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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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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가는길 3.
구간 : 향린동산 - 할미성 - 석성산 - 멱조고개
일시 : 2002년 2월 16일

취미생활중에서도 특히 중독성이 강해보이는 몇가지가 있다. 이들 모두 중독되어가는 초기의 증상은 비슷비슷한 것같다.

첫번째는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이다. 난을 할때도 그랬고 아마추어무선을 할때도 그랬다. 물론 컴퓨터도 두말하면 잔소리... 이번에는 시도 때도 없이 산에 갈 궁리만 하고 있다. 시간만나면 지도들여다보고 이쪽으로 해서 저쪽으로...
두번째는 뭘좀 아는 것같으면 금방 전문가입네하고 한마디로 시건방져지는 것이 또 비슷한 것같다. 조금하다보니 뭔지 조금씩 조금씩 터득해가는 것도 있고 능력이든 말주변이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끼게되니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양 시건방을 떨게 되는 것이... 결국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수요일 산에 갔다와서 쑤시던 무릅이 다른때 같으면 일주일가까이 갈텐데 이틀밤을 자고 나니 말짱해졌다. 그동안 부지런히 걸어서 출퇴근을 한 덕에 관절상태는 물론 근력이 좋아져서일 것이다. 무릅이 말짱해지니 다음 산에 갈 날짜를 계산해본다. 산에 갈 수 있는 것이 기껏 일요일이나 공휴일만 가능하니 이번주처럼 일요일에 스케쥴이 있으면 한주는 걸러야한다. 이번 일요일은 처남생일이니 묵은세배겸해서 처가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헌데 다음주에도 세미나가 있어 산에가기는 틀렸다.

토요일 아침 출근해서 이궁리저궁리하다보니 토요일에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워낙이 천재라서 그런 것인지 중독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지... 좌우간 11시쯤 퇴근해서 김밥, 우유, 캔커피에 초콜릿을 사들고 부랴부랴 집으로... 집에서 옷갈아입고 배낭메고 나와 아주대앞에서 용인행 시외버스(버스요금 800원)를 타고 동백리 고인돌에서 하차해서 택시(택시요금 4,000원)를 집어타고 향린동산으로...

택시에 내려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12시 30분. 이정도면 성산휴게소지나서 부아산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같다. 컨디션도 좋고, 날씨도 좋고, 슬슬 자신감(나중에 보니 자만심???)도 생기고...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한 이해와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단력도 빼놓아서는 안되는 것일것이다. 그 결단력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감에서 생기고, 자신감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만이 누리는 것이니 나는 산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나와의 싸움에 승리해서 자신감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새해가 되고 1월에는 온통 독립과 창업이라는 한가지만을 생각하고 살았었다. 실제 일을 벌리려고 모든 준비를 해놓고보니 뭔가가 빠져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가 빠졌을까? 결국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하나씩 다시 공부하고 준비를 하기로 작정했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유동적이고 급변하는 상황들을 좀더 지켜보고 내려야할 결론인 것이다.
결국 때아니게 이것 저것 자료도 구하고 세미나도 등록해서 공부도 하고... 산을 찾는 것은 체력도 보강하고 정신력과 자신감도 회복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참 산길을 따른 걷는 발걸음이 가볍기만하다. 능선을 타기 시작해서 30분 정도면 할미산성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4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않는다. 할미산성에서 점심을 먹으려했는데... 그것도 왼쪽으로 예정에도 없는 왠 골프장이 나타났다. 그때라도 지도와 나침반을 꺼냈어야했다. 결론적으로 얄팍한 지식과 어설픈 자신감은 망~~하는 지름길이니 한시간이 지나서야 길이 잘못들었음을 알았다. 벌써 오후 1시 30분.

산행을 시작한 직후에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갔어야하는데 잠시 길을 놓쳤던 것이다. 한시간동안 헛걸음을 했다고 생각하니 하체에 기운이 쏙빠지면서 더이상 산행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막상 하산을 하려고보니 수원행 버스를 타기가 막막하다. 결국은 왔던 길을 되돌아서 할미산성 너머 마성IC로 가서 버스를 타기로 작정하고 후퇴~~

한시간동안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데 40분. 길을 찾아서 능선을 오르니 낯익은 표지기가 반겨준다. 할미산성은 석성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않고 지금은 다 허물어졌지만 나름대로 잘 짜여진 성이있다. 할미성에 오르니 쏴하는 바람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처음에는 바람소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영동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 소음이다. 성벽에 걸터앉아서 마성터널로 빨려들어가는 차량행렬을 바라보면서 삼각김밥과 우유하나로 때늦은 점심을 먹었다.(14:30)

이 할미산성에는 전설이 있는데 설화에 의하면 마고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성을 반씩 맡아서 누가 먼저 쌓는가를 내기했는데 할아버지는 돌을 잘 다듬어서 제대로 성을 쌓고 있었고 할미는 치마자락에 잔돌을 줏어 담아서 성을 쌓았다고 한다. 결국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성을 쌓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내기에서 졌다고 한다. 지금도 마고선인(魔故仙人)을 모시는 굿으로 성황굿을 복원해서 하고 있다니 에버랜드입구에 해당하는 마성은 魔城이니 결국 귀신성이고 할미귀신성인 셈이다. 할미성은 노고성 또는 선장산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석성산을 바라보면서 산을 내려가다보니 어디선가 여자목소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내려가니 에버랜드에 들어가는 마성 톨게이트에서 갑자기 왼쪽 발밑에 나타난다. 급경사를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 길로 내려섰다. 여기서 산행을 중단할까 했었는데 오후 세시밖에 되지않았으니 석성산은 넘을 수 있지않을까? 여자목소리는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통행권을 뽑아가십시요."

마성터널이 생기면서 지금은 그 기능이 없어지다시피한 영동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해서 터키군참전기념비를 지나 반대편능선의 마가실 서낭’ 표지석을 지나 석성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가실 서낭이라고 하는 할미성 대동굿은 서낭주변을 한바퀴 도는 돌돌이를 한 후에 버드실로 올라와 굿을 했으니 다시 말하면 할미성 도당굿은 용인 석성산 산신령(麻姑仙人)을 받아 모시고 내려와 모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한마당 대동굿을 펼치는 화합의 굿판이라 한다. 지도를 보니 작고개 아랫쪽에 마가실과 버드실이라는 지명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마가실의 서낭이 이곳 작고개에 모셔져 있는 셈이다.

엉뚱한데다 두시간이나 헛걸음한데다 워낙 경사가 가파라서 가다서기를 반복해야했다. 중간에 마성터널을 내려다보면서 초콜릿 하나에 커피한잔...

한시간이나 땀을 흘리며 올라선 석성산은 신갈, 수원쪽으로 확~~ 트여 전망이 아주 좋았다.(16:00) 옛기록에 의하면 봉화대가 있었다고 하지만 봉화대의 흔적은 찾기 어렵고 남봉쪽은 군부대가 자리잡고 길을 가로막는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으로 능선을 벗어서 길을 따라가다보니 통화사에서 예불을 올리면서 피우는 향냄새가 그리 나쁘지않다. 통화사 입구에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오르니 군부대로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지도에는 능선에 등산로가 표시되어있고 새로생긴 길이나 통화사는 아예 나타나있지도 않다. 석성산 구간은 지도만 믿고 산행하다는 낭패보기 쉬운 곳인 것같다.(결국은 낭패를 보고 말았다...쩝쩝)

포장도로를 30미터정도 따라가다 왼쪽으로 능선을 따라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무릅부상은 하산때 많이 생기니 워낙 왼쪽 무릅에 문제가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하산길이 더 불편하다. 중간에 하도 길이 여러갈래여서 헷갈리기는 하지만 멱조고개로 앞쪽 길을 보면서 하산을 했다. 길로 내려서서보니 반대편 능선은 보이지 않고 졸졸 흐르는 냇가가 가로막고 있다.(17:20) 아차차~~~

수퍼마켓에 들어가서 이온음료 하나 사들고 물어보니 멱조고개에서 한참을 벗어난 상가리란다. 시작에 길을 잘뭇들어 두시간 허비하고 마지막까지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고 말았다. 결국 오늘은 시건방을 부린덕에 시작도 끝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다음산행은 하는 수 없이 능선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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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한 2002.02.18 11:51
    송매님께선 평상시 철저한 준비성을 갖으시는군요...(독립대목에서..)
    저도 처음 시작할때 사전준비를 잘했다고 자만했는데 그 중간과정을 그르친거 같습니다.
    요즘 역으로 뒤집고 있습니다.생각을 달리하니 모순점이 무수히 나오더군요.
    생각은 깊게 행동은 짧게(빠르게) 했어야는데 어중딘 생각에 미적거림이 있어서 요즘 제 장사에도 타격이 생겼습니다.
    올해의 목표중 하나가 예습,복습을 잘하잡니다.ㅎㅎ~
    관리만 잘해도 어려운게 아니었는데 소 잃기전에 외양간 정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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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2.02.18 12:07
    현재 의료계의 상황이 너무나 유동적이나 방향설정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밖에... 우선은 준비만 해놓고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낚시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월을 낚는...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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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2.18 12:21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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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이스 2002.02.18 15:00
    저도 짝짝짝입니다요. 백두대간 종주가 시작된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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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2.18 16:52
    초이스님 아이라카이~, 시방 낚시질칸다 안하드나~? 낚시대 던져 놓고 백주 대낮에 무신 종주를 합니까 ~! 고양반 태공망이 되라고 그란디~~, 근디~ 이상하네 ? [宋梅님이 세월을 낚는...후후] 했는디~~ 후후~~는 크린트뭐시기가 총쏘고 난 후에 멋있으라고 한 것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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