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없다.

by 宋梅 posted Jan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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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석필
출판사 : 사람과산
출판일 : 1997년 4월 6일
페이지수 : 324
판형 : A5
판수 : 1
ISBN : 8985526286

4-5년 전쯤이었을까?
우연히 TV에 낯익은 얼굴이 얼핏 보였었다. 산악반에 아주 열심이었던 대학선배님이었고 터프한 성격에 어울리지않게 소아과를 전공해 자그마한 소아과의원의 원장님이 되어있으셨다. 문제는 산경표(山經表)가 어쩌고 백두대간이 어쩌고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선배님이 쓰셨다는 "산경표를 위하여"라는 책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고 이책 저책에서 부분적으로 읽은 것들을 종합하여 그저 개념이나 용어정도만 이해하고 있었다.

요며칠 복잡한 머리나 좀 식힐겸 산에나 한번 가볼까? 아니 가지는 못하더라도 대리만족으로 책으로라도 읽어볼까 뒤적거리다가 다시 "태백산맥은 없다"와 만났다. 93년에 쓴 "산경표를 위하여"의 증보판 정도로 이해하면 정확할 것같다.

구태여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을 들추지 않아도 "태백산맥"은 민족의 정기가 서린 등뼈(??)로 이해하는 대부분의 소시민들에게 감히 불경스럽게 "태백산맥이 없다"고 외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뽀일까? 하지만 지리학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저자가 쓴 책임에도 우리가 흔히 "태백산맥"이라고 부르는 산맥의 허구와 만나게 된다. 내가 현재 위치한 이곳에서 백두산까지 강은 커녕 개울하나도 건너지 않고 걸어서 갈수 있다니...
압구정동에서 교보문고까지 가려면 중간에 사소한 것들은 제쳐두고라고 한강을 건너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다는 말일까??

하이트맥주 선전덕분에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하물며 산경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만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요즘에는 산에 좀 다니는 사람들치고 소위 "대간산행" 또는 "대간"이라고 하는 백두대간 종주를 꿈꾼다. 전문산꾼이 아닌 나도 꿈을 꾸고 있는 대목이니 정말을 산을 좀 다녔다는 사람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등산이라는 것은 처음 가본 것은 대학교 1학년때.
체력과 객기 하나만 믿고 무작정 나선 지리산 종주는 둘째날 노고단사장에서 벽소령까지 진행하고 벽소령능선에 텐트를 쳤었다. 하지만 막상 밤새 불어대는 바람에 텐트가 날아갈 듯 윙윙거렸고 뜬눈으로 꼬박세운 다음날 날이 밝자마다 쌍계사로 탈출(?)을 시도했었다.

물론 덕분에 산에 대해서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고 다음번에는 천왕봉을 거쳐서 치발목산장으로 빠지는 종주를 처음 성공했었다. 그리고는 졸었하고 서울로 올라오던 1980년까지는 거의 해마다 한번이상의 종주를 했었었다. 서울로 올라온후에는 산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렸던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에 쫒겨 시간내기도 어려웠지만 모처럼 시간을 내서 산을 찾아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고생을 하고나면 점차 멀어져가기만 했다.

몇년전에는 큰맘먹고 직원들의 무박2일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따라나섰지만 그저 천왕봉을 올랐다는 것 그자체로 만족해야했다. 얼마전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체력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하고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등산이다.

대간종주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지만 한남정맥 정도면 가까운 곳부터 슬슬 시작할 수 있지않을까??? 요며칠 25,000 등산지도를 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