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예찬

by 심연휘동 posted Mar 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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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년전인가 장흥으로 한국춘란 산채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장흥읍을 휘돌아 삼신쪽 제법 육중한 산허리를 훑고 또 훑고를 반복하다가 엽예품은 커녕 실호 하나도 대면하지 못하고, 거의 포기하다시피 산자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막 대숲을 지나 밭고랑과 거의 맞닿은 지점에 꽃대 하나가 오리나무 마른 잎을 머리에 이고 외로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별거 아닌것 같아 들고 있던 지팡이로 마른 이파리를 걷어 낸 순간,
  아! 하고 속으로 탄성을 발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야말로 "하얀 마음" 素心이 아닌가! 그것도 무려 열여섯 촉이나 되는 대주였으니....
  소심은 난 애호가를 절대로 속이는 법이 없다. 일설에 "소심은 영원한 소심"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나는 산채시 마다 느끼는 심정인데 소심을 만나면 그렇게 마음이 맑고 평화로울 수가 없다. 거기에 소심은 배양이 쉽고, 새촉을 아주 잘 내므로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그 수가 금방 불어 소장자를 항상 흐믓하게 한다.
  예전에 우리 과장님께서 나에게 소심을 분양해 주셨는데, 발브 두개에 두촉짜리 였다. 그런데 오년이 지난 지금 열여덟 촉으로 불었으니 말이다.
  오늘도 꽃망울이 해맑은 소심 둘이 나란히 올라와 나를 기쁘게 한다.
  계미년 삼월 초이렛날  心演輝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