하는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등록을 했으면 본격적으로 부딪혀 봐야 할 것이고 또 무슨 문제든 헤쳐나가는데 적극적 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보면 이젠 어쩔 수 없이 "난향방"에서 진정으로 난과 더부러 난을 사랑하는, 결국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지나 않을는지 심히 우려 된다고나 할까.
원래 성격상 그냥은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이라서 파고, 파고 또 파고 하는 짓을 하다가 느닷없이 나가 자빠지는.... 지금까지 내가 그런식으로 살아 왔었기에 늘 마누라 한테 툇박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나의 동반자요 협력자요 지도자요 연인인 나의 마누라는 늘 나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다.
"또 언제 그만 둘 꺼요!" 이 한 마디다.
나는 이 한 마디에 주눅이 다 든다. 그리고 또 힘도 난다.
그래서 어쩌구 저쩌구 파고 또 파고 난 후 그 어느날 그만 나가 자빠지게 되면 마누라는 여지 없이 또 다른 한 마디를 나에게 던진다.
이건 더 살인적이다.
"그렇게 싫증을 잘 내면서 마누라는 어떻게 30년이 넘도록 싫증한번 안내고 사는지 몰라!"
"글세, 말이야 - 나도 모르겠어!" 이것이 내 대답이다.
내 어릴적에는 뭘 조금이라도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한다고 들
그러니까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세상은 모르는 것들이 뭉쳐서 힘인 듯 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모른다" 이거고,
"있는 그대로, 그냥 그대로" 인 "Let It Be!" 지 뭐!
난초 처럼 지고한 아름다움이 "Let It Be!"  아닐까...

마지막,
별도로 관리자님을 비롯한 회원님들의 난초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