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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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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인가 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화 벨이 울리기에 막내 지윤이 놈이 지 핸드폰을
껏나 해서 전화받기를 미루다 계속되는 벨 울음에,

혹~?,

부모님이 연로하신지라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울리는 전화에 무척이나
신경이 쓰여지기에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으니,
대뜸하는 소리가 [ 야~, 야~ 이사람아 왜 그렇게 매정해 ?] 다.
한 잔 마신 모양인데 영~ 누군지 감을 잡을 수 없어,

" 어~!, 미안합$@#% 바쁘고#%$#@!~~@  "

친구인지도 손 윗 사람인지도 몰라 내 대답이 어중간했었나 보다.

[ 이 사람아~ 나, xxx야~~!  , 그새 내 목소리도 잊었어 ? ]

  잠시 전화통화지만 못내 서운한 모양이라  날 밝으면 만나서
술 한 잔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창  펄~펄 날던 시절,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만나 죽마고우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된 좋은 놈이다.
  날 밝고 해가 떨어진 뒤, 집 근처에 올 일이 있다는 그 친구의 배려로
우리집 근처에서 만났다.

  역시, 월드컵을 필두로 서해교전으로 대화가 옮겨지자
이 친구 흥분하기 시작한다.

[ 정치하는 X들, X보다 못한 것들이다]

[ 뭘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대를 물어 뜯어 죽이려고만 한다]

[ 신문X들도 똑 같다.  서해교전에 대해서 냉정히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고 지X들 맘대로 지껄이고 있다.  그 X끼들 군대 안갔을 것이다. 설령
갔었드라도 후방이나 아니면 아주 편한 곳에서 근무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X들 지 자식들 군대에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햇볕정책을 욕하고, 북한 원조를 탓하고, 서해교전에서 선제공격을
못한 것이 분하다라는 식으로 지껄여 대는데,  만약 햇볕 정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북괴의 도발이 얼마나 일어 났을지 모른다.]

[ 최전방에서 북한놈들과 마주서서 근무를 해 봐라 그런 말이 나온지...]

[ 교전수칙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데, 우리 해군이 북괴군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 ? ,  만일 우리가 선제 공격을 하여 전쟁이라도
일어 난다면 ...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서해안 일대에서 부분전쟁이라도
일어 난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

[ 얼마나 많은, 얼마나 귀한 내 자식들이, 내 형제가 죽을 것이냐~!
이번에 전사한 그 5명과 부상당한 군인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더 확대되지
않고 그 정도에 그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 놈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이판사판 하고 덤벼들면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  도끼만행 잊었느냐~?  이번 도발은 또 어떤데...
  월드컵 중계도 해 주고, 금강산 관광도 하고 있는데도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그 자들인데...    말말자 말 말어~,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결코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어...,  꼭,  건강하면서도  군대도
안간 X들이나 후방에서 편하게 훈련만 받은 X들이 그런 소릴 한다]

[  이제 교전수칙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수정을 하여, 그 동안 50년 넘게
지켜왔던 그 교전수칙을 수정을 하여 우리가 쉽게 피해를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했으니 그 전에 50년간 아무런 말 없이 지나 온
것들은  더 이상 자 잘못을 따지지 말고  향후 수습대책에 열 내야 되는 게
아냐 ?]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들 X새X들이지만 , 야당이라는 XX들  물어 뜯기만
하고 ... X새X들...,  또 그렇다고 무조건 짓기만 하는 여당X들...]

  .
  .
  .
  .
  .
  .
  .

  그 후로도 한참이나 그 친구의 울화통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  흠, 나에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지...

  그 친구는 최전방 DMZ에서 36개월을 수색대로서 근무를 했다.
그 추운 , 혹한의 겨울에 매복을 나가면 귀가, 손이 ,발이 아니, 온 몸이
얼어 깨질 것 같단다.  하루나 이튿, 아니 한달이 아니고 겨울 3개월
내내 그렇게 추워서 죽음 직전까지 간단다.

  요즘같은 장마철엔 판쵸우위도 소용이 없단다.  엎드려 전방만을
주시하다 ,물이 차면 앉았다 쪼그렸다, 교대시간을 기다린단다.
  뒤돌아 나올 때는 쏱아 붓는 빗소리에 세상 모든 소리가 잠겨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어 자꾸 뒤만 돌아 봐 진다 했다.  한번 뒤 돌아 보면 자꾸
뒤를 돌아 봐 진다 했다.  무서워 죽을 것 같었다고 했다.

  한 여름 매복중 달려드는 흡혈귀 모기들로 목숨을 내 놔야 한다 했다.  
모기가 물어도 소리내어 잡지도 못하고 슬며시 쓸어야만 한단다.
소리가 나면 안되니...  

  가까운 곳에서 매복중인 동료가 모기때문에 소리라도 낼 것 같으면
순간,  죽이고 싶도록 미운 마음이 든 때도 있다  했다.

  때론, 적들과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알아 보고도 서로가 못 본체 숨죽이며
교우한단다.
  적군의 눈빛을 읽을 수 있다 했다. 아마 그자도 자기와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고도 했다.

  휘영청 달밝은 가을 밤에 풀벌레소리를 들을 때도 고향생각 한번 못하고
숨죽이고 전방만 주시한다고 했다.

  우리가 매설해 놓은 부비츄랲에 바로 내 눈앞에서, 내 동료 발목이 날아
가고 목숨까지 잃어버린 동료들의 죽엄을 바로 눈 앞에서 맞고 근무를 해야
하는 그 고통을 아느냐~!

함부로 말하지 말라~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 난다면 그들이 최일선에서
싸울 수있을까 ?    아니 후방에서라도 그들이 싸울 준비나 할까 ?

[까불지 말라 해,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나쁜놈들...]

   그 친구의 울분은 소리죽여 가며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나도 안다 했다.
그 만큼은 몰라도 나도 3사단 철책근무 부대에서 근무를 했으니 ...
걸레장사가 알긴 뭘 알아 ? 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나는 조금은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내일이면 우리 막내놈 군대 간다 했더니,
이 사람아 걱정말아~~  요즘 군대는 별 3개짜리  호텔이래 호텔~!
그리고 그놈은 전방으로 안떨어 질거여 ~ 라는 말로 나를 위로 해주려 했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울고 있는 애엄마 등을 다독거려주는
것 외에는 내 할 일이 없었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 한시 반이 지날 때,

[ 아빠 다녀 왔습니다 ]

" 음, 그래 자라~!"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처럼 나는 난실에서 풍란의 꽃과 춘, 한란의
예쁜 신아를 들여다 볼 수 밖에...

  등 뒤에서, [아빠 어째 마음이 덤덤하네요 ~] 하는 까까머리한 내 아들
지윤이가그렇게 잘 생긴줄 내 몰랐다.

  안먹겠다는 아침을 차려주는 지 에미맘 ...
안먹던 밥을 한 그릇 후다닥 다 먹어준 내 아들 지윤이의 맘...

  대문밖도 아닌, 거실 출입문 앞에서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 놈은 뒤돌아, 잘생긴 얼굴 한번 보여 주질 않고 그냥 갔다.

군대로... 
 
서해교전이 일어 났을 때, 무서워하며 [ 아빠, 나 ,군대 안가면 안돼 ?]
하던 놈이...


  내 그놈을 믿은 것은, 오늘 아침 시계가 7시를 가르키니
사방으러 전화를 해 질러댄다.

  고향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외 할머니, 안양의 큰아버지,
분당의 둘 째, 막내 고모들에게도...
  어제 전화를 했는데도 또 해야겠다 하니...

헛, 허~~~  군대가면 사람된다 하던데...
군생활 2년 6개월이 아닌, 한 백년을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지 놈이 좋을 것이니...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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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kis 2002.07.04 21:47
    때가 때인지라 마음이 찹찹하시겠네요,,
    맴이 약한 들불님 방구석에서 혼자서 소주 묵으면서 눈시울
    붉힌 것.. 지가 다~~압니다,,,여기서도 다~~~보입니다..
    그나저나 넘 더울때라 걱정이 많겠습니다..
    "일사병 땜시 오늘 군장 구보는 취소 다~ -- 이러면 됴은디."
  • ?
    鄭梅 2002.07.04 22:37
    <군생활 2년 6개월이 아닌, 한 백년을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지 놈이 좋을 것이니... >말씀이야 이렇게 하시었지만 얼마나 허전하시면 반어법으로 한 백년이라 하셨읍니까...저는 후방근무 이었어도 군대의 왼갖 추한꼴은 다 보고,당하였습니다. 스물여섯에 입대했으니 그 설움이 오죽했겠읍니까...그래도 사회에서는 그보다는 수월한 어려움들이라서 군대생각하면 못참을 것이 없더군요.사회생활에 인내의 큰 무기를 갖춘것이지요...그래도 그기간은 '회색의 여로'(13살위의 형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내주신 위문편지에서)라는 표현이 어찌 그리도 절절했는지....아마 둘째 자제분께서도 오늘은 힘들고 괴롭겠지만 훗날에 큰 도움이 될것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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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05 08:44
    어제, 그 녀석 뛰어 골목을 벗어난 것을 보면 분명 울었을 것입니다. 바보같은 놈..., 지 형이 논산에서 마중나와 입영을 시키고 큰 놈은 그길로 휴가를 나왔습니다. 그 놈 내무반에서 쫄아 있을 그 시간에 나는 큰 놈데리고 몇 일전 작은 놈과 함께 갔던 그 참치 체인점엘 가서 역시, 젤 비싼 것으로 시키는데 쥔장이 알아보고 군대갔다던 큰 자제분이냐고(?) 묻더군요~! 고갤 끄덕였더니 나오는 참치가 질과 양에서 또 만만찮아 부자지간에 실컷 먹었습니다. 큰 놈은 맥주 2병 나는 소주 두 병, 지 에미가 많이 허전했을 텐데 큰 녀석이 휴가를 나와 한결 났습니다. 큰 놈 말이, 지윤이 입대하여 부모님 허전하실 것 같아 휴가를 나왔다 공갈치는데, 어제 술마시면서 슬적 유도를 했더니만 여자친구와 모종의 약속이 있었나 봅니다. 뭐 ? 생일이라던가 ? 아무튼 지 녀석이 오고 싶어서 휴가를 왔으면서도 부모를 위한다는 핑게를 뎀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참, 작문에서 상을 받아 포상휴가랍디다. monkis~ 또 어렵게 한글로 전환을 해야 하니... 왠~수~~ 도움이 안돼~~안돼~~ 鄭梅님~! 나 둘 째놈 (나, 또 애를 낳아~?) 군대에서 고생 뻘~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말로 ? 아니, 아닙니다. 왠만큼, 남만큼만 하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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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한 2002.07.05 11:22
    들풀처럼...님 글을 읽다보니 엄하셨던 아버지 생각나는군요.평소 속 내를 한번도 말씀 안하시는 아버지셨는데 마음 한구석엔 그래도 자식 사랑이 있으셨겠죠?비가 오고 있습니다.마음속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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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7.05 11:28
    벌써 일주기가 ... 사업도 번창하지요 ? 꼭 그러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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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2.07.08 12:50
    서해교전이라... 설마 몇년전 이야기는 아닐테고 한달사이에 또 교전이 있었나요? 월드컵도 겨우 결과나 알았지 막상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경기가 하나도 없으니...원...
    이러고도 나 한국사람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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