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by 김지운 posted Nov 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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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저녁, 어느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  예, OOO입니다.
상대방 :  여보세요. 아 접니다.
나       :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상대방 :  아, 예 잘 지냅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얼마전까지 전화 통화했던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떴다니.
잘못 들은건 아닐까하고 다시 물었더니 그 분도 마찬가지로 황당한 목소리였다.

겨우 30대 초반.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었고, 결혼후 우리 집 부근으로 이사와서 오손도손 재미나게 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퇴근길에 전철역에서 만나면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고.
며칠전에도 통화하면서 술 한잔 사 달라고 그랬는데...

사연인 즉, 어제 아침운동 나갔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지나는 행인이 119에 신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맥박이 멈추었다는 것이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후 담배 한대 물고 한참동안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이 친구는 너무 빨리 가는구나...

어제 퇴근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갔다.
웃고 있는 영정사진의 모습을 한참동안 보다가, 망연자실해 있는 유가족들을 뒤로 한 채, 뒤돌아 나오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 친구야, 그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다면 그날 술이라도 같이 한잔 할 걸. 다음 세상에서 만나서 술 한잔 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