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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2002.03.25 09:49

음 주 (飮 酒)

조회 수 1358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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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飮酒)                ; 술을 마시고,
                                                                           陶淵明(도연명)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 변두리에 오두막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 날 찾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 묻노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 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구석지다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 따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 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 산기운은 저녁 햇빛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 나는 새들도 서로 더불어 둥지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 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 말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네



★              <감상>       :  오세주

이 시는 대표적 전원시로 알려져 있다.작가는 陶淵明(365-427)으로 중국의
동진과 송나라 를 걸쳐 살았다.
그는 29세에 벼슬길에 올라 41세에 은퇴하였다

1,2 구절을 보자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 변두리에 오두막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 날 찾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없네

여기서는 작가는 이사를 한 것이다. 이는 벼슬에서 물러나 생활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그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오두막을 지어(結廬)
변두리(人境)로 이사 한 것이다.
그 결과 예전과 달라진 변화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다.(車馬喧)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을
찾아오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어 좋다는 것이다.
작가가 벼슬을 할 때에는 참으로 여러 사람들과 번거로운 인간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인 자신에게 청탁, 승진, 축재 등의 일로 음모, 배신, 기만, 야합 등과
관계된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갈등을 일으키는 여러 문제 상황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관료 세계의 속성이란 결국 부귀영화를 얻기 위한 끝없는 투쟁의
연속일 뿐인 것이다.

여기서 각자의 오랫동안 가치관의 충돌에서 결국 새로운 가치를 선책하는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즉 관직을 물러나 전원에 돌아와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3,4 구를 보자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 묻노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 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구석지네

여기서는 자신의 달라진 삶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반응과 자신의 답변이
이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묻는다. 어찌 벼슬을 그만 두었냐고,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작가에게 주는 그들 나름의
위로였는지 모른다. 오히려 동정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작자는 반박한다. 위로하거나 동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작자 도연명은 자신 있게 말한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며, 나는 선택의
결과로 진정 행복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벼슬하여 권력을 잡고 입신양명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으며, 그 벼슬길은 결코 끝나지 않은 투쟁의 연속이며
사람을 잠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하는 가시밭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벼슬의 상하관계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과 생활을 위해서
인간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도 버려야하는 정신을 황폐하게까지 하는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벼슬길 욕심을 끊고(心遠) 탈출한 것이다. 탈출을 막고
있는 연약한 내 마음을 이기고, 그 승리자가 살아갈 편안한 땅과 자랑스런
오막살이집에 와있다(地自偏)고 말하는 것이다.

5,6,7,8 구절을 보자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을 따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 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 산기운은 저녁 햇빛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 나는 새들 서로 더불어 둥지로 돌아오네

여기서는 작자가 버리고 온 벼슬길과 대조되는 전원세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벼슬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세계, 어떤 의미로는
경시하거나 경멸하였던 전원 세계와 그 세계가 보여주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들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즉, 햇빛 밝고 따뜻한 동쪽 울타리(東籬), 술에 향기를 더해주는 자연
감미료로 쓰이는 노란 국화꽃(菊), 언제나 의연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사람을 맞아주는 남산(南山). 이러한 자연물의
아름다움과 그 향기가 이제 작가의 눈에 코에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끝없는 욕심과 투쟁의 벼슬길에서 떠났을 때 말이다. 누구에게 쫓기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행동하고 싶을 때, 행동해도 별 탈이 없는 것이다.
만사가 여유로운 것이다(悠然)

이를 정리하면
국화술을 담기 위해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면서(採菊東籬下), 그저
쫓기지 않고 편안히 여유롭게(悠然) 남산의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見南山)
이는 낮 시간에 일어난 전원생활이 묘사된 것이다

이제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어간다
산은 같은 계절이라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산기운(山氣)은 지는
햇빛과 어울려 더욱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다(日夕佳). 그리고 이 때,
먹이를 잡기 위해 공중을 날고 온 산과 들을 누볐을 새들이(飛鳥) 둥지를
찾아 서로 짝을 이루어 돌아오는 것이다.(相與還).
  이 어찌 아름답고 정답지 아니한가. 권력욕으로 끝없는 투쟁심에 불타고
또는 조바심에 불안한 마음을 가진 벼슬아치의 눈에 이러한 광경과 새들의
다정함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그리고 느낄 수 있겠는가, 이 평화를 말이다.
이는 해 질녘에 일어난 전원생활이 묘사된 것이다

11,12 구절을 보자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 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 말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네

여기서는 자신이 긍정하고 만족하는 전원생활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원생활에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기는
생활(此間)이야 말로 삶의 참된 의미가 있다(有眞意)고 말한다. 이러한
마음이 편하고, 쫓기지 않은 생활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 자신의 만족한 전원생활을 보고도, 말을 듣고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글로 표현해서 더 늦기 전에 벼슬길에서
탈출하게하거나, 벼슬길에 있어도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내가 글로 지어 알리고 싶다.
  그러나 글로 쓸려고 하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 사용할 어휘와 문장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겪어보지 않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것이다.(欲辨已忘言)

  우리는 이 시를 통하여 우리 내면의 영원한 두 명제, 인간의 공격성과
포용성, 이기심과 이타성, 현실성과 낭만성 그리고 일과 휴식이라는 두
명제의 갈등을 본다. 인간은 이 두면의 어느 한편에 편향될 때,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가장 현실적일 때 낭만을 생각하고, 가장 낭만적일 때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는 자기모순, 자기갈등에 영원히 고민하는 숙명적 존재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이 두 가지는 조화되어야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시는 벼슬길로 대표되는 투쟁적, 경쟁적, 과시적 삶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로 대표되는 평화적, 음미적, 자족적 세계로 들어선 사람의 결단과
그러한 사람이 누리는 진정 행복한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 좋기에 퍼왔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

  • ?
    최상용 2002.03.25 09:58
    한참동안 좋은글 자알 읽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좋은글 띄워 주세요.
  • ?
    宋梅 2002.03.25 10:39
    맞습니다. 조화!!! 분명히 쉽지않은 것일 겁니다. 특히 난을 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 ?
    가림 2002.03.25 11:27
    음주와 풍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런 시들을 참 좋아합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平淡한 시풍들이...
    41세때 그 유명한(?)歸去來辭를 남기고 관직에서 은퇴하여 귀향했더군요
  • ?
    들풀처럼... 2002.03.25 13:08
    歸去來辭~! , 405년(진나라 의회1) 그가 41세 때, 최후의 관직인 팽택현(彭澤縣)의 지사(知事) 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4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마다 다른 각운(脚韻)을 밟고 있다. 제1장은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정신 해방으로 간주하여 읊었고, 제2장은 그리운 고향집에 도착하여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렸으며, 제3장은 세속과의 절연선언(絶緣宣言)을 포함,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담았으며, 제4장은 전원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기를 그 서문에서 밝혔는데, 거기에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도연명전(陶淵明傳)》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의관속대(衣冠束帶)하고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미(五斗米:5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내는 이와 같은 일화와 함께 은둔을 선언한 일생의 한 절정을 장식한 작품이다. ★두산백과사전 퍼옴
  • ?
    과천 2002.03.25 23:23
    두두린거요? 복사한거요? 두두렸다면 두손가락 께나 아팟겠습니다 ㅎ~ㅎ, 이제 왔습니다.
  • ?
    들풀처럼... 2002.03.26 08:47
    핫, 하~~~ 어젯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수란정 전화를 걸었다 받으면 끊고 받으면 끊고 하려 했는데, 초저녁 마신 술이 과했는지 아니면 개나리 활짝핀 춘정에 녹아 떨어졌는지... 쯧, ㅉㅉㅉ~~~~~ 눈을 떠보니 여명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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